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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회계법인, 1년 늦게 2조 손실 반영하며 “오류였다”


조선·해운 구조조정 비상벨이 안 울렸다

‘대우그룹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Alarm bells ringing for the Daewoo Group)’.

대우그룹 해체의 신호탄이 된 1998년 10월 당시 노무라증권 고원종 애널리스트(현 동부증권 사장)의 보고서 제목이다. 대우그룹이 회사채 상환을 못해 유동성 위기에 빠질 우려가 크다는 내용이었다. 보고서가 나오자 투자자는 썰물처럼 대우그룹 주식과 채권을 매도했다. 정부도 대우그룹 구조조정에 속도를 냈다. 대우그룹 해체가 적절했는지를 떠나 노무라증권의 보고서는 지금까지도 애널리스트의 소신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회자된다.

그러나 18년이 지난 지금, 그때처럼 기업에 대해 솔직한 소신을 드러내는 애널리스트는 찾아보기 어렵다. 조건부 자율협약에 들어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낸 보고서가 한 건도 없다는 게 달라진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증권사의 ‘뒷북 평가’가 고질적인 관행으로 굳어졌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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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원인은 기업의 압박이다. 지난 3월 불거진 하나투어의 ‘애널리스트 탐방 금지’ 논란이 대표적이다. 교보증권 애널리스트가 하나투어의 목표주가를 20만원에서 11만원으로 내리자 하나투어 측에서 “기업 탐방을 못하도록 하겠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증권사가 기업분석 보고서를 내면서 해당기업을 상대로 소매영업을 하고 있는 현실이 소신 보고서를 막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형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영업파트에서 해당 기업으로부터 채권인수·주식발행 업무를 따내야 한다는 의견을 전하면 매도의견이나 목표주가 하향 보고서를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투자자 사이에서는 증권사와는 별도로 독립성을 갖춘 리서치회사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독립성이 부족한 건 신용평가사나 회계법인도 마찬가지다. 금융권에서는 “기본적으로 기업으로부터 평가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내는 구조이다 보니 기업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회계법인의 경우 지난해 5조원대 부실이 한꺼번에 드러난 대우조선 사태를 계기로 ‘회계절벽’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된다. 회계절벽은 조선·건설과 같은 수주산업에 속한 기업이 회계장부상 몇 년간 이익을 보다가 갑자기 거액의 손실을 장부에 반영해 투자자에게 큰 피해를 주는 행위를 말한다.

책임론이 불거질 때마다 회계법인들은 “해당 기업이 정보를 주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대우조선 사태를 보면 이런 해명을 쉽게 믿을 수 없다. 안진회계법인의 담당 임원은 지난해 9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 부실감사 지적에 대해 “회계감사 기준에 맞춰 적합하게 감사했다. 대우조선의 손실은 과거의 부실이라기보다는 2015년 발생한 부실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6개월 뒤인 올해 3월 안진회계법인은 스스로 말을 뒤집었다. ‘추정오류’였다며 2조4000억원의 손실을 2013~2014년 대우조선 실적에 뒤늦게 반영해 흑자를 적자로 바꿨다. ‘계속기업 존속 여부’에 대해서도 불투명하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안진 측이 부실감사 혐의를 피하기 위해 잘못을 뒤늦게 인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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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사에 대해서는 국제 신용평가사에 비해 국내기업에 지나치게 후한 신용등급을 준다는 비판이 많다. 국내 신평사로부터 A등급을 받은 대기업 중 상당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무디스 같은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B등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평가기관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에 빠진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회계법인과 신용평가사와 평가 기업의 짬짜미였다”며 “한국도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기업 평가시스템을 바로잡아야 경제 위기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이승호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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