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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행장 방만 경영…히딩크 같은 외국인 CEO 영입을”

“고작 서너 달 기간을 주고 결론을 내라고 하니 설익은 해법만 나옵니다. 처음부터 큰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더군요. 태스크포스(TF)도 의견 맞는 사람들 위주로 꾸렸고요.”

전문가들이 말하는 국책은행 해법
노조와 타협해 임금·복지 퍼주기도
한국 정책금융, GDP의 7.3%로 과도
산은, 투자은행 업무는 민간 넘기고
수은·KOTRA 통합, 중기 지원해야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5월 초 금융위원회의 ‘정책금융기관 개편 TF’에 참여했던 한 교수의 말이다. 당시 TF는 넉 달이 채 안 된 8월 말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통합을 골자로 하는 개편안을 내놨다.

당시 진영욱 정금공 사장은 “뭐가 급해서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았느냐”고 공개적으로 반발하기도 했다. TF에 참여했던 교수는 “정책금융기관 개편은 단기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며 “TF가 아닌 위원회를 꾸려서 제대로 들여다볼 때”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정책금융기관의 체제 개편 논의에 다시 불을 붙이자고 주장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쉽게 뒤집을 수 없을 만한 개편안을 도출해내자는 얘기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어떤 해결책도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며 “정권 후반기이지만 국회가 협치의 묘를 살리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편 방향으로는 정책금융기관에서 뗄 건 떼내고 합칠 건 합쳐서 슬림화하자는 의견이 대세를 이룬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위기(1997년) 땐 산은이 기업 구조조정 시장의 판을 깔아야 했지만 이젠 민간이 더 효율적”이라며 “구조조정과 회사채 인수 같은 투자은행(IB) 업무를 떼내자”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정책금융기관 간 업무중복을 해결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정책금융지주회사’를 세우자”고 제안했다. 지주사가 자회사인 산은·수은·기업은행 등의 업무영역을 조정토록 하자는 뜻이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역시 “회생 가능성이 없는 좀비기업이나 사업부문을 도려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책금융기관의 산업 지원 자체가 세계무역기구(WTO) 차원에선 불법보조금 논란 소지가 있다”며 “정책금융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정책금융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7.33%로 미국(0.45%), 독일(0.99%)보다 높다.

이만우 교수는 “업무가 중복되는 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KOTRA를 통합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수은의 대우조선해양 선수금환급보증 사례에서 보듯이 대기업 쏠림은 리스크를 키운다. 정책금융기관은 중소기업 수출지원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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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통폐합 못지않게 중요한 건 리더십의 변화다. 산은과 수은 모두 관료 출신 또는 정권과 가까운 인사들이 ‘낙하산 행장’의 대를 이어왔다. 낙하산 인사와 노조의 타협은 국책은행이 방만 경영에 빠지게 되는 원인이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조가 낙하산 반대운동을 벌이다가 임금·복지 혜택을 얻어내는 게 전형적인 구조”라고 꼬집었다.

윤석헌 전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아예 축구국가대표팀의 히딩크 감독처럼 외국인 전문가를 국책은행 CEO로 데려오자”고 제안했다. “전·현직 산은·수은 행장도 중량급 인사였지만 정치적 외압에 휘둘렸다. 이와 단절할 수 있는 인물을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애란·이승호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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