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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중국 자본, 한국의 반도체까지 넘본다

제조업을 뛰어넘어 엔터테인먼트·IT·금융업까지 파고든 중국 자본에 밀려 수십년 쌓은 노하우와 인력 빼앗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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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쑤닝유니버셜 미디어와 FNC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이 지분 인수 계약을 했다.

#. 제2의 한류 돌풍을 불러일으키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제작사인 넥스트 엔터테인먼트의 2대주주는 중국 기업이다. 배우 이미연·김현주 등의 소속사이자 드라마 ‘송곳’ 등의 공동제작사인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과 초록뱀·FNC엔터테인먼트 등의 최대주주도 중국 자본으로 바뀌었다. 중국 핵심 주력 산업으로 부상하는 반도체 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 중국 동심반도체는 지난해 6월 127억원을 투자해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설계 업체인 피델릭스의 대주주가 됐다.

#. 올해 초 부산에 있는 한 생명보험사 지점 직원 50여 명 중 30명이 지난해 9월 중국 안방보험그룹(安邦保險集團)에 인수된 동양생명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동양생명이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한다는 얘기를 듣고 합류했다. 지난해 2월 안방보험이 인수한 동양생명의 지분은 63%, 액수로는 1조1319억원에 달한다. 이어 8월 중국은행(BOC)은 삼성생명과 중국국제항공의 현지 합작 보험사인 중항삼성인수보험을 차례로 인수했다. 안방보험은 올해도 알리안츠생명 지분 100% 인수하며, 2조원대에 달하는 ING생명 매물의 유력 매수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 한국에서 영업 중인 중국계 은행은 공상·중국·건설·교통·농업은행 등 6곳으로 늘었다. 중국 10위권 은행인 광다은행도 지난 4월 서울 종로구에 서울지점을 열었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은행 중 중국계 은행 수가 가장 많아진 셈이다. 금융시장 영향력도 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중국계 자금이 보유한 주식 총액은 지난3월 기준 8조9320억원이었다. 11조원이 조금 넘는 일본과 큰 차이가 없다. 채권시장에서는 1위 미국을 앞섰다. 중국계 자금이 보유한 채권 총액은 17조8760억원으로 미국(14조2550억원)이 3위로 밀려났다.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도 중국 자본의 힘을 피해갈 수 없었다. 지난해 ‘한국기업 사냥’에 쏟아부은 돈이 2조원을 돌파했다. 코트라 중국 광저우 무역관에 따르면 2015년 중국 기업의 한국기업 M&A는 33건으로 19억8000만 달러(약 2조24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배나 늘어난 수치다. 5% 미만에 투자했거나 비상장 회사에 투자해 파악하기 힘든 경우까지 합하면 투자금액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IT·금융업까지 넘보며 ‘차이나 머니 3.0’ 시대로 불린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도소매 업종이나 수출 활로를 찾기 위한 해외 투자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른바 ‘중국 자본 1.0시대’였다. 이후 ‘2.0 시대’로 평가받는 2010년까지 고도성장기를 구가하던 중국은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해외의 에너지·철강·부동산·기계 분야에 주로 투자했다. 더 거대해진 중국 경제는 소비 중심의 경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면서 IT·미디어·금융·통신을 아우르는 신성장산업에 눈독을 들인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투자 대상이 다변화됐을 뿐만 아니라 투자 방법도 인수·합병, 지분 투자는 물론 지사 설립, 인력 확보, 합작회사 설립 등 방법까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엔터테인먼트에 중국 자본이 몰렸기 때문이다. 지난 3월 9일 여의도에서 열린 장구이핑 쑤닝유니버셜그룹(이하 쑤닝) 회장의 투자계획 발표에 이목이 쏠렸다. 그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레드로버에 최대 100억 위안(약 1조8600억원)을 더 투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쑤닝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하루 전인 8일에는 ‘AOA’ ‘씨엔블루’ 등이 소속된 FNC엔터테인먼트와 합자법인(JV)인 ‘상해홍습문화전파유한회사’ 설립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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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안방보험그룹은 동양생명을 1조1000억원에 인수해 국내 금융회사 M&A 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다.

쑤닝은 이미 FNC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22%)다. 자회사 쑤닝유니버셜미디어를 통해 지난해 6월 451억원을 투자한 쑤닝은 동시에 레드로버의 최대주주(20.2%)이기도 하다.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의 최대주주도 중국 화이자신이다. 최근엔 중국의 방송통신위원회격인 광전총국이 ‘시청 자제’를 지시하고 나설 정도로 인기인 ‘태양의 후예’도 중국 굴지의 엔터테인먼트사 화처미디어가 국내 제작사인 넥스트 엔터테인먼트에 540억원(지분 13%) 투자해 제작된 드라마다. 올해 2월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도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중 하나인 SM엔터테인먼트와 총 355억원(총 87만 주) 규모의 투자 거래가 성사되기도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엔 한류스타 등 배우 중심의 투자가 많았다”며 “최근엔 제작사·PD·작가 등 콘텐트 생산 주체에 관심을 두고, 중국 기업이 투자에 뛰어들고 있어 앞으로 이런 사례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처럼 동시다발적이지는 않지만, 굵직굵직한 거래로 시선을 모은 곳은 금융업이다. 2014년 대만 유안타증권의 동양증권 인수가 시발점이 됐다. 중국 본토 기업의 국내 금융권 입질이 본격화된 것. 중국 최대 민영기업인 푸싱그룹은 2014년 3월 LIG손해보험 인수전 참여를 시작으로 중국 안방보험이 그해 11월 국내 4대 은행 중 하나인 우리은행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안방보험은 결국 석 달 뒤인 지난해 국내 8위 생명보험사 동양생명을 1조1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9월 인수를 완료하며, 중국 자본이 국내 금융회사 M&A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한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안방보험이 인수한 동양생명은 ‘통큰’ 사업 전략을 펼치며 시선을 끌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지난 1월 방카슈랑스 등을 통해 약 3000억원의 일시납 상품을 판매했다. 저금리 상황에서 최저보증이율(시중금리와 운용자산이익률이 하락하더라도 보험사가 지급하기로 약속한 최저 금리)을 업계 최고 수준인 2.85%로 설정한 것. 업계가 저금리 리스크로 저축성 보험 판매의 비중을 줄이는 상황과 반대로 가고 있다.

중국 자본이 한국 금융회사에 눈독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지리적·정서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투자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같은 동북아 지역에서 한국은 ‘IMF 금융위기’를 거치며 선진화된 금융 노하우를 갖춘 곳이라 보고, 앞으로 중국 금융시장에 적용하겠다는 전략도 있다.

실제 현재의 중국 보험시장을 보면 저축성보험 중심이다. 병원 치료비를 주는 건강보험이나 사망시 보험금을 주는 종신보험은 생소한 곳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고도성장기를 지나 안정기로 접어들면 한국처럼 건강·종신보험은 큰 인기를 끌 가능성이 크다. 중국 증시나 경제 상황에 변동성이 커진 것도 자본 투자처를 한국으로 돌린 원인이기도 하다. 게다가 국내 대형 보험사는 저금리 기조로 수익을 내기 어려줘 덩치를 키울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과거에 높은 금리의 상품을 팔았으나, 최근 저금리 상황으로 이들 상품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워졌기 때문이다.

IT 업계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지난 10년간 중국 기업이 IT 분야에서 ‘자본의 힘’과 ‘기술 발전’으로 바짝 뒤를 쫓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신성장산업 육성 정책인 ‘제조 2025’을 내걸면서 ‘반도체 굴기’를 위한 노력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앞으로 10년간 1조 위안(약 1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황. 한국 반도체 기업 투자에도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해 4월 중국 반도체 업체인 동심반도체유한공사는 메모리 반도체 전문설계업체인 피델릭스의 최대주주가 됐다. 지난해 11월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SK하이닉스의 지분 15~20%를 인수하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앞으로도 한국 반도체를 비롯한 IT 분야에 중국 자본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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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중국 BOE가 인수한 하이디스테크놀로지는 4년 만에 부도를 냈다. 하지만 BOE는 하이디스의 기술과 인력을 바탕으로 현재 세계 3위 LCD 업체로 성장했다.

국내 앱이나 게임업체를 투자 또는 인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IT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19일 예일·프린스턴·스탠퍼드 등 미국 명문 사립대 기금을 운영하는 중국계 투자사인힐하우스가 최근 국내 1위 배달 앱 ‘배달의 민족’에 570억원을 투자했다. 이보다 앞서 PC업체 레노버의 계열사인 중국계 투자사 레전드캐피털도 컴퓨터 특수 효과 업체 ‘덱스터’에 110억원을 투자했다. 게임 콘텐트 제작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해 5월 중국 모바일게임사 로코조이홍콩홀딩스리미티드는 이너스텍을 인수해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한 후 로코조이로 사명을 변경했다. 같은 시기 온라인 교육 업체인 룽투코리아(구 아이넷스쿨)도 중국 룽투게임즈가 인수해 우회상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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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후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사례도 있다. 국내 블랙박스(영상저장장치) 시장에서 2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 미동전자통신은 지난해 중국 신세기그룹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중국 내 영화관 사업을 새로 시작했다.

엔터테인먼트·금융·IT 특정 분야를 넘어 주식시장 전반에 중국 자본의 영향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중국계 자금이 보유한 주식 총액은 지난 3월 기준 8조9320억원이었다. 11조원이 조금 넘는 일본과 큰 차이가 없다. 채권시장에서도 중국(17조8760억원)이 1위였던 미국(14조2550억원)을 앞질렀다.

과거 한국거래소의 적극적인 상장 유치로 코스피·코스닥에 상장한 중국 기업이나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은 한국 기업도 많다. 제주반도체는 중국 펀드 투자 유치 소식과 철회로 주가가 급등락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중국 자본으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 유치를 받았다고 밝힌 뒤 주가가 배 이상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투자금납부가 지연되고 투자금액도 3분의 1 수준인 350억원으로 줄어들자 실망한 투자자가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다시 주가가 크게 내려간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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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거세지는중국 자본의 힘.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만큼이나 적지 않은 문제도 안고 있다.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든가 대주주가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된 사례가 적지 않다. 기술과 인력만 빼가는 ‘먹튀’ 우려도 여전하다. 국내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제2의 대만’ 사태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판관 포청천’ 등으로 아시아 시장을 이끌었던 대만은 중국 자본에 잠식당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만은 한때 지금의 한국처럼 콘텐트 강국이었지만 중국 자본에 밀려 수십년간 쌓은 노하우와 인력을 빼앗겼다”고 말했다.

– 김 영 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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