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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경 매쉬업 엔젤스 대표 파트너] 실패 대비한 ‘플랜B’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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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민 기자

이택경 매쉬업 엔젤스 대표 파트너는 올해 새로 스타트업 4곳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에게 엑셀러레이팅을 받기 원하는 수백 곳의 스타트업팀을 놓고 고심하며 선택했다. 더 받고 싶었지만 관리의 질을 고려해서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그를 찾는 이유는 지금까지 보여준 실적과 업계의 평판이 남달라서다. 지난 3년 간 이 대표의 손을 거친 42개의 스타트업이 모두 살아 남았다. 1기와 2기 투자팀 35곳 가운데 60% 이상이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는 “성공도 좋지만 잘 버티는 노하우 위주로 알려주다 보니 생존율이 높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l 엑셀러레이터는 경영자 아닌 조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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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공동창업자다. 당시엔 그도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었다. 사업자 등록도 할 줄 모른 채 회사를 설립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사업을 배웠다. 지금은 당시 쌓은 경험을 벤처 업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2010년 권도균 대표가 엑셀러레이터 기관 프라이머를 설립하자며 돕고 나섰다. 초기엔 미국의 대표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를 벤치마킹했다. 운영 방식과 멘토링 기법을 참고하며 한국에 맞게 조정했다. 5년 간 프라이머에서 활동했던 이 대표는 2014년 매쉬업 엔젤스를 설립했다. 프라이머 같은 초기 벤처투자 및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지만 운영 방식이 다르다. 경영 참여를 하지 않는다. VC와 달리 사외 이사는 파견하지 않는다.

기업은 설립자가 이끌어 간다. 엑셀러레이터는 경영자가 아니라 조언자라고 생각해서다. “(경영 개입을) 강하게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누가 옳다기보다는 경영철학의 차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묵묵히 창업가를 믿고 지켜봅니다. 경영철학과 일하는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이해한 방향으로 한국형 엑셀러레이터 시스템을 키워보고 싶어서 매쉬업 엔젤스를 설립했습니다.”

그가 창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팀이다. 어떤 사람이 모여 있느냐를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 투자 결정을 ‘카드 한 장만 보고 시작하는 포커레이싱’이라고 설명했다. 카드 다섯 장 가운데 패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사람이다. 매쉬업 엔젤스는 매주 화요일 20개 정도 팀을 두고 파트너가 모여 회의를 한다. e메일, 데모데이, 쫄지마 창업 스쿨에서 만난 팀들이다. 매쉬업 엔젤스 파트너들은 팀의 사무실을 방문한다. 팀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조직이 돌아가는 짜임새를 짐작할 수 있다. 실적이 있는 팀은 지표, 거래 내역을 확인하기도 한다. 1년 재정 내역을 보면 어떻게 살아왔는지 한눈에 들어 온다. ‘왜 이 서비스를 당신들이 잘할 수 있느냐’는 질문도 던진다. 고객을 만나 고민하며 시장조사를 한 팀과 적당히 사업계획서를 만든 팀은 큰 차이가 있다. “스타트업이 첫 아이템으로 성공하는 건 드문 일입니다. 상황에 따라 사업계획을 다시 세우고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아이템보다 따라주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합니다.”

팀을 선별한 다음 자문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부분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스타트업은 풀어야 할 문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스타트업이 풀어야 할 문제를 잘못 찾곤 한다. 그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게 정작 고객 입장에서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가 정말 고객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찾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걸 찾으려고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는 나 자신(혹은 고객)으로부터 나옵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위해 무엇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는가?’ 혹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늘 생각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대표는 문제 해결 방식을 두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탑 다운(Top down)과 바텀 업(Bottom up) 방식이다. 전자는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대기업 솔루션 방식이다. 시장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적합한 해결 방식을 찾는다. 꼼꼼한 시장조사와 탄탄한 경영 이론이 필요하다. 많은 스타트업이 탑 다운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비전문가에겐 위험한 일이다. 바텀 업은 답을 주위에서 찾는 방법이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직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한다. 주위에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을 찾고, 그중 실제로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참고한다. 그는 “잘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일에 가치판단을 두고 문제를 바라보라”고 조언했다.

한 업종에서 5년 이상 근무해 본 전문 분야라면 더욱 좋다. 대학생이라면 일상에서 해결하고 싶은 문제로 접근하면 된다. 취미에서 시작해도 좋다. 단, 시장이 너무 작아 찾는 이가 없으면 곤란하다. 경쟁력과 장점을 가진 분야에서 자신 혹은 팀의 적성과 코드가 맞아야 한다. 먼저 잘 아는 분야를 파악한 다음 거기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매쉬업 엔젤스의 투자 대상은 정보통신기술(ICT) 스타트업이다. 모바일이 가진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피하는 분야도 있다. 하드웨어는 매쉬업 파트너스의 전문 분야가 아니다. 제조 산업에 필요한 투자금도 막대해 도움을 주기 어렵다. 게임 쪽도 들어가지 않는다. 산업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여겨서다. “매쉬업 파트너 가운데 제조와 게임 전문가가 없습니다. 잘 알고 있는 분야에서도 실수를 하는데 모르는 산업에 어떻게 훈수를 두겠습니까.”


l 하드웨어·게임 분야는 사절
이 대표는 네 가지 과정을 통해 팀을 키워왔다. 처음엔 마케팅·재무·회계 같은 기초 경영기법을 가르친다. 그리고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한다. 구글·아마존·페이스북 같은 회사와 협력해서 산업 연관성이 높은 스타트업 팀을 위한 맞춤형 세미나 열어준다. 팀들은 글로벌 산업 현황과 기술, 시장 움직임을 배운다. 매쉬업 엔젤스 팀만 참여하는 워크숍도 있다. 선배팀이 후배팀을 위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달한다. 마지막으로 매쉬업데이가 있다. 각 팀이 준비한 사업을 소개하는 데모데이다. 기업 PR과 IR을 겸한 행사다. 이 대표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중간점검 시간”이라며 “주위에서 피드백을 받으며 나아 갈 방향을 고민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1년에 두번 매쉬업 데이를 열어 국내외 투자자와 만날 기회를 만들어줍니다. 우리가 가진 친분을 활용해 스타트업의 네트워크를 넓혀주기 위해서입니다.”

스타트업 실패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적지만 상당수가 지금도 문을 닫고 있다. 웬만하면 빚지지 말아야 한다. 연대보증도 곤란하다. 빚을 져도 갚을 정도로만 자금을 빌리는 게 좋다. 그는 “왜 창업해야 하는지 알고 시작해야 하며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플랜B’를 세워둬야 한다”며 “남들이 창업하니까 따라서 창업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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