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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전함 털고 교회 앰프 훔치고…몸살 앓는 종교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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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4일 오후 8시쯤 서울 강북 지역 한 사찰에 트레이닝복을 입은 복면의 괴한이 침입했다. 대웅전을 찾아 들어간 괴한은 바지춤에 숨겨온 60~70㎝ 길이의 우산대를 꺼냈다. 우산대 끝에 접착면을 바깥 방향으로 해서 테이프를 감은 그는 대웅전 가운데로 다가갔다.

그의 앞에 놓인 것은 신도들이 시줏돈을 놓고 가는 불전함이었다. 불전함 투입구에 우산대를 쑤셔넣은 그는 테이프에 붙어 나오는 지폐를 챙겨 주머니에 넣었다. 같은 방식으로 산신각 불전함 속 현금을 챙긴 그는 사무실 책상서랍에 있던 기왓장 시줏돈까지 수백만 원을 챙겨 달아났다.

보안설비가 허술하고 외진 곳에 위치한 사찰이나 교회 등 종교시설을 노리는 절도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3년 1678건, 2014년 1258건, 지난해 1422건 등 매년 1000건 이상씩 발생하고 있다. 주로 도심지에 있는 교회나 성당보다 외진 산속에 있는 사찰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매년 부처님 오신날을 전후해 경찰이 사찰 주변 범죄예방 특별 방범활동을 벌일 정도다.

수법도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다란 도구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지난 3월 제주 서귀포시 한 동굴 내에 놓인 불전함을 털다 붙잡힌 함모(39)씨는 기다란 철사 끝에 테이프를 붙이는 방식으로 36차례나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 1월엔 전남 순천의 한 사찰에서 불전함에서 70만 원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힌 김모(51)씨는 쇠꼬챙이를 이용했다. 우선 불전함에 다가가 동전을 떨어트려 소리를 듣고 지폐가 많이 들어 있는지 확인한 다음 쇠꼬챙이로 불전함 경첩을 뜯어내는 방식이다. 그는 이 방법으로 경기 가평군, 전북 정읍시 등 전국의 사찰 12곳에서 600여 만 원의 현금을 훔쳤다.

2월에는 대구 남구 앞산의 한 사찰에서 불전함을 거꾸로 들고 흔들어 현금을 빼내려 한 정모(58)씨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종교시설에선 불전함에 든 시줏돈을 매일 수거하지 않다 보니 절도를 당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며 “설사 절도 피해를 입어도 신자들 눈이 있어 신고를 꺼려하는 분위기마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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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지에 있는 교회나 성당이 범행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난 1월 서울 동작구 사당동 소재 한 교회에서는 40대 남성이 앰프를 훔쳤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3회에 걸쳐 교회 음향기기를 훔쳐 중고악기상에 팔았다.

지난 3월에는 동대문구 제기동의 한 교회에 침입한 서모(28)씨가 100여 만 원이 든 헌금함 2개를 통째로 훔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종교시설 특성상 보안이 허술해 현대판 ‘장발장’들이 기승을 부릴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하지만 지나치게 보안을 강화하면 종교시설의 순기능이 사라질 수 있어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일러스트 김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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