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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은 한 사람에게서 비롯됩니다


만(萬)이라는 글자에는 여러 가지 뜻이 담겨 있다. 9999 다음의 숫자라고 것 말고도 ‘모두’ ‘가득’ ‘완성’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시인 고은의 연작시 『만인보(萬人譜)』가 그렇고 ‘만에 하나’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9999는 아직 ‘만’이 아닌 것이다.


사라져가는 문화유산을 구입해 옛 모습을 되살리고 보전하는 일을 해오고 있는 문화유산국민신탁의 회원이 지난달 26일 1만 명을 돌파했다. 4월 28일 현재 1만14명이다. 재단이 설립된 2007년 42명을 시작으로 2009년까지 202명에 불과했던 회원이 이렇게 급속도로 불어난 데에는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종규(77)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의 공로가 크다. 2010년 3월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해 회원수를 1752명으로 확 늘렸고 그 이후로 2522명(2011), 3522명(2012), 5370명(2013), 7012명(2014), 8818명(2015)으로 그야말로 파죽지세의 상승곡선을 그려냈다. 이는 십시일반의 강력한 힘을 믿고 있는 김 회장의 평소 지론 덕분이다. “한 사람의 힘을 무시하면 한 사람 때문에 우는 날이 반드시 온다.”


‘문화계 마당발’로 불리는 그는 지금도 하루 대여섯 건에 달하는 각종 조찬모임, 개관식, 오프닝을 빼놓지 않고 거뜬히 소화한다. 그가 참석하는 모임에서 그로부터 회원 가입 권유를 듣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문화유적은 한번 손상되면 다시는 원상태로 돌이킬 수가 없어요. 선조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그대로 우리도 후손에게 물려줘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절실합니다.”


김 이사장은 보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한 달에 성인 1만원과 학생 5000원 뿐이던 회비제를 고쳤다. “5000원짜리 보람회원을 만들어 같은 1만원이라도 부부가 같이 들게 했지요. 또 학생들은 5000원도 큰 돈인 만큼 3000원(키움회원), 1000원(자람회원)으로 낮췄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해 뜻을 공유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지요.”


사람들의 관심과 물질이 차곡차곡 모이면서 문화유산국민신탁의 ‘자산’도 늘어갔다. 도시개발에 직면해 헐릴 뻔했던 천재 시인 이상의 옛집(서울 종로구 자하문로)과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에 남도여관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보성여관’(전남 보성군 벌교읍 태백산맥길)이 대표적이다. 현재 총 9개소에 달하는 보유재산 및 위탁재산의 매입 및 증여금액은 86억7300만원에 달한다. 특히 고종 황제의 자주외교의 상징이었던 워싱턴 주미대한제국 공사관을 다시 매입환수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 건물은 1887년 준공돼 1889년부터 대한제국의 주미공사관으로 쓰였습니다. 고종황제가 당시 황실재산 2만5000달러를 들여 매입해 공사관으로 활용한 자주외교의 상징이죠. 1910년 일제가 단돈 5달러에 강제매각한 이 건물을 민간과 정부의 꾸준한 노력으로 2012년 350만 달러에 매입환수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덕수궁 중명전에 자리 잡고 있는 문화유산국민신탁은 ‘다같이 돌자 정동 한 바퀴’ ‘조선왕릉 소나무 심기’ ‘답성놀이(한양도성·남한산성·수원화성)’ ‘청소년 궁궐문화아카데미’ 등 다채로운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김 이사장은 “영국의 내셔널 트러스트는, 물론 역사가 120년이나 됐지만, 회원이 420만명이나 된다”라며 “우리는 이제 1만명이 넘었으니 10만명을 목표로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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