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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받은 식재료로 노인들 요리 대접…주부들의 이색 봉사

 
 
12일 오전 10시쯤 광주광역시 북구 매곡동주민센터 주차장. 임시천막 안에서 지글지글 끓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졌다. 겨자색 앞치마를 맞춰 입은 주부 30여 명은 파전을 부치거나 멸치볶음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천막 바깥쪽에 놓인 3개의 커다란 솥에서는 장조림과 삼계탕을 끓이느라 하얀 김이 났다.

집에 남는 식재료들로 음식을 만들어 노인들에게 대접하는 '우리집 냉장고를 부탁해' 첫 행사 준비 모습이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노인 60여 명이 행사장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주부들은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만든 음식을 노인들에게 대접했다.

냉장고에 방치됐던 식재료들이 주부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노인들을 위한 요리로 재탄생했다. 주부들은 식재료가 버려지는 일을 막는 동시에 노인들에 대한 식사 대접을 통해 봉사활동의 보람도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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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연 주부들은 매곡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맘 요리봉사단 소속 회원들이다. 자칭 '살림 전문가'인 이들은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착안해 행사를 기획했다. 냉장고에 보관 중인 식재료로 간편하면서도 맛있는 요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행사 명칭도 TV 프로그램을 따라 지었다.

행사에 사용된 식재료들은 두 단체의 주부들과 주민들이 기부했다. 주부들은 각자의 집 냉장고부터 뒤져 먹을 수 있는 김치와 고기·생선을 가져왔다. 주민 20여 명도 행사를 예고하는 플래카드와 동주민센터의 안내문을 보고 달걀·밀가루·멸치 등을 기부했다. 유통업소 관계자들도 행사 취지에 공감하며 힘을 보탰다. 동네 마트들의 업주와 점장 등을 중심으로 판매용 생닭과 막걸리·과일을 보내왔다.

각계각층에서 식재료를 보내온 덕분에 이날 노인 60여 명에게 제공하고도 남을 만큼 넉넉한 양의 음식이 만들어졌다. 노인들에게 대접하고 남은 음식은 관내 독거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 등 어려운 이웃 10여 명을 위한 도시락으로 만들어 전달했다. 이날 주민센터에서 식사를 한 유영님(75·여)씨는 "형편이 어려워 식사를 거르는 노인들에겐 무척 반가운 행사였다"며 "남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었다는데 맛은 참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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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단체 주부들은 이날을 시작으로 3개월에 한 번씩 노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행사를 열기로 했다. 맘 요리봉사단장인 이정희(53·여)씨는 "평범한 가정의 냉장고 속 남는 식재료가 시간이 지나 버려질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귀중한 한끼의 재료가 될수 있다는 점을 느꼈다"며 "행사 규모를 떠나 의미있는 행사를 꾸준히 열겠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북구와 매곡동주민센터 측은 이 행사를 관내 모든 동으로 확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음식 낭비를 줄이면서도 이웃 노인들에게 훈훈한 정을 전달할 수 있는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송광운 북구청장은 "주민들이 지역사회 복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성숙한 행사라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행사"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사진·동영상 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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