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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바마의 성급한 히로시마 방문 유감스럽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한다고 미·일 정부가 공식 발표했다. 일본 미에(三重)현 이세시마(伊勢志摩)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원폭(原爆) 피해의 상징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연설이나 성명을 통해 핵 없는 세상에 대한 비전을 밝힐 예정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현직 국무장관으로서 처음 히로시마에 간 데 이어 현직 대통령까지 히로시마를 찾는 셈이다.

일본은 핵무기의 가공할 위력을 경험한 유일한 나라다. 1945년 8월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長崎)에 투하한 두 발의 원폭으로 순식간에 21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중에는 2만 명의 조선인도 포함돼 있다. 그걸로 태평양전쟁은 끝났지만 핵 공격 결정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피폭의 참화(慘禍)를 초래한 원인 제공자는 일본 자신이란 사실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제국주의적 침략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원폭의 피해자이기 이전에 가해자인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지난날의 잘못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나 사과 없이 군사대국화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확보를 통해 전쟁을 할 수 있는 정상국가로 탈바꿈한 데 이어 개헌을 통해 ‘평화헌법’의 굴레마저 벗어 던지려고 하고 있다.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은 자칫 일본의 피해자 이미지만 부각시킴으로써 진짜 피해자인 한국·중국 등 주변국들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히로시마 방문 결정은 성급하고, 유감스럽다.

백악관은 “이번 방문이 1945년 원폭 투하에 대한 사과의 의미는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다. 오바마는 연설이나 성명에서도 사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단어나 문구는 최대한 피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 여론은 그의 히로시마 방문 자체를 사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벌써 일본 언론은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을 ‘역사적 사건’이라며 대서특필하고 있다. 전범국이 피해자로 둔갑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일 정부나 언론은 아전인수(我田引水) 식의 억지 해석이나 과도한 의미 부여를 자제해야 할 것이다.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과 자신의 하와이 진주만 답방으로 전후 체제를 청산하고, 미·일 동맹을 새로운 반석 위에 올려놓겠다는 것이 아베 신조의 의도일 것이다. 그것이 국내 정치적으로도 유리하다고 봤을 것이다. 오바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부합한다고 보고, 국익을 위해 히로시마행을 결심했을 수 있지만 아베의 장단에 놀아나는 꼴이 될 수 있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명백한 사과와 반성 없이 전후 체제의 완전한 청산은 어렵다는 점을 미·일 지도자는 알아야 한다.

북한의 핵무장으로 한반도에는 핵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오바마가 히로시마에서 밝힐 핵 없는 세상에 대한 비전에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구상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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