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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대 1 뚫었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한 방 날려준 레스터시티

만약 월트 디즈니가 이 시나리오를 봤다면 ‘너무 과장됐다’며 집어던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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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터시티가 창단 132년 만에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챔피언’이란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팬들이 레스터 시내 술집에서 환호성을 터뜨리고 있다. [레스터·방콕 AP=뉴시스, 레스터시티 홈페이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 홍보대사 앨런 버채널은 3일 레스터시티가 만화 같은 우승을 거두자 이렇게 말했다. 레스터시티의 ‘반전 동화’가 결국 ‘해피 엔딩’으로 끝나자 한 말이다. 프리미어리그 2위 토트넘은 3일 첼시와의 36라운드 경기에서 2-2로 비겼다. 이날 토트넘이 비기거나 지면 조기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던 1위 레스터시티(22승11무3패·승점 77)는 남은 2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토트넘(승점 70)을 물리치고 창단 132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창단 132년 만에 첫 EPL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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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은 제이미 바디(오른쪽)의 집에 모여서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레스터·방콕 AP=뉴시스, 레스터시티 홈페이지]


거스 히딩크(70) 첼시 감독은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클라우디오 라니에리(65·이탈리아) 레스터시티 감독이 전화를 걸어와 내게 5차례나 ‘고맙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공격수 제이미 바디(29·잉글랜드)의 집에서 토트넘-첼시전을 관전한 레스터시티 선수들은 우승이 확정된 뒤 서로를 껴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1884년 창단한 레스터시티의 최고 성적은 1929년 기록한 2위였다. 지난 시즌엔 14위로 간신히 1부리그에 잔류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날 “레스터시티의 우승확률은 5000분의 1에 불과했다. 스코틀랜드 네스호에 괴물이 생존했을 확률과 비슷한데, 레스터시티가 0.02%의 확률을 뚫어냈다”고 놀라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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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는 “스포츠 역사상 가장 경악스러운 스토리다. 1990년 마이크 타이슨이 무명복서 버스터 더글라스에 KO패 당했던 사건, 18세의 나이로 1985년 테니스 윔블던에서 우승한 보리스 베커(독일) 등과 견줄 만하다”고 전했다.

영국의 한 축구팬은 레스터시티 우승에 20파운드(3만3000원)을 베팅했다가 10만 파운드(1억6700만원)를 챙기는 횡재를 했다. ESPN에 따르면 유럽 3대 베팅업체가 레스터시티 우승으로 지급할 돈은 770만 파운드(128억원)에 달한다.

‘흙수저’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30년간 5개국 15개 프로팀을 지휘했지만 1부리그 우승을 한 번도 차지하지 못했던 라니에리 감독, 공장일을 병행하며 축구선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8부리그팀 출신 공격수 바디, 프랑스 빈민가 출신 미드필더 리야드 마레즈(25·알제리) 등이 주역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주전 경쟁에서 밀렸던 미드필더 다니엘 드링크워터(26·잉글랜드)는 음료수 이름 같다는 비아냥을 이겨냈다. 전설의 골키퍼 피터 슈마이켈(53·덴마크)의 아들 카스퍼 슈마이켈(30) 역시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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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에리 감독

덕장(德將) 라니에리 감독이 미생(未生)들을 똘똘 뭉치게 만들어 완생(完生) 스토리를 썼다. 라니에리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포레스트 검프(지적 장애인의 인간 승리를 다룬 영화)’ 같다. 천천히 대충 뛰는 레스터는 레스터가 아니다”라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레스터시티는 볼 점유율(44.7%·20팀 중 18위)과 패스 성공률(70%·20위)이 최하위권이지만, 한 발 더 뛰는 역습축구로 기적을 일궈냈다. 중앙수비 웨스 모건(32·자메이카)은 “레스터시티 선수들 같은 정신력을 본 적이 없다. 우리는 형제 같다”고 말했다.

레스터시티는 ‘공포의 다국적 외인구단’이다. 베스트11은 골키퍼 슈마이켈(덴마크), 수비수 대니 심슨(29·잉글랜드), 크리스티안 푸흐스(30·오스트리아), 모건(자메이카), 로베르트 후트(32·독일),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25·프랑스), 드링크워터(잉글랜드), 마레즈(알제리), 마크 올브라이턴(27·잉글랜드), 공격수 오카자키 신지(30·일본), 바디(잉글랜드)다. 11명 중 8명이 다른 국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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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분에 전 세계가 레스터시티를 응원하며 열광했다. 인구 33만명의 소도시 레스터시티는 단숨에 ‘미라클 시티’가 됐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50) 총리와 영국 팝스타 아델(28)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레스터시티에 찬사를 보냈다. 일본 신문들은 오카자키를 앞세워 레스터의 우승을 대서특필했다. 구단주 비차이 스리바다나프라바(58)의 조국 태국에서도 난리가 났다. 레스터시티 우승을 기원하는 법회를 열었던 승려들도 환호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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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터시티는 ‘축구에서 돈으로 우승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레스터시티의 주전 11명 이적료 총합은 2411만4000파운드(약 405억원). 올 시즌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24) 한 명의 이적료 2250만파운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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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주의 나라인 태국의 사원에선 승려들이 레스터시티의 배너를 걸어놓고 우승을 기원했다. [레스터·방콕 AP=뉴시스, 레스터시티 홈페이지]


라니에리 감독은 “돈이면 뭐든 다 되는 요즘 세상에서 모두에게 한줄기 희망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청춘들 역시 “흙수저로 콘크리트벽을 뚫는 것보다 힘든 일을 해냈다”고 입을 모았다.

마틴 오닐(64·북아일랜드) 전 레스터시티 감독은 “레스터시티의 기적은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 이 로망스(romance·연애 소설, 모험담)는 축구계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전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린·김지한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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