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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관념 다 깨부수고 사이코패스 눈으로 세상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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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마법이 또 시작되는 걸까. 새 장편 『종의 기원』에서 사이코패스를 다뤘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근래 이런 한국작가가 또 있었나 싶다. 신작 출간이 기다려지는 작가 말이다.

소설가 정유정 신작 『종의 기원』
부모 살해한 유학생 사건이 계기
1인칭 시점…살인사건 치밀한 탐사
“누구에게나 내면의 악은 있어”
예약 판매 시작되자 서점가 들썩


소설가 정유정(50)이 돌아왔다. 반(反)사회적 인격장애, 사이코패스의 내면을 실감 나게 그린 장편 『종의 기원』(은행나무)을 들고서다. 시장은 벌써 움직인다. 11일 현재 교보문고 인터넷 종합순위 4위, 알라딘 종합 1위, yes24 종합 10위. 이번 주말 본격 시작되는 서점 배포를 앞두고 온라인 예약 판매를 했을 뿐인데도 정씨 위에 있는 작가는 스웨덴의 프레드릭 배크만(『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정도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심지어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의 발 밑에 있다. 그동안 외국 작가들에게 내줬던 소설 시장 안방을 단숨에 되찾은 모양새다.

단단하면서도 빠르게 읽히는 문장, 사건의 범인을 일찌감치 드러내고도 치밀한 플롯 설계로 읽은 이를 사로잡는 완력…. 정씨는 새 책에서도 특유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다만 스물여섯 살 주인공 한유진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인물 형상화에 실패한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 무렵 인물의 엉성한 내면이 의도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친다. 문학적 전례가 잘 기억나지 않는 사이코패스의 내면 탐사다. 그것도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1인칭 소설의 ‘나’는 일종의 이야기 안내자일 텐데, 믿고 따라가던 안내자가 ‘똘아이’임이 확실해지는 순간 작가-독자의 힘겨루기 승부는 이미 작가 쪽으로 기운 셈이다. 멋지게 속은 셈이니까. 정씨를 전화로 만났다.
이제 대형작가가 된 것 같다(※ 전작 『7년의 밤』은 40만 부 팔렸다).
“얼떨떨하다. 내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있 다. 2년 마다 소설을 내다 이번에는 3년 만인데 언제 나오느냐고 묻곤 했다.”
사이코패스의 내면에 도전했는데.
“사이코패스를 실감나게 그리려면 나 스스로가 사이코패스의 시각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정신분석학, 정신병리학, 진화론, 진화심리학 서적들을 찾아 읽었다. ‘작가의 말’에서 밝힌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의 『이웃집 살인마』 같은 책이 특히 도움이 됐다. 이름난 프로파일러, 정신과 의사를 만나 귀찮게 굴기도 했다. 그래도 쉽지 않아 전체적으로 세 번을 고쳐 썼다. 무엇보다 내 안의 도덕 관념, 주입된 윤리를 깨부수는 게 가장 어려웠다. 그러느라 1년 더 걸렸다.”
결국은 성공한 모양이다.
“어느 순간 주인공 유진의 체온이 느껴졌다. 그때부터 이야기가 풀렸다.”

정씨는 이런 순간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누군가의 금반지를 뺏는 설정에서 보통 사람은 손을 비틀거나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려 하겠지만 사이코패스는 손가락을 잘라 버리려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거다. 정씨는 “사이코패스는 MRI 로 뇌 사진을 찍으면 정상인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부류”라고 했다. 그래서 소설 제목이 ‘종(種)의 기원’이다. 종류가 다른 사람이라는 얘기다.

그렇다 해도 소설이 사이코패스에 대한 소설적 임상보고였다면 단순했을 터. 정씨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파고 든다. 유진이 주변 사람들의 지나친 억압과 간섭으로 인해 자신 이외의 존재들에 대한 적개심을 한껏 키우는 설정을 통해서다. 생각보다 그 경계선은 모호하다는 얘기다.

정씨는 “20여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국 유학생의 부모 살해 사건이 계기가 돼 악의 존재에 대해 꾸준히 관심 갖게 됐다”고 했다. 소설 쓰기를 통해 도달한 탐구의 결론은 이런 거다.

“유진은 절대악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내면의 악은 있다. 사이코패스는 어쩌면 정상인보다 그게 강한 사람이다. 중요한 건 그런 우리 내면의 악을 직시하는 거다.”

공교롭게도 우리 사회는 요즘 그 비슷한 체험을 하고 있다. 평범한 얼굴을 한 안산 토막 살인사건 피의자를 통해 말이다.

글=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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