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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화수분’ 등에 업은 국책은행의 신용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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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윤
경제부문 기자

요즘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산은)과 수출입은행(수은)은 꼴이 말이 아니다. 부실 기업에 돈을 퍼주다 정부도 모자라 한국은행에 손을 벌려야 하는 처지다.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은과 수은이 대우조선해양·현대상선·한진해운 3사에 물린 돈(익스포저)만 20조원이 넘는다. 자산건전성은 빨간 불이 켜진 지 오래다. 산은의 ‘고정 이하 여신비율’은 5.7%로 시중은행 평균의 5배를 웃돈다. 고정 이하 여신은 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크거나 손실처리가 불가피한 채권을 말한다. 한마디로 떼일 가능성이 큰 돈이다.

일반은행이 이런 처지였다면 진작에 신용등급이 확 깎였다. 그러나 두 국책은행의 신용등급은 불변이다. 여전히 최고 등급인 ‘AAA/안정적’이다. 이유는 뻔하다. 든든한 뒷배가 있기 때문이다. 산은법 32조와 수은법 37조는 두 은행의 손실을 정부가 보전한다고 못박아 놨다. 빌려 준 돈을 떼이건, 수익성이 급락하건, 흥청망청 고임금·성과급 잔치를 벌이건 돈이 떨어지면 정부는 의무적으로 출자를 해야 한다. 말이 정부지 모두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는 셈이다. 물론 산은과 수은은 일반은행과 다른 특수은행이다. 산은은 기업 금융의 최후의 보루고, 수은은 공적 신용수출기관(ECA : Export Credit Agency)이다. 하기 싫어도 정부가 하라면 해야 하는 일도 많다. 때문에 정부가 두 은행의 손실을 보전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산은은 한계기업에 무작정 돈을 퍼붓다 부실을 더 곪게 했다. 수은은 본연의 수출 지원 업무가 아닌 구조조정에 손을 댔다가 건전성이 크게 훼손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국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부실 기업은 일반은행보다 구조조정 개시 시기가 2년 6개월이나 늦었다. 부실기업은 국책은행에 기대고 국책은행은 정부에 기댄 탓이다.

정부(세금)라는 화수분이 없었어도 두 은행이 이토록 여신 심사·관리에 소홀하고 방만하게 나랏돈을 썼을까. 현재 국회에는 산은·수은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무소속 류성걸 의원은 정부의 보전 의무를 완화하는 법안을 재작년에 발의했다. 전순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공익 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에 한해서만 정부가 보전하는 내용의 법안을 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일단 꺼야겠지만 이참에 국책은행에 대한 조건 없는 지원이 옳은지, 국책은행의 금융지원이 지나치게 비대한 것은 아닌지 정부가 곰곰이 따져봤으면 한다. 조선·해운산업만큼 국책은행 구조조정도 시급하다.

김태윤 경제부문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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