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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계건축상 수상 곽희수 "좋은 건축은 개인과 공공의 이익을 조화시켜야 한다"

장동건·고소영 주택으로 '세계건축상' 받은 곽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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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어느덧 4시간째에 접어들고 있었다. 창밖이 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26일 세계건축상 수상을 계기로 그의 한남동 사무실로 찾아간 날이었다. 건축가 곽희수(49·사진)가 생각하는 건축, 그가 만든 작품 설명, 과거 에피소드 등을 거쳐 대화 주제는 ‘호모 루덴스’, 즉 놀이하는 인간으로 넘어갔다. 최근 마무리한 작품 ‘유 리트리트’를 설명하며 “사람은 잘 놀면서 살아야 한다. 놀아야 인간이다. 논다는 것, 쉰다는 것은 철저하게 주체적인 행위다. 남이 대신 해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치열하게 ‘놀았다’. 한때는 록 음악에 빠져서, 그다음엔 건축에 빠져 놀았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더 주체적으로 놀았다. 인터뷰를 마친 후 사무실 옥상에서 사진을 찍었다. 옥상에서 바라본 도시는 다채로웠다. 그의 뒤로 집과 빌딩들, 분주하게 거리를 지나는 사람과 자동차가 보였다.


개인 소유 건물이라도 외관은 공공의 것
정선 원빈 집, 외진 시골을 명소로 바꿔
첫 작품은 신승훈과…“록으로 의기투합”


집은 어지러운 세상에서 벗어나 쉬는 곳
우리의 습속 담은 한국적 리트리트 추구
본지 칼럼 ‘단편 도시’ 새로운 시각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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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리 주택
경기도 가평 신천리에 있는 장동건·고소영 부부의 집. 2013년 완공. 세계건축상을 수상했다. 중정(中庭. 건물 가운데 위치한 정원)을 중심으로 방을 배치했다. 각 층에서 주변의 자연을 끌어들이는 구조다.


세계건축커뮤니티(World Architec ture Community)는 곽희수 이뎀도시건축 대표가 제22회 세계건축(World Architecture, WA)상 수상작으로 뽑혔다고 지난달 19일 발표했다. 수상작은 경기도 가평 설악면에 있는 배우 장동건·고소영 부부의 ‘신천리 주택’이다.
 
2008년 설립된 세계건축상은 완공, 계획, 학생 부문으로 나뉘어 1년에 세 차례씩 개최되며, 신천리 주택은 완공 부문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건축가, 비평가, 학자, 건축잡지 편집자 등으로 구성된 명예회원의 투표로 뽑은 10개 수상작과 세계건축커뮤니티 회원들의 평가로 선정한 5개 수상작에 모두 포함됐다. 선정 기준은 얼마나 동시대를 날카롭게 표현했는가, 대안을 제시했는가, 얼마나 흥미로운가 등이다. 건축가 곽희수는 江南通新에 연재하는 칼럼 ‘단편 도시’를 통해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국무총리상·한국건축대상 등 매년 굵직한 국내상을 받았다. 이번엔 세계건축상이다.
“나는 홍익대를 졸업하고 쭉 국내에서 일해 온 순수 국내파 건축가다. 한국에서 배우고 익힌 건축을 한다. 그런데 그 건축이 다른 문화권 외국인들과 소통했다는 얘기다. 세계와의 거리감이 좁혀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계건축상을 받은 장동건·고소영 집의 특징은.

“누군가는 그 집을 전원주택이라고 부르던데 그 집은 전원주택이 아니다. 나는 교외주택이라고 부른다. 강남에서 30분 거리다. 도시에 살면서 세컨드 라이프를 위해 만든 집이다. 가평 신천리 산마루에 위치한 그 집은 주변이 다 산이다. 절경이다. 그런 절경을 어떻게 건축에 담을 것인가를 가장 고민했다. 그래서 집의 각 부분이 외부로 뻗어 나가 자연과 더 가까이 닿을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가수 신승훈, 배우 원빈의 집도 건축했다. 원래 연예인들과 친분이 있었나.

“대학 졸업 후 건축사무소에서 3년 동안 일하다가 이뎀도시건축을 세워 2003년 독립했다. 독립 후 첫 완공 작품이 신승훈의 빌딩이었다. 당시 새로 사무실을 차리고 신사동에 5층 빌딩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 옆에 유명 사진작가 윤준섭의 건물이 있었다. 그가 신승훈을 소개시켜줬다.”

-갓 독립한 건축가에게 빌딩 건축을 맡기다니, 신승훈과 잘 통했나보다.

“신승훈과 몇 번 만나 음악 이야기를 하며 ‘우리에게는 록의 피가 흐른다’며 의기투합하고 술도 마시고 했다. 가설계를 보여달라고 하기에 ”그건 곤란하다. 나 곽희수다. 누가 신승훈에게 오디션 보라고 하나. 나도 마찬가지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계약서를 썼다. 신승훈씨는 톱스타고 나는 무명 건축가였는데 말이다.(웃음)”

-장동건·고소영 집을 건축하게 된 과정도 궁금하다.

“신승훈의 소개로 고소영을 만났다. 내가 구상한 그의 집을 스케치로 그리며 설명하는 걸 보더니 바로 계약하자고 했다. 고소영은 성격이 칼 같은 데가 있고 미적 감각이 뛰어나다. 2007년 청담동 고소영 건물 ‘테티스’를 만들었고, 2011년 장동건·고소영 부부의 신천리 주택을 설계하게 됐다.“
 
-건축 회사 생활 3년 만에 독립한 이유는.

“미대 못 가고 건축과 간 게 속상해서 처음 3년 동안은 학교에 거의 가지 않았을 정도로 건축에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프랑스 유학파 교수가 내 작품을 보더니 어디 숨어있다가 나타났느냐며 엄청나게 칭찬을 했다. 칭찬을 받으니 신이 났다. 그때부터 집에도 안 가고 학교에서 먹고 자면서 미친놈처럼 건축을 했다. 르코르뷔지에, 미스 반데어로에, 루이스 칸 같은 세계 건축 거장들의 작품과 공간에 대한 해석을 읽고 따라 그리기도 하면서 ‘아, 건축이 정말 멋지다’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대학 졸업 후 들어간 건축 사무소는 내가 꿈꾸던 모습이 아니었다. 인간의 보편성, 건축이 지향해야 할 미래는 그들의 관심이 아니었다. 오직 돈 버는 것만 생각하는 게 싫었다. 그래서 독립했다.”

-그렇다면 당신이 하는 건축은 어떤 건가.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중재하고 조화시키는 건축이다. 건축주의 이익에 충실하면서도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는 방법을 찾는다. 세계 건축계를 리드하는 건축은 다 그렇다.”

-개인 소유의 건축이 공공의 이익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건가.

“건축물의 내부는 개인 소유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그 외관은 공공의 것이다. 건축물을 보면서 사람들은 낭만을 느낄 수 있고, 생각하는 방법에도 영향을 받는다. 도시를,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할 수도 있고, 그 지역의 성격을 바꿀 수도 있다. 강원도 정선의 원빈 집은 42번 국도변에 바싹 붙여서 지었다. 건물이 처음 지어질 당시 그곳은 알려지지 않은 외진 시골이었다. 이 집이 들어서고 나서 이 지역이 덩달아 유명해졌다. 어떤 이들은 원빈 집이 있는 42번 국도를 지나면서 ‘드디어 그 집이 보인다. 가슴이 뛴다’고 한다. 그렇게 건축이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 수도 있는 거다. 강남통신에 쓴 칼럼에서 난지 캠핑장에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도, 선릉에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공중보행로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업용 빌딩을 만드는 건 건축주가 빌딩 임대료를 받기 위해서 아닌가.

“그 빌딩을 사람들이 좋아할수록 임대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고소영의 청담동 건물 ‘테티스’는 1층에 필로티를 세워 빈 공간을 만들었다. 강남 한복판에서 보기 힘든 구조 덕분에 이 빌딩이 화제를 모으며 더 많이 알려졌다. 가장 임대료가 비싼 1층을 빈 공간으로 두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이 건물의 지하 1층과 지상 2층 모두 1층 못지않은 임대료 수익을 올리고 있다. 청주 ‘에프에스원’이라는 빌딩은 2층에 커다란 계단을 설치했다. 누구나 그 계단에 앉아 도시의 풍광을 맘껏 즐길 수 있다. 2층의 상업 공간을 없앴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더한 거다. 용적과 면적을 다 채워서 외부인이 접근을 막는 건축은 좋은 건축이 아니다. 그런 ‘욕심스러운’ 건축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건축 의뢰 많이 들어오고, 돈도 많이 벌었겠다.

“별로 그렇지는 않다. 의뢰는 많이 들어온다. 하지만 도시와 사람에게 필요하지 않은 건축이라면 내가 안 한다.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다. 가끔 일이 없을 때면 사무소 직원들이 ‘타협하자, 직원 월급 준다고 생각하자’고 한다. 그런데 내가 수용을 못 한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열쇠 받아서 화장실 가게 만드는 공간이다. 임대 수익을 높이기 위해 1층을 작게 쪼개다 보면 화장실을 외부로 빼야 한다. 건축주와 의견 충돌 때문에 계약금 돌려주고 포기한 적도 있다.”

-건물 외관을 모두 회색 콘크리트로 마감했다.

“노출 콘크리트 공법이다. 이 공법을 고집하는 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콘크리트는 인간이 사용하는 건축 자재 가운데 가장 친환경적이다. 자연에서 나오는 거다. 오히려 내·외부에 본드로 벽돌이나 나무나 철을 붙이고 페인트를 칠하면 그만큼의 유해 물질을 사용하는 거다. 또 노출 콘크리트는 건축가로서 진검 승부, 맨몸 승부다. 건축의 구조 자체로 승부하는 거다. 콘크리트는 또 회색의 중성적인 소재다. 그래서 주변 경관이 들어올 여지가 많다. 건물을 완성하는 건 주변 자연과 경관이다. 건물이 마지막까지 표현해 버리면 주변이 들어올 여지가 없어진다. 가령 가평의 장동건·고소영 집을 보자. 주변이 산이다. 자연의 나무와 돌보다 더 멋진 마감재가 있을까. 그 집 외피를 인공의 나무나 벽돌로 장식한다는 거 이상하지 않나.”

-건축적 예술적 재능을 누구에게 물려받았나.

“가족 중에 그런 쪽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아버지는 공장을 운영하셨고 어머니는 평범한 주부셨다. 아버지는 우리 삼형제에게 생각과 말의 뿌리와 근원을 놓치지 말라고 항상 강조하셨다. 형은 ING생명 곽희필(50) 부사장이고, 동생 곽희문(47)은 케냐에서 선교사로 일하며 그곳 아이들을 위한 고르고초 엘토토(El toto) 학교를 만들어 봉사하고 있다.”
 
-요즘 건축 중인 작품은.

“최근 홍천 계곡에 부티크 디자인 리조트 건축을 끝냈다. 나는 그곳을 ‘유 리트리트’라고 명명했다. 내가 생각하는 집에 대한 철학을 담았다. 집은 리트리트하는 공간이다. 리트리트라는 건 피정(避靜), 어지러운 세상에서 벗어나 쉰다는 뜻이다. 자연을 느끼고 즐기고 바라보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미국 영화감독 존 포드처럼 20단어로 자신을 설명한다면 ‘나는 한국적 리트리트를 만들어 내는 건축가다’라고 말하고 싶다.”

-건축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마디.

“실업률도 높아지고 세상 살기 힘들다고들 한다. 세상 탓하는 후배들 많이 본다. 그런데 창작은 그런 게 아니다.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던 고흐가 자신이 살던 동네를 그린 명작을 남겼고, 모네는 루앙 성당을 그려 건물은 짓는 순간 완성되는 게 아니라 빛과 자연과 사람의 시각을 통해 달라진다는 걸 보여줬다. 조건을 불평하면서 시간을 보내선 안 된다. 자기만의 독특한 시각을 가지려 노력하고 관찰해야 한다. 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다른 직업도 많다. 시대정신을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창작은 주어진 조건을 자기화하는 것이다.”


건축가 곽희수의 주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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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하우스  배우 원빈의 집. 경기도 정선 42번 국도에 있다. 마당·구들장 등 전통 한옥의 공간을 갖춘 현대적 공간 디자인을 보여준다. 2008년 완공. 한국건축문화대상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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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교회  김포 신도시에 있는 교회 건물. 십자가를 교회 꼭대기가 아닌 건물 가운데 배치했다. 아파트 공동체의 예배당이자 문화 공간이다. 2015년 완공.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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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에스원  충북 청주 도심지에 위치한 상업 공간으로 2층 계단에서 누구나 도시 풍경을 즐길 수 있게 했다. 2013년 완공.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과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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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리트리트  강원도 홍천 계곡에 있는 부티크 디자인 리조트. 자연 속에서 휴식과 치유를 통해 새로운 삶의 영감을 구하는 건축이다. 2016년 4월 완공.

글=박혜민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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