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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청소년 근시 40년 새 4배, 스마트폰 대신 공을 주자


국내 중고교생의 80%가 근시다. 불편만 하다면 참으면 된다. 하지만 근시는 망막박리·녹내장·실명 등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 라식수술은 안경의 대체법이지 근본 치료법이나 예방법은 아니다. 왜 국내 근시가 지난 40년간 400%나 증가했을까. 최근 연구는 근시를 막는 간단하고도 근본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햇볕 노출 줄고 근거리 시야는 늘어나지난해 미국안과협회 학회지에 의하면 6~7세 아이들에게 하루 40분간 야외활동을 하게 했더니 3년 뒤 근시가 야외활동하지 않은 그룹보다 23%나 감소했다. 운동을 더 한 것도, 책을 덜 읽은 것도 아닌데 야외에 있다는 것만으로 근시가 예방됐다.


근시는 왜 생기나. 렌즈(각막+수정체)를 통해 들어온 물체의 초점이 필름(망막)에 정확히 맺혀야 한다. 하지만 근시는 눈의 길이가 정상보다 길어서 초점이 망막 앞에 맺혀 뿌옇게 보인다. 이 경우 물체를 코앞까지 끌고 와야만 초점이 뒤로 옮겨져 제대로 보인다. 왜 눈의 길이가 정상보다 길어져 근시가 된 걸까. 유전 탓일까, 환경 탓일까.


지난 40년간 서울·홍콩 등 동아시아 대도시에서 근시 청소년은 4배나 증가했다. 40년은 유전자 변화가 생기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즉 유전자가 아닌 주위 환경이 근시를 만든다는 반증이다. 최근의 연구결과들도 후천적 환경에 무게를 둔다. 후천적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즉 눈이 비정상으로 길어지는 것, 그리고 가까운 물체만 보도록 생활이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태아가 성장하면서 눈의 크기도 커진다. 더불어 수정체(렌즈)와 망막(필름) 사이의 거리도 길어진다. 이에 맞춰 수정체(렌즈)는 두께를 얇게 조절해서 초점이 망막에 맺히도록 한다. 아이가 8~9세가 되면 눈의 길이와 수정체 초점 조절이 끝난다. 이후로는 눈길이가 변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근시의 경우는 20대 중반까지도 눈이 비정상적으로 계속 자란다. 그 결과, 망막 앞에 초점이 맺히고 물체는 뿌옇게 보인다. 망막 1㎜ 앞에 맺히면 -2디옵터인 근시에 해당한다(디옵터는 렌즈 굴절 능력 단위로 -1 이하는 근시, -6 이하는 고도근시, +값은 원시다). -1디옵터의 근시면 1m 앞의 물체를 50㎝, -2디옵터면 25㎝까지 눈앞으로 당겨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왜 눈이 성장을 멈추지 않고 계속 길어져 근시가 되는 걸까.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도파민 부족이다. 도파민은 눈을 통해 햇볕을 받은 뇌가 만드는 신경조절물질로 눈이 더 자라지 않도록 억제한다. 하지만 지금의 청소년은 햇빛 부족으로 도파민이 적게 만들어져 눈이 계속 자란다. 근시의 두 번째 원인은 수정체가 가까운 거리만 보도록 훈련되기 때문이다. 먼 물체를 볼 때는 수정체가 얇아지고 가까운 것을 볼 때는 두꺼워지도록 수정체는 스스로 조절·적응한다. 인류 조상의 눈은 아프리카 평원, 즉 먼 곳을 보는 데 수십만 년간 익숙해 있었다. 하지만 불과 600년 전, 활자로 찍은 책이 생기면서 인간은 코앞에서 작은 글씨를 봐야했다. 개인용 컴퓨터(PC)의 등장으로 코앞에서 문자를 보는 시간도 급증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눈-물체 거리를 더욱 좁혔다. 책·PC를 보는 30㎝보다 훨씬 가까운 18㎝에서 눈은 깨알 같은 스마트폰 문자를 봐야한다. 계속되는 코앞의 시각자극활동은 수정체의 근육을 근거리에만 작용하도록 만든다.


 안경·수술은 예방법 아닌 교정법에 불과얼마 전 필자는 고등학생들을 단체로 만났다. 왠지 인상들이 비슷했다. 원인을 찾아냈다. 학생 대부분이 안경을 끼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의 안경을 벗겨 줄 치료법은 없나. 서울·홍콩 등 동아시아 대도시 지역 고교졸업자의 80~90%가 근시다. 고도근시도 10~20%에 이른다. 주당 평균 공부시간은 32시간으로 유럽의 26시간보다 많다. 좋은 대학가겠다고 열심히 공부한 부작용이 근시인 셈이다.


근시는 7~8세부터 발생해서 9~11세에 급증하고 고교 졸업쯤에는 정점에 이른다. 증가하는 청소년 근시인구는 성인으로 연결된다. 미국 안과협회는 35년 뒤 세계인의 근시가 지금(22.9%)보다 2배 늘어난 49.8%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증가 추세는 책·PC·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 한 필연이라는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아프리카 평원. 현대 인류는 구석기시대 아프리카 평원에 적응한 조상의 눈을 아직 가지고 있다.


성장하면서 근시가 생기면 안경으로 교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야가 흐려져 집중도 하락·눈부심·두통·학력 저하가 생긴다. 근시 안경은 물체의 초점거리를 늘려 망막에 상이 맺히게 한다. 하지만 안경은 근시를 멈추거나 고치지 못한다. 수술은 안경을 벗게는 할 수 있다. 각막은 고정된 렌즈다. 깎아 내면 초점이 길어진다. 라식은 각막 뚜껑을 얇게 잘라 열고 내부를 깎은 뒤 뚜껑을 닫는 것이다. 라섹은 각막을 직접 깎아낸다. 라식은 회복이 빠르나 눈이 건조한 경우도 있다. 라섹은 각막이 얇아도 되지만 회복이 느리다. 모든 수술은 눈의 변화가 완전히 끝난 20대 이후에 하는 것이 좋다.


라식수술 후의 부작용은 종종 보도된다. 2014년 미국 식품의약안전청(FDA)은 지난 5년 간의 라식수술 효율성을 조사·발표했다. 수술 3개월 뒤 시력은 1.0으로 95% 회복, ‘빛 번짐’ 현상은 33%에서 6%로 감소, 부작용은 0.7%로 보고됐음을 밝혔다. 하지만 수술은 수술이다. 회복된 시력이 다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국보건의료원 자료에 의하면 국내수술자 2638명 중 수술 후 3년 시점에 시력이 떨어진 경우가 라식 8%, 라섹 13.4%였다. 수술은 근시를 원천 치료하는 방법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안경을 끼고 살 것인가 혹은 수술대에 누울 것인가는 개인의 선택사항이다.


 

야외활동은 원거리 시야와 도파민 생산으로 근시를 예방한다.


아프리카 초원에 적응된 눈 가진 현대인근시가 단순 불편함이 아닌 질병이란 점을 일반인은 잘 모른다. 정상 망막은 마치 벽지처럼 눈 안쪽에 ‘딱’ 붙어있다. 하지만 근시는 눈길이가 늘어나서 망막이 당겨진다. 그 결과 망막이 찢어지고, 떨어지고, 얇아진다. 근시가 심할수록 녹내장(시신경 이상)·백내장(수정체 혼탁)·실명도 많아진다. 즉, 근시는 단순한 ‘시각적 불편함’이 아니라 눈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근시가 치유되지 않는다면 대응방법은 오직 하나, 조기 예방이다. 근시를 예방할 방법은 무엇일까.


이스라엘 연구팀의 근시 관찰결과(1993년)는 흥미롭다. 예루살렘 정통유대학교 학생들이 일반 학교보다 근시가 유난히 많았다. 정통학교에서는 유대교 성경을 자주 읽게 하는데 이들의 성경읽기 광경은 독특하다. 고개를 앞뒤로 ‘까딱까딱’ 계속 흔든다. 티베트의 한 사원에서 만났던 승려들도 마찬가지였다. 독서에 온통 집중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이렇게 글자-눈 사이 거리가 계속 ‘왔다갔다’ 하면 눈 근육도 ‘늘었다 줄었다’해 수정체 근육이 고장 난다. 독특한 독서방법과 더불어 정통유대교 학생들은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한다. 때문에 야외에 나갈 날이 별로 없다. 흔들리는 초점과 실내생활이 근시를 만든 것으로 추측했다. 최근 야외활동이 근시를 예방한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과학자들은 근시요인을 조사했다. 인종·성적·가계수입·남녀·독서시간·TV시청시간·도시-농촌·야외활동시간을 비교했다. 그 결과, 동아시아인, 높은 학력, 여자, 잘사는 집, 책벌레, 도시거주자 가운데 근시가 더 많았다. 가장 큰 영향은 야외활동시간이다. 운동 여부와 상관없이 햇볕을 쬐고 먼 곳의 풍경을 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근시 예방이다. 미국 오리건대 안과 연구진에 의하면 눈이 정상인 8~9살 아이 500명을 5년 뒤 조사해보니 20%가 근시가 됐다. 그 중 야외활동을 많이 한 아이들은 근시가 안 생겼다. 대만 아이들도 밖에서 80분 활동시켰더니 1년 뒤 근시가 52% 감소했다. 야외활동은 확실한 근시예방법이다.


야외활동은 인류 조상의 아프리카 초원생활과 같다. 눈은 수십만 년 전과 같은데 눈의 길이·수정체 근육이 짧은 기간에 변한 결과가 근시다. 원상태의 눈으로 돌아가는 최소한의 방법이 아이들의 야외활동이다. ‘야외활동’이라는 답을 찾기 위해 현대과학자들은 많은 노력을 했다. 그 점에선 옛날 의사가 더 똑똑했다. 안경이 발명되기 전인 중국 당나라 의학서적 『천금요방』(千金要方)에는 이미 근시예방법이 나와 있었다. 즉 ‘햇볕을 쬐고 창밖을 보라’고 했다. 현대과학은 이제야 그 답을 찾은 셈이다.


근시 예방은 시작 시점이 중요하다. 3~4세가 되면 안과에서 눈 이상 여부를 검사하자. 눈이 정상이라면 이제는 예방이다. 6~7세는 시력 발달에 중요하고 예민한 시기다. 스마트폰을 주지말자. 초등학생 스마트폰 보유율은 3년 새 2배 증가한 41%다. 유대인 학생들처럼 흔들거리는 작은 화면을 코앞에 들이박고 걸어가는 초등학생의 눈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스마트폰 대신 공을 주자. 머리통보다 큰 가방 메고 밤늦게 학원순례 시키지 말자. 대신 야외로 데리고 나가자. 야외활동은 시력만 좋게 하지 않는다. 몸도 마음도 튼튼하게 한다. 소금 절인 배추 같은 아이들의 얼굴에서 안경을 벗겨주자. 올해부터 모든 중학교에서 한 학기를 시험 없이 자유로이 운영한다. 근시를 막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진정한 공부는 책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자연은 최고의 선생이다.


 


김은기 인하대 교수ekkim@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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