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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적극적 역할 필요" 밀어붙이는 유일호·임종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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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 넷째)이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 금융개혁추진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이틀 뒤 열린 언론사 경제부장 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은 국가적 위험요인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산은법 개정을 통해 한국은행의 출자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한 재정·통화정책의 조합이 필요하다.”(1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일호 “양적완화 유력한 아이디어
재정·통화정책의 조합 필요”
이주열 “안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임 “가장 급한 게 수출입은행 출자”
산업은행서 코코본드 발행도 추진


“중앙은행이 국가적 위험 요인 해소를 위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지난달 29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경제부총리와 금융당국 수장이 동시에 한국은행 역할론을 주문하고 나섰다. 구조조정을 위한 ‘지원사격’이 필요하다며 손을 벌리는 정부에 한은이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면서다. 정부가 현실론을 강조한다면 한은은 원칙론을 앞세운다. 양자가 어떤 지점에서 절충을 이룰지에 따라 향후 산업 구조조정의 모습도 달라질 전망이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달 29일 “국책은행 자본은행 확충은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며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활용하려면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파장이 커지자 이주열 한은 총재가 나서 “한국판 양적완화는 정부와 논의해봐야 한다”며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노력해보자는 뜻이며 안 하겠다는 얘기가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발권력 동원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해 당장 정부의 견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이런 한은에 정부는 재정만으로는 어렵다는 ‘메시지’를 다시 보냈다. 유 부총리는 1일 방송사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해 “구조조정 재원 마련은 하나의 방법을 쓰기보다는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 조합)가 돼야 한다”고 했다.

한은의 자금으로 구조조정을 지원하자는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서도 “유력한 아이디어로 정책 조합에 이런 내용이 들어간다”며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구조조정의 주무부처인 금융위도 거들고 나섰다. 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언론사 경제부장단과의 간담회에서 “필요하면 산업은행법 개정을 통해 한은의 출자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재차 한은에 손을 벌린 건 산업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막대한 재원을 재정으로 충당하기가 마땅치 않아서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거론되기는 하지만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해 편성 자체가 쉽지 않고, 편성이 되더라도 내년 예산부터 반영된다. 미국·유럽·일본 등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를 들고 나온 것도 이런 부담 때문이었다.

4일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첫 회의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이 주재하는 이날 회의에는 금융위, 한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관계자가 참석한다.

정부와 한은의 이런 입장을 감안하면 가장 먼저 논의될 수 있는 방안은 수출입은행 출자다. 현행법상 한은이 산업은행에 직접 출자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수출입은행엔 한은의 돈이 들어가 있다.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임 위원장 역시 “가장 급한 게 수출입은행”이라고 언급했다.

금융위는 한은의 부담을 줄여줄 대안도 검토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산은이 조건부 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코본드는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주식으로 변환되는 회사채다. 코코본드가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을 경우 한은이 코코본드를 인수해 산은의 자본을 늘릴 수 있다는 게 금융위의 생각이다. 현행법상 한은은 시장에서 코코본드와 같은 채권을 매입할 수 있다. 또 수은 지원을 위해 산은은 5000억원 규모의 출자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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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과정에서 한은의 역할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조정의 방향을 설정하고 돈을 지원하는 게 순리”라며 “한은의 국책은행에 대한 자금 투입은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검토 중인 한은의 구조조정 지원 방식은 ‘정책 금융’에 가까워 한은이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한은은 금리 인하를 비롯해 가능한 구조조정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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