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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표현도 대물림…버럭 부모가 욱하는 아이 만든다”

지난 1일 대전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열여섯 살 A군이 함께 타고 있던 20대 여성을 갑자기 돌로 때려 크게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후배들이 말을 안 들어 화가 나서 생면부지의 여성을 때렸다고 진술했다.

10일 울산에 사는 40대 B씨는 보복운전을 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뒤차가 경적을 울리는 것에 화가 나 다섯 차례 급제동하며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서다. 또 지난해 충북 청주에선 부부싸움을 한 뒤 홧김에 여섯 살배기 아들을 살해한 주부 C씨가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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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아이 앞에서 ‘욱’이 허용되는 상황은 없다”고 말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분노조절 장애로 빚어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51·오은영아카데미 원장) 박사는 “감정 조절을 못하고 욱하는 것에는 중독성이 있다”며 “욱한 뒤 느끼는 미묘한 쾌감에 중독돼 강도가 점점 세진다. 고치지 않으면 누구나 범죄자가 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육아서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를 펴낸 그는 “감정 표현 방식은 대물림된다. ‘욱’의 파급력이 가장 강력한 곳이 바로 육아 현장”이라며 부모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부모는 어떤 상황에서도 욱해선 안 된다”는 그를 만나 감정 조절 육아법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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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심수휘 기자]

 
욱하는 성격이 만들어지는 데는 부모의 책임이 가장 큰가.
“그렇다. 감정 발달은 후천적이다.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학습된다. 공격적인 감정은 강력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다른 감정보다 금방 배운다. 욱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감정 발달과 감정 조절이 미숙해진다. 당황·민망·슬픔 등 다양한 감정이 ‘욱’으로만 표현된다. 또 자기의 감정을 지키기 위해 부모와 대립하게 되면서 점점 사나워진다. ‘욱’을 권하는 사회에도 문제가 있다. TV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에서 욱하는 성격을 정의로운 캐릭터로 미화하거나 유머 코드로 활용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어떤 부모가 아이를 분노조절 장애로 키울 위험이 가장 큰가.
“서로 싸우는 부모다. 특히 차 안에서 싸우면 아이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다. 그 다음 위험한 부모는 영화 ‘사도’의 영조(송강호 분) 같은 유형이다. 지나치게 무섭거나 강압적이면서 융통성 없이 엄격하고 지시적인 부모는 아이 마음속에 분노가 쌓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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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박사는 “25년 넘게 정신과 의사로 환자를 만나면서 ‘감정 조절을 못하고 욱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점점 깊어졌다”고 말했다. “찾아온 환자의 80%가량이 욱하는 문제로 힘들어했고, 11년 남짓 출연한 TV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도 문제의 핵심은 대부분 못 참고 욱하는 것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육아가 너무 힘들어 감정 조절이 안 된다는 부모가 많다.
“아이를 완벽하게 키우려고 과도하게 노력하는 과정에서 버럭 화내는 부모가 있다. 백번 잘해도 한 번 욱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차라리 애쓰지 않는 편이 낫다. 또 유독 아이한테만 욱하는 사람 내면에는 아이를 ‘나 없이 못 사는 약자’로 보고 만만하게 대하는 심리도 있다. 불안이 ‘욱’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불안→불쾌→분노’로 번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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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욱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감정 조절의 열쇠는 자존감과 자아 성찰이다. 자아 성찰 과정을 통해 자기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나 채워지지 않은 의존욕구가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또 화가 나는 상황에서 ‘욱’ 조절의 골든타임 ‘15초’를 기억하라. 분노 관련 호르몬이 최고조에 이르는 15초까지 시간을 벌 수 있도록 입술 깨물기나 심호흡·혼잣말 하기 등을 권한다.
의사의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욱’이 있다면.
“화가 날 때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부수는 경우, 배우자·자녀에게 폭력을 쓰는 경우, 술 마실 때 욱하는 정도가 더 심해지는 경우 등이다. 또 만 2세 이전 아이에게 욱하는 사람도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글=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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