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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종교’ 중심 실리콘밸리 비인간 문명의 모태 될 수도



인문학 하면 주로 문학·사학·철학을 떠올리지만 문·사·철 못지않게 신학·종교학·신화학도 중요하다. 최근 세계적인 화제를 몰고 온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의 『사피엔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세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미 휴머니즘과 과학으로 전향한 서구 문명을 적어도 무의식적 차원에서 움직이는 것은 유대기독교(Judeo-Christianity)다.?『히브리성경(그리스도교 구약성경)』의 『창세기』에는 ‘지식 나무(Tree of Knowledge)’와 ‘생명 나무(Tree of Life)’가 나온다. 꼬임에 넘어간 아담과 이브는 지식 나무의 열매를 먹고 동물과 달리 지성(知性·intelligence)을 얻었다. 이제 생명 나무 열매만 먹으면 신처럼 영생을 얻게 된다. 이를 ‘우려한’ 신은 인류의 조상들을 낙원에서 추방한다.?신의 마음이 바뀌었을까. 신은 자신의 외아들을 보냈다고 한다. 크리스천들은 교회·성당에서 ‘예수의 몸과 피’를 먹는다. 예수가 곧 ‘생명 나무’다. 하지만 이제 인간은 종교가 아니라 과학기술을 통해 영생을 추구한다. 지식을 넘어 이제는 영생이다.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

『사피엔스』로 지식계의 세계적인 수퍼스타로 떠오른 유발 하라리 교수가 지난달 28일 경희대 미래문명원과 (재)플라톤아카데미의 공동기획으로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문명전환특강’을 했다. 1800여 명이 참석한 40분 강연에 이어 경희대 김민웅 교수 사회로 열띤 70분간의 대담·질의응답이 진행됐다.



강연 직전에 하라리 교수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인공지능(AI) 시대의 개막은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생명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다. 지각력이나 의식·마음을 생명의 정의에 포함시켜야 할지 여부를 두고 여러 의견이 있다. 생명을 정의할 때 의식을 포함시켜야 할지 말지는 ‘큰 질문(big question)’이다. 인류는 매우 똑똑하고 불멸인 AI를 만들고 있지만, AI는 감정이 없고 느끼지도 못하고 바라는 것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AI는 살아 있는 생명은 아니다. 하지만 의식이 없는 식물·미생물도 생명체다. 생명은 결국 의미론적(semantic)인 문제인데 과학자들은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 수퍼지능(Artificial Superintelligence, ASI)이 가능한가. “가능하다. 20~30년 내의 가까운 미래에는 아니더라도 100~200년 내에는 ASI가 가능하다.



-ASI는 인간과 같은 의식까지 갖게 될 것인가. ASI이지만 의식은 없는 경우도 가능한가. “현재로서는 전혀 알 수 없다.”



-인간은 어쩌면 지식·영생보다 권력을 더 좋아한다. ASI도 권력을 좋아할 것인가. “좋아한다는 것은 감정과 의식의 문제다. ASI가 권력을 좋아하려면 감정·의식이 있어야 한다. 엄청난 권력자이지만 권력을 사랑하지 않는 경우가 사람에겐 있다. 인간은 의식이 전혀 없는 ASI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ASI도 인간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될 것이다.”



-신(神)의 속성은 전지전능(全知全能)이다. ASI는 신의 ‘기능적 등가물(functional equivalent)’이 될 것인가. “어떤 면에서는 ASI가 우리가 아는 신을 능가할 것이다. 지금까지 신들의 속성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인간의 상상력을 반영했다. ASI는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ASI는 여러 신화에 등장하는 전통적인 신들보다 오히려 더 막강할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사람)는 여러 가지를 생각한다. 추억을 반추하고 목표에 대해 생각하고 질문을 한다. 앞으로 인간은 목표와 질문 중에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 “목표와 질문은 함께 같이 가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한 목표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목표는 홀연히 나타나지 않는다. 또 우리의 질문은 우리의 목표에 달렸다. 목표가 돈이냐 행복이냐에 따라 우리는 전혀 다른 질문을 하게 된다. 질문과 목표는 밀접한 상호의존 관계다.”



-인류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는 생존(survival)인가 영생(immortality)인가. 영생을 위해 AI를 비롯한 첨단 과학 기술을 개발하다 보면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게 되는 패러독스가 있다. “그렇다. 한데 영생은 어쩌면 ‘계속 생존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존과 영생은 같은 것이다. 영생을 위해 노화·질병·죽음을 극복하려면, AI를 비롯한 기술을 발전시켜야 하는데 AI는 인간을 대체하고 인간을 아무런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시킬 수 있다.”



-영생과 생존이라는 목표 중 딱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우선순위는 우리 자신의 진실을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목표를 설정할 때 인간은 개인이나 공동체 차원에서 좀 성급하다. 우리가 진짜 바라는 것을 알기 전에 목표를 추구하면 가다가 길을 잃는다. 시간·노력 낭비를 피하려면 ‘진짜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왜 이 목표를 선택했는가’를 단 1분이라도 멈추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잘못된 목표를 추구한 데서 오는 불필요한 골칫거리를 피할 수 있다.”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가. “현재로선 가장 중요한 질문은 ‘마음이란 무엇인가’ ‘의식이란 무엇인가’다. 우리는 몸과 뇌에 대해서는 점점 더 많은 이해를 하고 있다. 마음을 이해하려면 아주 아주 멀었다. 마음은 뇌나 몸보다 더 중요하다. 뇌가 곧 마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면 마음이 있는 AI를 만들 수 없다.”



-뇌와 마음은 본질적으로 같은 게 아닐까. “아니다. 다르다. 서로 밀접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르다. 뇌는 마음을 만들거나 마음에 영향을 준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우리는 모른다. 뇌만 알면 충분하다는 생각은 잘못됐다. 뇌는 물질에 불과하다. 뇌에서 벌어지는 생화학적 과정을 이해한다고 해서 사랑이나 분노 같은 주관적인 인간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자신의 이미지에 따라 AI를 만들고 있는가. “처음에는 그렇다. 하지만 우리의 설계와 상상력을 넘어 AI가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자신이 바라는 자신의 모습을 만들 때가 언젠가는 올 것이다.”



-“인지·농업·과학 혁명은 사기다”라고 한 적이 있다. 앞으로 다가올 ‘제2차 과학혁명’도 사기로 판명 날까. “그럴 가능성이 있다. 과거 혁명은 우리에게 더 큰 권력을 부여했지만, 더 행복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인간은 권력 획득을 아주 잘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바꾸는 일은 잘 못한다. 왜 그럴까. 행복은 객관적인 조건이 아니라 우리의 기대에 달렸다. 상황이 바뀌면 기대도 바뀐다. 상황이 아무리 좋아져도 우리는 계속 불만이다. 우리는 그 어떤 쾌락에도 만족하지 못한다. 우리는 더한 쾌락을 갈망할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성취하건, 우리의 성취는 더 큰 갈망을 낳을 뿐이다. AI 시대 또한 이러한 메커니즘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도 불구하고 종교와 돈은 생존할 것인가. “아마도 그렇다. 어떤 형태이건 종교나 돈 없이 기능할 수 있었던 복잡한 사회는 없었다. 하지만 미래의 종교와 통화 체제는 지금 우리가 친숙한 것과 매우 다를 것이다. 쭉 그래 왔다. 종교와 돈은 수천 년 동안 새로운 환경과 기술에 적응하며 계속 변화를 거듭했다. 수천 년 동안 돈을 금·은으로 만들었지만 오늘날 돈의 90%는 ‘전자 데이터’다. 그리스도교나 이슬람 같은 전통 종교는 오늘날 천 년 전과 완전히 다르다. 바뀌지 않는 영원한 모습의 종교는 없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오늘날 가장 흥미로운 곳은 중동이 아니라 실리콘밸리다.”



-왜 실리콘밸리인가. “실리콘밸리는 아마도 문명 혁명의 중심이 될 것이다. 어쩌면 최초의 비인간(non-human) 문명의 중심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청난 혁명의 가능성을 극소수 엘리트가 지휘한다는 것은 문제다. 그들은 대다수 사람의 이익과 희망을 대표하지 않으며, 기술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만 정치·역사·철학·예술에 대해선 훨씬 덜 알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들은 그들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기술 그 자체는 우리에게 아무런 지침을 내리지 않는다. 한국과 북한 사회의 기저에는 같은 기술이 있다. 미래에도 같은 기술로 우리는 아주 다른 사회를 건설할 것이다. 우리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자본주의는 종교다”라고 했다. 과학도 종교인가. “과학은 종교가 아니지만, 종교의 기초를 제공할 수 있다.”



-종교란 무엇인가. “종교는 신을 믿는 게 아니다. 모든 종교의 기능은 같다. ‘초인간적’인 법에 기초한 인간의 규범과 가치의 체계를 정당화해 국가나 기업 같은 제도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종교 없이 사회적인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우리 독자들에게 강조할 게 있다면. “우리 자신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아주 중요한 것들이 많다. 특히 우리의 마음에 대해서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의 몸과 뇌를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업그레이드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우리의 마음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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