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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삼성에 바라는 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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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디지털제작실장

삼성이 이재용 체제 2년을 맞았다. 1년쯤 지났을 무렵 재계 10위권 그룹의 총수는 이런 얘기를 했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뭐라고 해 주어야 하나 생각해 보니 할 말이 없다. 내가 전혀 겪어 보지 못한 그 큰 살림에 대해 뭐라 할 지식도 경험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1년. 지난 2년의 공과를 측량할 정밀한 저울은 내게도 없다. 다만 오래된 낡은 저울을 바꿔야 할 때는 됐다.

삼성에 대한 대중의 저울은 이중적이다. 애증이라고 해도 무방하고, 채찍질이라 해도 상관없고, 시샘이라 해도 그만이다. 그러나 ‘감 놔라’‘배 놔라’ 할 요량이라면 다르다. 힘 좀 쓰신다는 분들은 더러 ‘삼성은 단지 삼성이 아니다’라는 얘기를 한다. 나라 전체를 생각하라는 총론이야 토를 달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이 지적은 대체로 이렇게 이어진다. “삼성이 계열사를 팔고, 직원을 줄이는 건 잘못하는 거야. 그러면 전부 위축돼. 삼성의 영향력을 생각해야지….”

나는 이 저울이 낡았다고 본다. 삼성이 싫든 좋든, 이 부회장이 잘하든 못하든 삼성은 한국 경제의 중추다. 하지만 수호자는 아니다. 아니, 그럴 수가 없다. 삼성전자의 국내 매출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그만큼 글로벌해졌다. 경제 수호자 시늉을 하다간 삼성 자체도 수호하지 못한다. 오히려 삼성은 변화에 더 최적화해야 한다. 누구나 핏대를 세우듯 삼성은 더 창의적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더 가벼워져야 한다. 그러려면 더 독해져야 한다. 그게 한국 경제에도 득이다. 사회적 책임은 공익 활동과 준법 경영을 통해 다하면 된다.

또 하나 버려야 할 저울은 신화에 대한 향수다. 성공한 모든 기업의 창업자는 전설이 된다. 기업을 눈부시게 성장시킨 경영자의 말과 행동은 신화로 남기 마련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디지털 경제는, 그러니까 융합에 융합을 더해 갈수록 복잡해진 경제에선 그런 신화적 리더는 없다. 삼성 내부에 빅 보스에 대한 미련이 있다면 빨리 버려야 한다. 빅 보스는 빅 에러를 낳기 딱 좋다. 리더는 각 부문의 창의성을 지휘할 수 있으면 된다. 이 점에서 나는, 이건희 회장의 큰 업적 중 하나가 사업부별 책임 경영제라고 본다. 여기에 스타트업 정신을 입히려는 현재의 노력 역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런데 삼성을 다는 저울에는 여전히 ‘전설적 경영자’의 추가 있다. 이 저울은 낡았다. 재벌의 독선을 욕하면서 여전히 전능한 총수를 원하는 것은 모순이다. 마치 박정희 시대를 그리며 현재의 대통령을 뽑은 것과 같은 이치다. 이 저울로 자꾸 삼성을 달면 삼성은 결코 도전할 수가 없다. 실패가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타래를 풀어야 할 곳은 삼성이다. 이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경영하고, 실제로 책임지고 있다면, 법적 요건을 갖추는 일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등재는 낡은 저울을 바꿀 첫걸음이다.

김영훈 디지털제작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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