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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윤모, 자폐성 청년들 그림으로 소통 도와…이난우, 앞 못보는 엄마들에게 요리 가르쳐


| 자폐 작가 5명 돕는 전시 기획자
장애인들의 밝은 작품 본 후 결심

[연중기획] 매력시민 세상을 바꾸는 컬처디자이너

뉴욕 현대미술관서 전시 열기도
“다양성 숨쉬는 사회 만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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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윤모씨는 “자폐성 장애인들에 대한 미술 재활 치료를 넘어 그들이 어엿한 작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만드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스포츠 매니어답게 병찬씨의 그림에는 공이 유독 많이 등장해요. 이 그림은 특히 구도가 재밌고 색감도 참 깔끔하지 않나요?”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책 그림으로 말하다’ 전시장에서 안윤모(54) 작가가 그림 한 점을 가리켰다. 캔버스 가운데 그려진 하얀 축구 골대로 축구공 14개가 빨려들 듯 날아가는 모습이었다. 새하얀 전시장 벽은 이 그림을 그린 이병찬(22)씨를 비롯해 자폐성 장애가 있는 청년 5명과 안 작가의 그림들로 빼곡했다.

안씨는 병찬씨를 비롯한 자폐성 장애인 작가(계인호·김세중·김태영·조재현) 5명이 미술에 대한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는 자폐성 장애인들의 미술 선생님이자 이들이 그린 작품의 전시회 기획자로 활동한다. 2011년 ‘발달장애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안윤모 전국 투어 프로젝트’, 2014년 ‘월드 투어 프로젝트-나비가 되다’ 등 매년 굵직한 전시회를 열었다. 자폐성 장애인들의 그림을 주제로 한 ‘나비가 되다’ 순회 전시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도 열려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안씨가 5명의 청년 화가를 지원하는 건 ‘다양성이 살아 숨 쉬는 사회’에 대한 바람 때문이다. 홍익대 미대 서양화과 82학번인 그는 대학 졸업 후 유학한 미국 뉴욕에서 “언어도, 인종도, 종교도 다 다른 사람들이 섞여 사는, 이제껏 보지 못한 다문화 사회”를 경험하며 이 같은 목표를 갖게 됐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개인 작업에 매진하던 안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미술 교사가 보여준 자폐성 장애인들의 그림을 보자마자 그들의 ‘멘토’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부정적이고 어두운 그림을 그리는 자폐성 장애인을 많이 봐 왔는데 이들의 선명하고 밝은 색채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이끄는 화가의 가능성이 보였어요.”

2011년 이들과 첫 전시회를 여는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낯선 사람들과 말하려 하지 않는 자폐성 장애인 5명을 모아놓고 그림 수업을 처음 진행할 땐 매우 힘들었다. 안씨는 “자폐성 장애의 특성 중 하나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 서툴다는 점”이라며 “소변기 안에 손을 넣는 등 돌발행동을 할 때마다 정말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안씨는 이들의 어머니를 ‘통역사’로 활용하는 해결책을 찾았다. 평소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과 함께 작업하면 그만큼 깊은 소통이 가능할 것이란 생각이었다. 안씨는 “어머니 다섯 분이 각자 자기 아이가 그린 그림을 가져와 저랑 토론을 한 뒤 자신의 아이들에게 직접 조언을 전달하는 식으로 작업하면서 감정적 공유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5명의 작가를 무조건 다정하게 감싸지만은 않는다. 특히 아무런 고민 없이 그림을 그릴 땐 엄격하게 대한다. ‘장애인이 그린 것치고 잘 그린 그림’으로는 진짜 화가가 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안씨의 바람은 그들이 어엿한 작가로 인정받는 일이다. “이들은 재활치료로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이 아니에요. 그림에 재능이 있고, 이 길로 나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이죠. 누가 보더라도 뚜렷한 자기 개성과 매력 포인트가 있어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 시각장애인 요리교실 연 요리연구가
밥 한 끼 만드는 게 소원인 이들 도와
칼 등 도구 위험하지만 강좌 진행
“지원자 넘쳐 6명 고르기 힘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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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우씨는 간호사 출신이다. “간호사든 시각장애인을 위한 요리교실 운영이든 본질은 사람을 사랑하고 봉사하는 일”이라고 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요리연구가 이난우(47)씨는 지방자치단체나 복지관에서 반찬을 받아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시각장애인들의 고충을 해결해주기 위해 2013년부터 ‘시각장애인 요리교실’을 열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의 사진 전시회를 관람하던 중 ‘사진도 이렇게 멋지게 찍는데, 요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시각장애인들도 자녀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어 하는 누군가의 엄마일 테고, 소풍 도시락을 싸주고 싶어 하는 누군가의 여자친구잖아요.” 이씨는 시각장애인들을 ‘조금 불편할 뿐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자녀들에게 밥 한 끼 해주는 게 소원이라는 시각장애인 부모들을 볼 때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씨가 시각장애인 요리교실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소통’이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의 경우 요리 도중 부상 위험이 크기 때문에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끊임없이 교감해야 한다.

이씨는 원래 간호사였다. 결혼을 앞두고 요리를 배우며 재능과 흥미를 느꼈고, 각종 요리 아카데미와 요리 전문학교를 수료한 뒤 2002년 경기도 분당에 쿠킹 스튜디오를 열었다. 이씨는 “간호사로 일하며 몸이 아픈 사람들을 돌보던 경험이 요리연구가로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간호사든 요리연구가든 결국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과 봉사정신이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시각장애인 요리교실에는 매회 수십 명의 시각장애인이 지원하지만 실제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은 6명뿐이다. 모든 수강생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고 신경 쓰기 위한 최대 인원이 6명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수많은 지원자 중 6명을 골라내는 일이 가장 힘들다”며 “특히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지팡이 짚고 오셔서 ‘죽을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수업 듣게 해 달라’고 하실 때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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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매회 수업을 마칠 때마다 정신적·육체적으로 탈진해 병원에서 링거를 맞는다고 했다. 날카로운 칼이나 위험한 요리 도구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업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간 수십 번도 넘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이씨가 4년째 시각장애인 요리교실을 이어온 것은 누군가에겐 요리가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시각장애인 어머니 한 분이 이 요리교실에 참여한 후 아들 일기장에 처음 자기 이야기가 나왔다며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난생처음 엄마가 해준 음식을 먹고 ‘엄마는 요리사’라는 제목으로 일기를 쓴 건데,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절로 힘이 납니다.”

글=정진우·김나한 기자 dino87@joongang.co.kr
사진=신인섭·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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