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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성과연봉제, 평가체계부터 제대로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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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일본 후지쓰는 승승장구하다 1992년 처음 적자를 냈다. 세키자와 다다시(關澤義) 전 회장은 당시 사보에 이렇게 썼다. “창조적 일의 평가는 시간을 얼마나 들이는가가 아니라 성과가 얼마나 났는가를 따져야 한다.” 딱 지금의 창조경제와 같은 취지다. 그리고 도입한 게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하던 성과주의다. 목표를 정해 철저한 상대평가로 성과에 따른 연봉제를 실시했다. 그런데 회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급기야 2001년에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냈다. 그해 후지쓰는 “대실패”를 선언했다.

이유가 뭘까. 평가제도에 있었다. 줄세우기식 상대평가 때문에 목표를 달성해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속출했다. 냉소와 불신이 퍼졌다. 생산성이 오를 리 없다. 결국 평가시스템을 확 뜯어고쳤다. 성과를 중시하되 직원의 납득성과 공평성을 가장 큰 가치로 삼았다. 공감 없는 제도가 빚은 참사를 치료하고자 내놓은 해법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0일 금융 공공기관에 대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압박했다. 하루 앞서 기획재정부도 같은 방침을 밝혔다. 소위 빈둥빈둥하는 ‘신의 직장’을 없애겠다는 거다.

성과를 중시하는 건 어느 정부,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근로자라고 다르지 않다. 지난해 ‘9·15 노사정대타협’ 당시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도 임금체계 개편에 공감했다. 성과를 도외시한 호봉제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한데 정부나 경영계가 놓치고 있는 게 있다. 대타협 당시 노사정은 임금체계 개편에 앞서 평가체계부터 확립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에 이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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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그런데 현실을 보자. 상당수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평가방식은 줄세우기식 상대평가가 주류다. 실적보다 윗선의 호불호와 같은 감정이 평가에 녹아들 여지가 많다. 이런 판에선 성과형 아이디어를 내기보다 시키는 거만 하는 게 나을 수 있다. 평가결과와 무관하게 승진하고, 임금을 더 받는 사람이 진짜 없는지 돌아볼 일이다. 이게 회사 내 무력감을 키운다. 호봉제만 탓할 게 아니다.

공공부문이 비효율적이라는 건 국민도 안다. 그렇더라도 찍어 누르듯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선 곤란하다. 지금보다 더 비효율적인 기관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굳이 실패한 후지쓰의 사례를 따라갈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불만보다 불안감을 없애는 게 우선이다. 그러려면 직원이 공감하는 평가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 오히려 성과형 임금체계보다 평가체계를 제대로 갖췄는지에 대한 채찍과 인센티브 전략이 먼저다. 선후가 바뀌어 빚어지는 참사를 감당해야 하는 건 결국 국민이기에 하는 말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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