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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유럽 홀린 몸빼바지 할매 막춤, 그게 진짜 예술”

위암 걸렸던 할매가 펄펄 날아다녀, 살이 쪘다니깐. 40대 아저씨는 춤이 좋아 오줌을 쌀 정도래. 다들 미친거지, 크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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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파리 ‘테아트르 드 라 빌’ 공연 장면. 교복을 입은 안은미가 관객과 같이 춤추고 있다. 차기작으론 시각 장애우와 협업을 구상 중이다. [중앙포토]


‘빡빡머리 무용가’ 안은미(53)가 유럽을 휘젓고 있다. 할머니·중년 남성·10대 청소년 등 일반인을 무대 위에 세운, 이른바 ‘땐스 3부작’이 유럽서 폭발적 반응이다.

지난해 9월 현대예술의 최전선 파리 ‘테아트르 드 라 빌’에 몸빼바지 입은 할머니의 등장은 서곡에 불과했다. 올해 4월 말까지 프랑스 7개 도시, 스위스 4개 도시를 돌며 특유의 ‘막춤’을 전파했다. 오는 7월엔 아예 파리 시민 90명을 무대 위로 올릴 참이다. 11월 독일 투어 등 2018년까지 유럽 스케줄이 빽빽하다.

지난달 그는 주 프랑스 한국대사관이 선정하는 ‘2016 한불 문화상’을 수상했다. 그의 ‘막춤’이 K아트의 확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서다. 프랑스 르 몽드지는 “안은미의 춤은 급변하는 한국사회를 응축하고 있다”고 대서특필했다. 분홍색 옷만 입은 채 혀를 삐죽 내밀고, 툭하면 가슴을 드러내며 몸을 흔드는 이 엽기적인 여성에게 왜 유럽은 열광하는 걸까. 잠시 한국에 들어온 ‘월드 아티스트’ 안은미를 4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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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는 인터뷰장에 스쿠터를 몰고 나타났다. “복잡한 서울에선 기동성이 최우선”이라며 헬멧을 벗고는 익살스런 표정을 취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일반인과 합작이 흥미롭다.
“‘땐스 3부작’은 노년·중년·청소년이라는 각 세대별 스토리다. 사전 리서치 기간이 석 달 정도다. 예를 들어 할머니가 출연하는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는 강원도·충청도 등 지방을 돌아다니며 할머니의 몸짓과 말을 영상에 담는다. 몸에 대한 일종의 보존·기록 작업이라고 자부한다. 그걸 토대로 안무를 짠다. 작품은 3부다. 1부가 프로페셔널 무용수의 시간이라면 2부에선 영상을 틀고, 마지막 3부에 할머니가 등장해 듣도 보도 못한 동작을 취한다. 커튼콜 땐 관객까지 무대 위로 부른다. 난장판을 만든다.”
일반인 무용수는 어떻게 뽑나.
“오디션 없다. 공고를 내서 신청을 받거나 알음알음 소개를 받는다. 연령이라는 기준만 있다. 할머니는 본래 예순 살로 했더니 무슨 ‘언니’들이 오더라. 안 되겠다 싶어 일흔 살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나머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춤을 전공했건 안 했건, 몸치이건 박치인건 다 좋다. 심지어 다리를 절룩거렸던 분도 있었다.”
출연자별 실력차가 클 텐데 어떻게 훈련하나.
“훈련? 그런 거 없다. 공연 전날 모인다. 맥주 마시며 인사한다. 거기서 무대 등·퇴장 순서를 정한다. 어떤 노래 좋아하냐고 묻고, 그걸 배경으로 틀기도 한다. 나머지는 다 출연자 몫이며 즉흥이다. 정말로 펄떡거리는 ‘생춤’이다. 난 절대 가르치지 않는다. 예술은 티칭이 아니다. 그럼 너무 막춤 아니냐고? 그건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 나에겐 더한 아름다운 몸짓이 없다. 그게 진짜 예술이다.”
하지만 예술 체험이란 ‘특별함’이 있어야 하지 않나.
“떼로 추는 이런 막춤만큼 특별한 게 어디 있나, 크하하. 춤의 전문성을 거부하는 게 아니다. 단지 다른 궤도와 관점도 있을 수 있다는 거다. 특히 프로세니움 무대의 역사를 지닌 유럽에선 ‘무대란 아무나 서는 곳이 아닌, 신성한 공간’이라는 관념이 강하다. 그걸 내가 깨버리고 커튼콜 때 ‘에브리바디 컴 온!’을 외치니 관객이 어리둥절할 수밖에. 21세기가 뭔가. 경계의 해체다. 유튜브에선 소비자가 콘텐트를 만드는 공급자다. 무용수와 일반인, 무대와 객석이란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그런 의미로 일반인을 기용한 것인가.
“출발은 우리 엄마였다. 만날 고속버스춤 추면서 ‘나 잘 추지’ 하신다. 어느날 잘 춘다는 게 뭔지, 또 한국인의 춤이 뭔지 궁금해졌다. 돌이켜보니 우리에게 춤이란 해방공간이었다. 회식하다 노래방 가선 마지막에 댄스곡 틀면서 신나게 흔들지 않나. 일탈의 유일한 수단이란 소리다. 한국만큼 춤의 형식화·체계화가 공고하지 않은 나라도 별로 없다. 지금 당장 여기서 신내림을 받아 뿅가면서 출 뿐이다. 그런 원시성이 최근에 너무 사라졌다. 그걸 들추고 되짚고 기록하고 싶었다. 일종의 ‘몸의 박물관’ 작업이었다.”
왜 빡빡머리인가. 지금도 상체를 드러내나
“빡빡머리가 가장 어울리니깐. 지금도 물론 웃통 깐다. 하지만 이유가 있어야지, 아무때나 이 예쁜 가슴을 보여줄 수 있나. 2년 전 무릎 인대가 끊어져 전신 마취를 했다. 몸놀림은 예전만 못하겠지, 50대 중반이니. 하지만 아직 작두 탈 만하다. 정신적이든 체력적이든 프로 무용수라면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각오를 해야 한다. 일반적이면 어떤 관객이 보겠나. 목숨 걸어야 박수 받을 수 있다.”

글=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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