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融通 -융통-

우리 생활에서 자주 쓰는 한자가 있다. 금융(金融)·융자(融資)·융합(融合) 등에 등장하는 융(融)이다. 흔히들 ‘녹다’ ‘풀리다’의 새김으로 알고 있다. 초기 한자 형태에서 등장하는 이 글자는 그와 맥락이 비슷하다. 얼어붙은 땅에서 꿈틀거리며 뭔가 기어 나오는 모양새다. 땅으로부터 기어 나오는 그 무엇은 뱀일 수도 있고, 그냥 곤충일 수도 있다. 그 점은 중요치 않다. 아무튼 딱딱한 곳이 계절의 변화 덕분인지 부드럽게 변하면서 그 안에 숨어 있던 뱀이나 곤충이 밖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이로부터 얻은 뜻이 ‘녹다’ ‘풀리다’ 등일 테다. 나중에는 딱딱함이 부드러움으로 변하고, 그에 힘입어 생물 등이 활기를 얻는다는 뜻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글자를 조금 멋지게 표현하면 탈각(脫殼)이다. 굳은 껍질을 벗고 부드러움으로 다른 것과 섞이는 일, 또는 그런 상황이다.



금융(金融)이라고 하면 자금의 경색에 돈을 넣어 어려움을 피하는 일이다. 융자(融資) 또한 답답한 국면을 맞은 상황에 자금을 넣어 불편한 상황을 해소하는 행위다. 융합(融合)은 각자의 딱딱한 껍질을 벗어 힘이나 재능 등을 한 곳에 모으는 일이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세밀한 분석을 위주로 하는 서양의 전통적 학문 연구에 비해 동양은 통합적이다. ‘전체’의 흐름을 파악함으로써, ‘부분’을 더 궁극적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형식이다. 굳이 성어 형태로 표현하자면 융회관통(融會貫通)이다. 각 부분에 관한 이해를 섞고 묶어 모두 통하게 한다는 뜻이다. 글자의 뜻을 익힘과 동시에 경전 등의 문장을 통째로 외워 문리(文理)를 터득하도록 했던 옛 서당에서의 글공부 맥락을 떠올리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래서 각 부분의 이해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일이 동양에선 늘 윗자리를 차지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융통(融通)이라는 낱말도 그 맥락에서 이해하면 좋다. 전체 흐름을 중시하는 시각이 담겨 있다. 그로써 제 고집과 주장을 벗어 아래위로, 좌우로 통해야 좋다는 점을 일깨우는 단어다. 그악한 말과 주장으로 상대를 바로 코너에 몰아가는 작금의 우리 정치판이 새기면 좋은 단어다. 융통에 소통(疏通)과 달통(達通)을 곁들여 형통(亨通)까지 나아가면 좋은데…. 부질없는 꿈일까.



 



유광종뉴스웍스?콘텐츠연구소장ykj3353@naver.com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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