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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정훈, 모로코 핫산 2세 대회 제패…“왕 기념하는 대회서 왕씨가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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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정훈이 모로코의 왕자가 수여하는 칸자르라는 검을 물고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골프파일]


마지막 18번홀. 홀까지의 거리는 약 5m 였다. 내리막에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라인이어서 퍼트를 하기가 쉽지않아 보였다. 코스를 잘 아는 교민들은 “저기선 힘들어”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왕정훈(21·한국체대)은 놀랍게도 이 버디 퍼트를 집어 넣었다. 한국 남자골프의 기대주 왕정훈이 9일 (한국시간) 아프리카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의 다르 에스 살렘 로열 골프장에서 벌어진 유러피언투어 핫산 2세 트로피 대회에서 깜짝 우승했다.

왕정훈은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합계 5언더파로 나초 알비라(29·스페인)와 공동선두에 오른 뒤 연장 두번째 홀까지 가는 승부 끝에 유럽 투어 챔피언이 됐다.

전날까지만 해도 왕정훈의 퍼트는 잇따라 홀을 비껴갔다. 4라운드에서도 그의 퍼트는 홀을 외면했다. 그러나 까다로운 18번홀(파 5·573야드)에서 왕정훈은 5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공동 선두가 됐다.

18번홀에서 치른 연장 첫째 홀. 왕정훈은 내리막 15m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알비라도 버디를 잡아내면서 승부는 연장 두번째 홀로 넘어갔다. 왕정훈은 같은 홀에서 벌어진 두 번째 연장전에서 6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해 파에 그친 엘비라를 눌렀다.

왕정훈은 이번 대회 참가자격이 없었다. 그러나 대회 직전 갑자기 빈자리가 생겨 허겁지겁 북아프리카행 비행기를 탔다. 이 대회는 모로코 선왕인 핫산 2세를 기념하는 대회다. 주최측은 “왕을 기념하는 대회에서 ‘왕(王)씨’ 가 우승했다”며 기뻐했다. 왕정훈은 “왕이라는 성 덕분에 우승한 것 같다”며 웃었다.

왕정훈은 2주 전 선전 인터내셔널 우승자인 이수민(23·CJ)과 함께 유러피언 투어 출전권을 받게 됐다. 133위에 머물던 세계랭킹도 88위로 뛰어올라 안병훈(25·CJ·세계 24위)·김경태(30·신한금융·43위) 등과 올림픽 출전 경쟁을 벌이게 됐다.

라바트=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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