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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현대중공업 사내유보금 12조? 재무제표 보면 ‘속 빈 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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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사가 지난 10일 울산 본사 회의실에서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상견례를 열고 있다. [뉴시스]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 시작된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노사가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을 시작했다.

노조 “유보금 등 풀어 임금 인상”
단기부채 등 감안 땐 남는 것 없어
임단협 시작, 험난한 앞길 예고
눈앞에 태풍…상생 방안 찾을 때

노사 양측 입장은 팽팽하다. 사측은 1973년 창립 이후 최초로 효율이 떨어지는 도크 가동 중단 방침을 밝혔다.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실시했다. 반면 노조 측은 호봉 승급분을 포함해 임금 11만9712원 인상을 요구했다. 직무환경 수당 상향·성과급 지급·성과연봉제 폐지, 조합원 해외연수 등도 제시했다.

노조는 “현대중공업은 우량기업이고, 재원도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노조가 내세운 근거는 크게 4가지다. 노조는 ▶지난해 연말 개별 기준 12조4449억원의 사내유보금을 근로자에게 풀라고 주장했다. 또 ▶골프장·토지·호텔 등 비업무용 자산을 팔고 ▶지난해 대손충당금 처리한 여러 척의 배를 팔아 목돈을 마련하며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지난 2006년~2015년에 받은 배당금 2700억원 중 일부를 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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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들의 도움을 받아 재무제표를 들춰봤다. 일단 사내유보금은 그냥 곳간에 쌓여있는 돈이 아니다. 물건을 만들어두긴 했지만 아직 팔지 못한 물건들(재고자산 2조6215억원)과 공장을 돌리는데 필요한 기계장치·비품(유형자산 8조635억원), 외상으로 물건을 팔아서 나중에 받을 돈(매출채권 3조5049억원)의 일부가 사내유보금으로 잡힌다. 앞으로 받을 돈(매출채권)이 있다고 미리 돈을 써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외상으로 꿔다 쓴 원재료 등 부채(매입채무 3조3663억원)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항목을 빼고 당장 수중에 가진 돈만 추려봤다. 현금(1조3322억원)과 여차하면 현금으로 돌릴 수 있는 돈(단기금융자산 1497억원)을 합치면 현대중공업 ‘통장’엔 1조4819억원이 있다. 정규직·비정규직 근로자 전원(2만7409명)이 약 5500만원씩 나눠가질 수 있는 큰 돈이다.

하지만 이 현금도 임금 인상의 재원이 되긴 어렵다. 매달 돌아오는 카드 결제일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당장 통장에 100만원이 있더라도, 월말에 카드값 200만원이 빠진다면, 100만원은 사실상 내 돈이 아니다. 현대중공업도 현금(1조4819억원)보다 당장 연내 금융기관에 갚아야할 돈(단기금융부채 3조6086억원)이 2배 이상 많다. 게다가 현금흐름표 상 영업활동 현금 흐름마저 적자(-8570억원)다. 당장 현금이 들어올 일도 없다는 의미다.

둘째, 노조는 비업무용 자산을 팔아서 재원으로 쓰자고 주장한다. 현대중공업은 2200억원대의 매각 가능 주식과 수백억원 안팎의 골프회원권·토지·사외건물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쉽게도 이 자산을 전부 매각해도 당장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돈(3조6086억원)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셋째, 선박 매각 건의 경우 노조는 “지난해 대손충당금(8548억원)을 쌓았으니, 이제 배를 팔기만 하면 현금이 생긴다”고 봤다. 하지만 배를 팔아 돈이 생기더라도 경제적 실질은 손실이다.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대주주가 재무적 손실의 책임을 지고 사재를 출연하라는 주장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정몽준 이사장은 이익이 나지 않았던 2014년~2015년에는 배당금을 받지 않았다.
 
▶관련기사 “이번엔 누가 나가나”…불면의 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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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철
경제부문 기자

결국 “우량 기업이니까 쌈짓돈 좀 풀라”는 노조의 주장은 안타깝게도 근거가 없어 보인다. 다른 때라면 몰라도 구조조정의 태풍이 몰아치는 올해는 머리띠를 풀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 상생의 방안을 찾는 게 순리다.

문희철 경제부문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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