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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두 바퀴로 제주 한 바퀴…시속 20㎞로 달리니 느낌 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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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양천 지역에서 모인 ‘좋은사람들 라이딩 클럽’ 회원들이 지난 4월 25일 제주환상 자전거길을 달리고 있다. [제주=김성룡 기자]


제주도 해안도로에는 파란색 선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자전거로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제주 환상 자전거길’ 표시다. 제주도는 358억원을 들여 234㎞에 이르는 자전거길을 완성해 지난해 11월 개통했다. 지난달까지 3664명이 완주증을 받았다. 힐링의 섬 제주도를 자전거의 속도로 달리는 맛은 어떨까.

234㎞ ‘제주환상 자전거길’ 2박3일 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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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일요일 주말에 연차 1일을 더해 만들어 내는 마법의 휴가 ‘2박 3일’ 완주를 목표로 제주 환상 자전거길에 도전했다. 오로지 다리 힘만으로 두 바퀴를 굴려 제주섬 한 바퀴를 도는 느낌, 그건 자동차를 타고 달릴 때와 터벅터벅 올레길을 걸을 때의 그것과는 달랐다. 겨우 한 달, 하루 1~2시간 사이클 운동으로 바닷길 완주에 도전한 초보 라이더에게 제주의 바닷길은 색색의 빛과 소리, 삶의 향기를 보여줬다.

| 초보자는 바퀴 굵은 MTB가 안전
짐가방 등 합쳐 3일간 대여료 7만원
자전거길엔 파란 선, 1? 마다 이정표


◆첫날: 용두암∼무릉 65.6㎞(평균속도 22.5㎞/h)=4월 25일 월요일 정오쯤 제주공항에 내렸다. 자전거 대여업체 직원이 나와 용두암으로 안내했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은 보통 용두암에서 시작해 섬을 왼쪽으로 돈다. 용두암 근처에는 자전거 대여업체 10여 곳이 모여 있다.

종류별로 비치된 자전거를 타 봤다. 노펑크 자전거는 튜브가 없어 펑크가 나지 않지만 속도감이 떨어졌다. 산악자전거(MTB)는 바퀴가 굵고 두꺼워 비교적 안전하다. MTB를 선택하고 짐가방과 휴대전화 거치대를 빌렸다. 사흘간 대여료가 모두 합쳐 7만원.

용두암에서 출발해 제주공항 뒷길로 접어드는데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라이더들을 만났다. 이들과는 다음 날까지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했다. 이호테우해변에서 사진부 김성룡(42) 기자가 합류했다.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인 김 기자는 자신의 ‘애마’를 비행기로 모시고 왔다.

| 일주도로 달리며 제주 속살 만나
유채·라일락 향, 파도소리가 큰 힘
중간중간 불법 주차 차량이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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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귀도 앞 해변에서 말리고 있는 베트남산 한치.


제주 환상 자전거길은 일주도로(1132번 도로)를 축으로 중간중간 해안도로를 따라 도는 형태다. 파란색 선과 함께 1㎞ 단위로 이정표가 있다. 자동차와 함께 달리는 길은 ‘자전거 우선도로’, 차도와 구분된 자전거길은 ‘보행자 겸용도로’다. 문제는 자전거길 중간중간에 불법 주차한 차량들이다. 이들에 막히면 자전거는 차도로 가야 한다. 또 자전거길에는 차도에서 쓸려 나온 유리조각이나 작은 돌멩이도 많다. 라이더들은 자전거길보다 차도를 선호하고, 차량 운전자들은 이게 불만이다.

제주의 바닷길에는 빛과 소리, 향기가 있다. 노란 유채꽃이 스쳐가는가 싶더니 청보리밭이 눈앞에 쓱 나타난다. “처얼썩 처얼썩” 파도는 일정한 리듬으로 라이딩에 힘을 준다. 언덕길에선 꿩이 푸드득 날아오른다. 바람결에는 라일락 향기가 섞여 있다.

한림에서 고산으로 내려가는 길은 완만한 내리막이다. 2∼3분 페달을 밟지 않고도 시속 30㎞로 내달릴 수 있다. 차귀도 앞 해변에서는 한치를 널어 말리고 있다. 이놈들은 제주 바다에서 잡은 게 아니라 멀리 베트남에서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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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읍 무릉리의 폐교를 개조해 만든 제주국제 아트센터.


첫 목적지인 대정읍 무릉리에 도착했다. 숙소는 폐교를 개조해 만든 제주국제아트센터다. 미술교사 출신으로 오현고 교장을 역임한 백광익 선생이 꾸민 곳이다. 국내외 미술가들이 교류하고 아이디어를 나눈다. 무릉에선 바다에서 뜨는 일출과 바다로 지는 일몰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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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독특한 풍광인 돌담 사이를 달리는 라이더들.


모슬포항에서 신선한 회와 매운탕을 먹었다. “모슬포는 제주에서도 바람이 가장 센 곳이라 ‘못살포’라고 했어요. 근데 이곳에 영어교육도시가 뜨면서 외지인들이 몰려내려와 방을 못 구할 정도지요”라며 사람들은 달라진 세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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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길에 불법 주차한 자동차.


◆둘째 날: 무릉∼섭지코지 120.3㎞(평균속도 18.4㎞/h)=제주도를 거의 반 바퀴 돌아야 하는 죽음의 일정이다. 아무리 페달을 밟아도 속도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안장에 엉덩이가 배겨 지속적인 고통이 온다. 자세를 앞뒤좌우로 바꾸고 안장에서 일어서 보기도 하지만 그때뿐이다.

안덕계곡 근처 오르막에서 60대쯤 보이는 서양 여성이 퍼질러 앉아 있다. “아 유 오케이?” 했더니 “노 프라블럼. 생큐” 하며 웃어준다. 잠시 후 그분이 나를 휙 지나쳐 갔다. 오기가 발동해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중문’이라는 낯익은 지명이 나타났다.

올레길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7코스(중문∼서귀포)를 돌파한 뒤 쌍둥이횟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서귀포시장통에서 시작한 쌍둥이횟집은 푸짐한 회에다 돈가스·팥빙수까지 제공하는 물량작전으로 대박이 났다. 사장님을 잘 안다는 고희수씨는 “쌍둥이횟집 성공 비결은 작살에 있어요. 주인이 다금바리 있는 데를 귀신같이 알아 작살로 잡아 왔거든요”라고 귀띔했다. 지금은 다금바리·북바리 같은 고급 횟감은 보기도 어렵고, 작살로 고기를 잡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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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지코지 명물 휘닉스아일랜드 앞을 달리는 정영재 선임기자.


오후 4시쯤, 남원을 지날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얼굴을 타고 내려오는 빗방울을 혀로 핥았더니 ‘삼다수’ 맛이다. 두 시간 이상을 내쳐 달려 어둑어둑할 무렵 섭지코지의 휘닉스아일랜드에 도착했다. 일본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섭지코지의 명물이다. 성산읍내로 나갔더니 부동산 중개업소 간판에 전부 ‘신공항’이 붙어 있다. ‘제2 공항’ 특수로 섬은 또다시 들썩인다.

| 안장에 엉덩이 배겨 지속적인 고통
강풍에 자전거 흔들, 파도도 들이쳐
한 달 동안 몸 만들어 힘겹게 완주


◆마지막 날: 섭지코지∼용두암 70.8㎞(평균속도 17.9㎞)=아침부터 비바람이 몰아쳤다. 성산 일출봉을 지나면서부터는 오른쪽 바다에서 강풍이 불어와 자전거가 흔들릴 정도다. 파도는 방파제를 때린 뒤 자전거길로 넘쳐 들어왔다. 세화·김녕에서는 ‘해녀의 집’이 눈에 띄었다. 오늘처럼 시커멓게 날뛰는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게 그녀들도 얼마나 싫고 힘들었을까.

46㎞를 쉬지 않고 달려 함덕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식당에 들어가 고기국수를 시켰다. 손이 곱아 젓가락질이 제대로 안 됐다. ‘용두암 23.8㎞’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1㎞마다 바뀌는 숫자를 힘차게 외치며 달렸다. 막바지 깔딱고개를 넘어서니 제주항이 위용을 드러낸다. “쿵쾅쿵쾅, 뚝딱뚝딱.” 제주항은 시끄럽고, 부두 앞 도로는 확장공사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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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자전거길을 완주한 뒤 용두암 앞에서 인증샷을 찍은 김성룡 기자와 정 선임기자.


드디어 용두암에 골인했다. 총 달린 거리는 256.7㎞. 인증샷을 찍으려는데 휴대전화 전원이 켜지지 않는다. 방수재킷 주머니에 넣어뒀는데 비바람에 익사한 것이다.

2박3일간 시속 20㎞ 속도로 달리며 제주의 민얼굴과 속살을 만났다. 투자·개발·이주의 큰바람이 불고 있지만, 여전히 제주는 매력덩어리 섬이다. 만성 운동 부족상태인 50대 초반 중년이 한 달간 하루 1∼2시간 사이클 머신을 타며 몸을 만든 노력에 제주는 넉넉한 보답을 해주었다.
 
[S BOX] 스포츠안전재단 보험료 5000원 내면 5000만원까지 보상

맨몸으로 제주에 내려와도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인터넷에 ‘제주도 자전거’를 치면 자전거 대여업체가 좍 뜬다. 전기자전거를 비롯해 다양한 제품을 구비하고 있다. 초보자는 산악자전거(MTB), 경험자는 도로용 사이클이 알맞다. 대여료는 하루 2만원 안팎이다. 헬멧·짐가방·휴대전화 거치대 등도 빌려준다.

완주 일정은 1박2일부터 5박6일 이상까지 다양하다. 자신의 능력이나 일정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 꼭 완주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원하는 곳까지 갔다가 돌아오거나, 숙소 또는 정해진 포인트에 자전거를 거치해도 된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보내주면 대여업체에서 찾으러 온다. 숙소에 자전거를 ‘배달’시켜도 된다.

비행기나 배로 자전거를 실어오는 경우도 많다. 비행기로 부칠 경우 별도 비용은 들지 않지만 자전거 파손을 막기 위해 박스를 구매해야 한다. 헬멧과 선글라스는 필수다. 바람이 강하고 햇볕이 따가워 가능하면 긴팔 옷을 입는 게 좋다. 반팔을 입으려면 팔토시를 꼭 하고 선크림을 꼼꼼히 발라줘야 한다. 복장은 몸에 딱 붙는 옷이면 상관없고 신발은 가벼운 운동화가 좋다.

밤에 자전거를 타는 건 위험하므로 해가 지기 전에 숙소를 확보해야 한다. 자전거길 주위에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가 많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스포츠안전재단 보험도 드는 게 좋다. 일주일에 5000원만 내면 최고 5000만원까지 보상해준다.

제주=정영재 스포츠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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