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책 속으로] 악이 있어야 선이 돋보이기에…유럽문명은 마녀사냥을 했다

기사 이미지
마녀
주경철 지음, 생각의 힘
336쪽, 1만6000원

독일 바이에른주 밤베르크는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된 유서 깊은 도시다. 1237년 지어진 대성당, 1015년 주춧돌을 올린 미하엘스베르크 수도원, 1386년에 완성된 시청 등 고색창연한 건축물은 그 자체로 예술이다.

인간이 이룬 문화 향기가 그윽한 이 도시는 근대 초기에는 역설적이게도 비인간적인 마녀사냥이 극심했던 지역의 하나다. 1628년 이 도시의 시장이던 요한네스 유니우스가 당했던 마녀재판이 전형적이다. 남아있는 기록은 충격적이다. 마법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그는 당연히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자 강요당했음이 틀림없는 여러 증인이 나와 그를 마녀집회 참가자로 몰았다. 그러자 마녀재판소는 그를 고문했다. 너무도 고통스러워 혐의를 인정하면 꼼짝없이 마법사로 몰려 화형대에 오르게 된다. 이를 악물고 혐의를 부인하면 ‘악마의 도움을 받아 잘도 버티는 걸 보니 분명히 마법사다’라며 더 심한 고문이 이어진다. 버텨도 죽고 순응해도 목숨을 잃는다. 유니우스도 그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이런 어이 없는 잔혹극이 정의와 종교의 이름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됐다. 근대 이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온 이성·합리라는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

마녀사냥은 1400~1775년 유럽과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주로 여성인 10만 명 정도가 기소됐고 그 중 5만 명 정도가 처형된 대참사다. ‘홀로코스트보다 피해자가 많다’ ‘희생자가 900만 명에 이른다’라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인 지은이는 이런 광기의 역사가 인간이 이성을 바탕으로 세계를 바라보기 시작한 근대에 나타났다는 데 주목한다. 마녀사냥은 일시적 일탈이 아니라 문명 내부에서 필연적으로 자라나온 것이라고 지적한다. 종교와 국가가 최고의 신앙적 선과 법적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선 ‘마녀’‘악마’ 같은 악과 불의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런 비극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죄와 참회의 문명으로 규정되는 유럽 문명에서 유독 악의 세력을 상정하고 이를 제거하려는 강박증이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의 화두다. 증오의 마녀사냥이 이제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수 있는가?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