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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대화 어려워보이는 이유

이번 칼럼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쓰게 됐다. 바로 미국과 북한의 대화에 대한 얘기다. 어쩌면 양측의 ‘대화 부족’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낫겠다. 지난번 칼럼에선 북한이 미국에 대화하고 싶어한다는 신호를 강하게 보냈지만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붙였다고 썼다.



‘대화를 위한 대화’ 사태는 지난달 3일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명의로 미국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는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북한은 대북 제재가 “주체 조선을 천하에 둘도 없는 자립 자력 자강의 위대한 강국으로 전변(轉變)시켰다”고 주장했다. 국방위원회 발표는 워싱턴이 면밀히 분석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반응하지 않았다.



에버라드 칼럼

그래서 며칠 뒤인 지난달 9일 북한은 또 한번의 시도를 한다. 이번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 미국과 중국을 향한 두 편의 글을 나란히 실었다. 한국을 향한 제3의 글이 없었던 이유는 북한이 여전히 서울의 입장은 워싱턴에 완전히 종속돼 있다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음을 다시 보여준다.



두 글 모두 4월 3일 국방위원회 담화문을 해석한다. 미국에 보내는 글에선 사실 그게 대화를 하자는 초대였음을 분명히 했다. 글은 “무모한 군사적 압박보다 협상을 조율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고 미국이 소용도 없을 ‘시스템 타도’를 시도하는 것보다 조건없는 인정과 협력만이 탈출구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협상 테이블에 비핵화를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고 미국이 적대적 정책을 포기하고 평화 협상을 논의해야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북한은 대화(6자 회담이 아닌)를 원한다는 의도를 자기만의 용어를 써 표현한 것이다.



미국은 이번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평양 사람들은 이 시점에서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을 것이다. 북한은 무시당하는 것을 싫어한다.



이 시점에서 북한은 토론의 수위와 위상을 높이기로 결정한다. 지난달 23일 북한 이수용 외무상은 A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군사적 행동을 중지하면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공식 발언을 활용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평양은 일반적으로 사적인 소통을 선호한다. 북한은 외무상의 메시지가 평소 사용하는 통로보다 좀 더 좋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었던 이 접근 방식은 무참하게 실패했다. 지난달 24일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기자들에게 “북한이 그것보다는 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시도는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미국은 이 제안을 진지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퉁명스러운 퇴짜를 맞는 것으로 끝나버렸다.



북한의 반응은 빠르고 간결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27일 “우리의 인내성 있는 평화적 발기들을 모두 날려보낸 미국엔 최후의 선택만이 남아있다. 그것은 대 조선 적대시 정책의 완전종식이냐 아니면 핵 불세례를 각오하느냐의 전략적 선택뿐이다”라고 적었다. 그러니까 북한은 명백한 핵공격 위협과 함께 미국에 다시 은밀하게 대화를 다시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협박같은 초대에 미국이 반응을 보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왜 북한은 간절히 대화하고 싶어하고 왜 미국은 이를 거부하고 있을까. 북한이 대화를 원하는 동기는 복잡하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제재를 언급하는 것은 이를 해제하기 위해 초조해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혹은 지도부가 4차 핵실험 이후 미국과 협상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36년 만에 개최되는 7차 당대회가 이달 6일 시작된다.



미국은 평양이 정한 방식으로 북한과 엮이는 것을 거부할 많은 이유를 갖고 있다. 우선 중국이 드디어 본격적인 협력을 언급하면서 진짜 물어뜯을 수 있는 수준의 제재가 가능해졌다. 워싱턴이 만약 북한과 대화하기로 동의했다면 베이징에선 많은 이들이 북한의 이성적 접근 방식에 대한 보상으로 제재 수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둘째, 2012년 2월 29일 협상 대실패 이후 워싱턴은 북한의 의도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갖고 있다. 평양이 진지하게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는 분명한 사인이 있기 전에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어떤 경우에도 북한이 제안하는 협상은 새롭지 않다. 2015년 1월 비슷한 제안을 했고, 2012년 협상 조건만큼 좋지도 않다. 왜 미국이 물러서겠나.



다음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미국의 명백한 거절은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갔다. 조건이 공개된 만큼 양국 다 물러서는 것은 힘들다. 북한은 조건을 바꿀 수 없고 미국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북한과 미국 사이 공식적인 대화는 당분간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은 북한의 선택을 제한한다. 평양의 관점에서 이는 5차 핵실험일 수 있다. 어쩌면 7차 당대회 전일 수도 있는데, 평양으로서는 워싱턴에 압박 수위를 높이는 매력적인 방법으로 보일 수 있다. 같은 이유에서 더 많은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미국과의 대화를 점점 더 멀어지게 할 것이고 북한의 도발에 강경노선을 취해야 한다는 국제 사회의 의지를 강화할 뿐이다. 미국과의 대화는 북한이 진지하게, 실험 중단 뿐 아니라 핵포기를 제안해야 가능해진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현재로는 이런 조짐이 전혀 없다. 만약 평양이 이런 전략을 택하면 오히려 워싱턴이 궁지에 몰릴 것이다. 외교적 논리가 무엇이든 대통령 선거가 벌어지는 해에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내에서 거센 비판을 받는 북한과 협상에 나서기는 매우 난처하다. 하지만 북한의 고집 덕에 미국은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



죽어가는 6자회담과 희박한 북한-미국 직접 대화 가능성은 제재 해제를 필요로 하는 북한이 아무런 국제적 지지 없이 국제 무대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은 북한이 더 많은 도발을 하도록 내몰 위험성이 있다.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 대사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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