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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운 추락 때, 비상벨이 안 울렸다

“기업으로서 존속할 수 있다.”

현대상선의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지난 3월 10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의 결론이다. 그런데 현대상선은 불과 8일 뒤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했다.

채권단이 회사를 실사하는 과정에서 “용선료(선박 임대 비용) 인하 협상에 성공하지 못하면 법정관리로 가야 한다”는 실상이 드러났다.

그제야 신용평가사는 B-(원리금 지급확실성 부족)였던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을 부랴부랴 깎아 최하등급인 D(채무불이행)로 내렸다. 그전까지 ‘매수’ 또는 ‘보유’ 투자의견을 냈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침묵했다. 그 사이 현대상선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회계법인과 증권사 보고서를 믿었던 투자자만 피해를 봤다.

자본시장에서 기업을 감시해야 할 세 마리 감시견인 회계법인·신용평가사·애널리스트가 존 탓에 기업 부실을 키운 셈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비상벨’을 울리기는커녕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뒷북 대처’에 급급했다. 이는 한진해운·대우조선해양 같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도 똑같이 되풀이됐다.

김상조(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이들의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로 부실 기업이 회사채 발행으로 연명할 수 있게 돼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이달 4일 조건부 자율협약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감사보고서도 현대상선과 다르지 않다. 외부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은 “기업으로 존속 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지난해 1월~올해 5월 내놓은 한진해운·현대상선 보고서 107개(한진해운 93개, 현대상선 14개) 중 ‘매도’ 의견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대우조선은 허술한 감시 시스템이 집약된 사례다. 신용평가사는 지난해 7월 5조원대 부실이 드러나고 나서야 대우조선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우량등급(A-)에서 투기등급(BB+)으로 낮췄다. 안진회계법인은 올해 3월 뒤늦게 ‘회계 추정 오류’였다며 2조4000억원의 손실을 2013~2014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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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감시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평가 대상 기업으로부터의 독립성 확보가 큰 숙제다. 회계법인·신용평가사가 같은 기업에 대해 기업 평가와 컨설팅을 동시에 해준 뒤 수수료를 이중으로 받는 관행이 대표적이다.

김상조 소장은 “평가 대상 기업에 대해서는 컨설팅을 할 수 없도록 이해상충 방지 규정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분식회계를 방조해도 벌금 몇 억원만 내면 끝나는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라 고 강조했다.

이태경·이승호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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