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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일 4분 지났으니 민간인?…전역 당일 투신자살한 병사 '순직' 인정

군 복무 시절 선임병들로부터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하다 전역 당일 투신해 숨진 병사가 1년 9개월 만에 순직 처리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군 전역 당일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투신해 다음날 오전 0시 4분에 사망한 이모씨에 대해 국방부가 순직을 인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씨는 육군 탄약창 부대에 입대한 뒤 줄곧 부대 내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전역 당일인 2014년 7월 10일 오후 10시 50분쯤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신고를 받은 소방서 구급대는 이날 오후 11시 3분쯤 현장에 출동해 이씨를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병원 측에선 이씨가 병원에 도착한 시간을 기준으로 사망일시를 다음날인 11일 오전 0시 4분으로 확정했다.

이씨의 투신 사망사건에 대해 군 당국은 줄곧 사망일시가 전역일을 4분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군인이 아닌 민간인 신분으로 사망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이씨에 대한 전공사망 심사를 열지 않았고 당연히 순직 처리 또한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권위 직권조사 결과 이씨는 입대 이후 줄곧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렸고 정신적·육체적 고통으로 복무부적응을 호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이씨가 전역 당일 투신한 직접적인 원인이 군 생활 겪은 욕설과 가혹행위 때문이라고 결론내리고 국방부에 전공사망심사를 진행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직권조사를 통해 "이씨가 욕설·가혹행위에 지속적으로 시달린 것이 투신의 중요한 원인이고, 병원 도착 시간을 사망일시로 판단한 것은 부당한 측면이 있다"며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공사망심사를 하라"고 국방부에 권고했다.

국방부의 재조사 결과에서도 이씨가 부대 전입 후 최소 18회에 걸쳐 암기 강요 등 가혹행위에 이어 구타와 폭행을 당한 정황이 발견됐다. 실제 이씨의 복무 기록에는 5차례에 걸쳐 국군병원과 민간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은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이외에도 이씨가 병원에 도착해 사망했다는 확인을 받은 것은 전역일이 지난 시점이지만, 실제 사망시간은 전역 당일일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이씨는 전역일을 4분 지나 병원에 도착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사망추정시간은 그보다 훨씬 앞선다”며 “병원 도달 시점을 기준으로 사망 일시를 판단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국방부 또한 인권위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씨의 사망 당시 신분을 군인이라고 인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인사법 시행령은 구타나 가혹행위 때문에 사망한 사람에 대해선 순직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씨의 사망추정 시간을 근거로 이와 같은 시행령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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