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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구조조정, 안철수가 총대 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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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논설위원

구조조정을 정치 공학적으로 풀면 계산서가 어떻게 나올까. 박근혜·안철수·김종인 중 가장 이득 볼 사람은 안철수다. 차기 대통령이 된다는 확신이 있다면, 안철수는 누구보다 구조조정에 앞장서야 한다. 무슨 수단을 쓰든 박근혜 정부가 임기 내에 구조조정에 성공하도록 돕는 게 백번 이득이다. 왜 그런가.

미리 쓰레기 청소 해놔야
차기 정권 때 웃을 수 있다


우선 손자병법 제3계 차도살인(借刀殺人)이 될 수 있다. 구조조정은 고통스런 작업이다. 보수 정권이 8년이나 미룬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약발이 듣기 전에 악 소리부터 난다. 대량 실직은 사회 불안으로 이어진다. 단기간 경제 침체를 피하기 어렵다. 오래 미룰수록 고통이 커지는데 지금은 한계까지 왔다. 온갖 원성과 질타가 쏟아질 것이다. 정권이 통째 흔들릴 수 있다. 이걸 박근혜 정부가 떠안게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남의 칼로 찌르기,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 아닌가.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좋은 예다. 그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란 구호로 집권했다. 백악관에서 르윈스키와 수컷본능에 푹 빠졌지만 칭송받는 대통령으로 마무리했다. 그의 재임 8년간 경제가 좋았기 때문이다. 정책이 신통방통한 것도 아니었다. 닷컴과 정보기술(IT) 열풍이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기 때문인데, 사실은 전전임인 레이건의 과실을 톡톡히 챙긴 결과이기도 했다. 레이건은 감세와 작은 정부, 민영화를 단행했다. 특히 강성 노조의 불법파업을 엄단했다. 자신을 지지했던 관제사 노조가 1981년 파업하자 1만여 명을 집단 해고하고 다시는 공직을 맡지 못하도록 했다. 공과 논란이 있긴 하지만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미국 경제의 불씨를 되살렸다. 클린턴은 여기에 땔감을 얹는 것만으로 자기 치세 기간을 즐길 수 있었다.

‘빅 배스(Big bath)’ 효과도 볼 수 있다. 빅배스는 묵은 때를 벗기듯 부실을 탈탈 털어내 전임자에게 몽땅 뒤집어 씌우는 것이다. 당장 회사는 큰 폭의 적자와 부실에 빠지지만, 신임 CEO는 부실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우리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검찰이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나라에선 더더욱 유용한 보신책이다. 가깝게는 대우조선해양의 정성립 사장이 좋은 예다. 그는 전임 고재호 사장 시절 감추고 눌러놨던 부실을 한꺼번에 까발려 지난해 5조원 넘는 손실을 회계장부에 적었다. 안 그랬다면 정 사장도 대우조선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안철수에겐 수권 자격을 증명할 기회이기도 하다. 안철수는 박근혜 대통령을 “경제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김종인은 그런 안철수를 “의사하다 백신 하나 개발한 사람, 경제 잘 모른다”고 했다. 그런 김종인에 대해 안철수는 반박 한마디 제대로 못했다. 이런 말대로면 경제는 박근혜<안철수<김종인 순이다.

안철수가 바보가 아니라면 지금 나서야 한다. 구조조정을 내가 책임지겠다, 자진해서 총대를 메야 한다. 방법은 아무래도 좋다. 정치적 상상력을 극대화하면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전권을 쥐는 방식도 있을 것이요, 대통령과 딜을 통해 국무총리로 지휘봉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당장 두 가지 이득이 더 생긴다. 경제를 모른다는 김종인의 말이 틀렸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다. 수권 능력을 키우고 검증받을 수 있다. 지금처럼 뒷짐지고 모범 답안만 읊조려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실패해도 용기와 책임감을 인정받을 수 있다. 백번 따져도 남는 장사다.

빅배스 효과는 저절로 따라온다. 이번 정권에서 쓰레기를 다 청소해놓으면, 다음 정권은 청와대에서 즐기기만 해도 경제가 저절로 좋아지는 기적을 맛볼 수 있다. 반대라면 임기 내내 구조조정과 실업·폭동·시위로 엉망진창이 된 나라를 추스르느라 스물네 시간 노심초사해야 할 것이다. 경제를 망친 대통령 소리는 부록으로 듣게 된다.

그러므로 누구든 자기가 다음 대통령감이라고 생각하는 이라면, 단지 대통령이 되는 게 목표가 아니라 대통령이 돼서 나라를 구하는 걸 목표로 삼는다면, 이번 구조조정에 먼저 깃발을 들고 나서야 한다. 대권 후보 여론 조사 1위 안철수라면 더더욱 놓쳐선 안 될 기회인 것이다.

이정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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