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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비판하던 지도자들, 트럼프 유력해지자 말 바꿔


“트럼프는 우리의 존중을 받을 만 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 5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州) 예비경선에서 승리하며 사실상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 도널드 트럼프를 이렇게 띄워줬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런던 다우닝가 총리 관저에서 회담을 끝낸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다. “외국인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자”는 트럼프의 주장에 “그건 분열을 초래하고, 어리석고, 잘못됐다”고 독설을 날렸던 캐머런 총리의 발언은 이례적 상찬(賞讚)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트럼프를 겨냥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내가 이전에 (그의) 정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 건 분명 잘못한 일”이라며 지난 발언에 대해 사실상 사과했다.

‘미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를 대하는 전세계 지도자들의 태도가 변하고 있다. 미 CNN 방송은 “TV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 출신인 트럼프를 깎아내리고 조롱했던 세계 지도자들이 ‘뉴 노멀’(new normal)에 적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이전 공화당 대선 후보들과는 확연히 다른 트럼프의 방식에 점차 수긍하고 있단 얘기다.

지난 2월 트럼프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는 히스패닉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국경에 벽을 세우겠다”고 공언하자 “빌어먹을 벽을 세우는데 돈을 한 푼도 낼 수 없다”고 받아쳤던 비센테 폭스 전 멕시코 대통령도 꼬리를 내렸다. 그는 지난 4일 보수성향의 미국 온라인 매체인 브레이트바트(Breitbart)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너무 공격적이었다면 사과하겠다”면서 “용서는 인간이 가진 가장 훌륭한 덕목 중 하나다. 리더의 덕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은 겸손해야하고, 당신의 이웃을 사랑해야한다”며 훈수를 뒀지만, 발언의 수위는 한층 낮췄다. CNN은 이런 현상을 “트럼프를 향한 불만을 조용히 속으로 삼키거나, ‘트럼프 열차(Trump Train)’를 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트럼프는 그동안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에 대해 “중국이 미국을 계속 ‘강간(rape)’하고있다. 내버려두지 않겠다”라거나 “중국산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단단히 벼러왔다. 과거엔 러우지웨이(樓繼偉) 중국 재정부장이 나서 “비이성적”이라는 한마디로 응수했지만 최근엔 “중·미의 무역과 산업 협력은 서로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윈-윈(win-win)이 돼야한다”(4일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며 수습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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