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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판 박세리’ 18년 만에 LPGA 잔혹사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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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여자골프 사상 LPGA투어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에리야 쭈타누깐(왼쪽)이 언니 모리야의 물 세례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쭈타누깐은 2013년 태국에서 열린 혼다 클래식 당시 마지막 홀 트리플 보기로 박인비에게 역전패했던 악몽을 씻어냈다. [LPGA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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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에리야 쭈타누깐(21)이 마침내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태국 선수가 LPGA투어에서 우승한 것도 그가 처음이다.

쭈타누깐은 9일 미국 앨라바마주 프래트빌의 로버트 트렌트 존스 골프트래일 캐피털 힐 세니터 코스에서 끝난 요코하마 타이어 LPGA 클래식에서 최종 14언더파로 양희영(27·PNS) 등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우승상금은 19만5000달러(약 2억3000만원).

태국 여자골프는 지난 20년 가까이 LPGA투어에서 번번이 한국 선수들에게 막혀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래서 태국여자골프의 LPGA투어 도전은 ‘잔혹사’ 로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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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US여자오픈 연장전
박세리, 맨발 투혼으로 추아시리폰 꺾어


태국 여자골프의 ‘잔혹사’는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세리(39·하나금융)가 ‘맨발의 투혼’ 을 불살랐던 1998년 US여자오픈. 태국계 미국인 제니 추아시리폰(39)이 연장 끝에 패하면서 태국의 험난한 역사가 시작됐다. 박세리는 당시 연장 20홀(18홀 라운드+서든데스 2홀)의 혈투 끝에 추아시리폰을 제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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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나비스코 챔피언십
송아리(태국계 한국인), 박지은에게 1타 차 패배


2004년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선 태국인 어머니를 둔 태국계 송아리(30)가 박지은(37)에게 1타 차로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후 태국은 LPGA 투어 역대 최연소인 11세의 나이로 2007년 혼다 타일랜드 본선에 진출한 에리야 쭈타누깐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쭈타누깐은 2011년과 2012년 미국주니어골프협회 최고의 선수로 뽑혔던 ‘골프 천재’였다. 당시에는 리디아 고(19)보다 더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태국 골프가 LPGA 투어에서 첫 승을 거두는 것은 쉽지 않았다. 2013년 쭈타누깐은 태국에서 열린 혼다 타일랜드에서 기회를 잡았다. 2타 차 앞선 채 마지막 홀로 들어선 쭈타누깐은 홈팬들에게 멋진 우승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호기를 부리다 다잡은 우승컵을 놓쳤다. 무리하게 2온을 시도하다 트리플 보기를 적어내면서 다잡은 우승을 놓쳤다. 당시 쭈타누깐은 언니 모리야(22)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쭈타누깐의 실수 덕분에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행운의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LPGA투어에 직행할 수 있었던 그는 2년 뒤인 2015년 LPGA투어 Q스쿨을 통해 간신히 미국 무대에 합류했다. 에리야 쭈타누깐의 본격 합류로 기대감이 커졌지만 태국은 이후에도 한국에 두 차례나 더 당했다. 2015년 바하마 클래식에서는 ‘역전의 여왕’ 김세영(23·미래에셋)이 연장 첫 홀에서 쭈타누깐을 제치고 우승했다. 우승 기회를 또다시 놓친 쭈타누깐은 이후 드라이버 입스(공포증)까지 겪으며 10연속 컷 탈락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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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HSBC 위민스 챔피언스
장하나, 포나농 팻럼에 4타 차로 우승


태국의 ‘맏언니’ 포나농 팻럼(27)도 그 동안 준우승만 3차례를 차지했다. 팻럼은 지난 3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또 한 번 우승 경쟁을 펼쳤다. 팻럼이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뽑았지만 7타를 줄이며 거침없이 치고 나간 장하나(24·BC카드)를 넘지 못했다.

쭈타누깐은 지난 4월 메이저 대회인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또다시 우승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너무 긴장한 나머지 마지막 3개 홀에서 3연속 보기를 적어내며 스스로 무너졌다. 절치부심한 쭈타누깐은 마침내 한 달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드라이버 입스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그는 마지막 18번 홀(파4·411야드)에서 드라이버가 아닌 2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다. 그런데도 페어웨이를 놓쳤다. 또 다시 2번 아이언을 꺼내든 그는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지만 칩샷을 핀 1m 옆에 붙였다. 여전히 3년 전 트라우마가 남아 있었던 쭈타누깐은 이민지(20)보다 먼저 퍼트를 해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그는 “마지막 퍼트를 앞두고 손과 발이 심하게 떨렸다 ”며 “앞으로 태국 선수들의 더 많은 우승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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