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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뜨겁다 진구의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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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 남자가 뜨겁다. 얼마 전 종영한 화제의 TV 드라마 ‘태양의 후예’(KBS2, 이하 ‘태후’)에서 서대영 상사 역을 맡았던 진구(36) 말이다. 극 중 연인 윤명주(김지원) 중위를 향한 뜨겁고도 애달픈 순애보와 동료를 자기 목숨처럼 아끼는 강인한 전우애로 그가 수많은 시청자를 ‘진구 앓이’에 빠뜨렸다.

TV 드라마 '태양의 후예' 진구

13년간 묵묵히 연기 내공을 쌓아 왔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늘 남의 몫이었던 그에게 ‘태후’는 운명처럼 다가온 선물이었다. 커버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에 들어선 진구의 모습에 다들 깜짝 놀랐다.

갸름해진 턱선과 슬림한 몸매, 매니저의 말마따나 “엄청난 사랑을 받고 회춘”한 듯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담백하고 솔직하게 심경을 털어놓은 뒤, ‘태후’에서 끈끈한 정을 쌓은 알파팀 배우들과의 술자리로 향했다. 역시 의리 있는 상남자였다.
 
해피 엔딩인 결말과 달리, 종영 전엔 서대영이 죽을 거라는 추측도 많았다
“그럴 만했다. 전작에서 내가 맡은 캐릭터들이 많이 죽었으니까. 만약 서대영이 죽었다면 뻔한 스토리가 됐을 거다.”
 
원래 서대영 역은 다른 배우가 맡기로 했었다면서.
"‘태후’를 기획한 서우식 전 바른손 대표와는 ‘마더’(2009, 봉준호 감독)를 함께하며 친해졌다. 그가 ‘국경없는의사회’를 소재로 재난드라마를 만든다고 하기에 ‘출연하고 싶다’는 뜻을 비쳤다. 일본 의학드라마 ‘의룡’(2006~2014, 후지TV)을 재미있게 본 뒤 의사 역을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미 캐스팅이 끝났다는 말에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이후 캐릭터가 군인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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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영 캐릭터에는 어떻게 접근했나.
“모든 남자의 마음속에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목숨 건 전장을 오가며 뜨겁게 사랑하고 싶은 로망이 있지 않나. 늘 꿈꿔 왔던 로맨스였기에 별도의 준비는 필요 없었다. 그간 맡았던 무겁고 어두운 역할에 윤명주라는 상대역이 생겼을 뿐이다. 거기에 가끔 위트 있는 모습을 보인 것 뿐인데 연기 변신이란 말까지 들었다(웃음).”
군기 센 헌병대에 지원한 이유는 뭔가.
 “주변에서 다들 육군에 가니까, 색다른 경험을 해 보고 싶어 해군에 지원했다. 훈련소에서 헌병대 선임들의 멋진 모습을 본 후 ‘헌병이 되고 싶다’고 손들었다. 군복을 칼 같이 다려 입으며 잔뜩 멋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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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서대영은 후임들을 살뜰히 챙기는데, 실제 군대에서도 그랬나.
“나도 고참 때 서대영처럼 후임들을 대했다. 엄하게 혼낸 뒤 친형처럼 눈물을 닦아 줬다. 지금도 연락하는 후임들이 많다.”
실제 성격은 서대영과 얼마나 비슷한가.
“일할 때 철두철미한 건 비슷하다. ‘태후’ 마지막 회, 서대영이 아이돌 그룹 공연을 보며 춤췄던 것과 같이 풀어질 땐 확실히 풀어진다. 하지만 서대영처럼 무뚝뚝하진 않다. 주변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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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회가 주어져도 구원(진구·김지원) 커플을 하고 싶나.
“그렇다. 구원 커플이 더 재미있고 매력 있다. 단순하면서 클래식한 커플이다. 그리고 난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많이 해 보지 않아서 유시진 대위 역의 송중기처럼 여심을 달달하게 녹이지 못한다. 멜로 연기 경험이 쌓여서 그런 능력을 갖게 된다면 모를까. 확실한 건 송중기도 절대로 서대영 역할을 못한다는 거다(웃음).”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편인가.
“스스로에 대해 가혹하게 평가하는 편이다. 그간 한국 드라마를 잘 보지 않았다. 멜로 연기하는 남자 주인공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자괴감도 느껴서다. ‘태후’의 송중기 연기를 보며 많이 배웠다. 저렇게 해야 여성 시청자가 좋아하는구나를 느꼈다.”
멜로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나.
 “항상 무겁고 어두운 작품이 들어오다 보니 멜로 정서가 사그라들었던 것 같다. ‘난 이 길인가 보다’라며 체념하던 차에 ‘태후’를 만났다. 덕분에 잠들어 있던 멜로 정서가 살아났다. 타고난 감미로운 피가 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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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반응은 어떤가.
“남편이 사랑받으니까 싱글벙글한다. 게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에 출연해서 더 신났다. 시종일관 구원 커플을 응원해 줬다.”
아내에게는 어떻게 프러포즈했나.
“펜션에서 아내의 생일 파티를 열어 주며 했다. 1층에서는 생일 파티를, 지하에서는 몰래 프러포즈 파티를 준비했다. 가족 같은 ‘와일즈(WILDS·10년 전부터 진구와 매주 일요일에 농구를 함께하는 50여 명의 친구들)’ 회원들이 수트를 차려 입고 등장해 아내가 감동했다. 그 자리에서 내가 만든 사랑 고백 영상을 틀었고. 이 정도면 멜로 정서 충만한 남자 아닌가(웃음). ‘태후’의 알파팀 배우들도 와일즈에 가입했다.”
유부남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고 실망하는 여성 팬도 있을 것 같다.
“어쩔 수 없지. 내가 결혼하기 전에 잡았어야지. 하하.”
치솟은 인기 때문에 불편한 점도 있지 않나.
“급증한 여성 팬들을 외모로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이제는 집 앞 수퍼마켓에 갈 때도 낡은 슬리퍼를 신거나 ‘츄리닝’을 입지 못한다. ‘태후’ 촬영 때보다 체중을 5㎏ 뺀 건 매력적인 사기꾼으로 출연하는 영화 ‘원라인’(촬영 중, 양경모 감독)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팬들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다.”
‘태후’ 촬영하면서 술자리가 많았다고 들었다.
“촬영지인 강원도 태백엔 왜 그리 맛집이 많은지…, 아주 힘들었다(웃음). 액션신 찍거나 밤샘 촬영하면 반드시 소주 한 병을 마셔야 잠이 온다. 오랜 버릇이다. ‘태후’는 힘든 촬영이 많아 거의 매일 밤 술판을 벌였다.”
뒤늦게 찾아온 인기가 부담스럽진 않나.
“좋게 생각하고 즐겨야지. 어딘가에는 분명히 내 팬이 존재한다고 믿으며 지금까지 연기해 왔다. 차곡차곡 쌓아 온 결과물이 지금 가시화됐다고 생각한다. 물론 인기 때문에 더 이상 들떠서는 안 되겠지.”
이병헌의 아역으로 출연한 TV 드라마 ‘올인’(2003, SBS) 때 잠깐 누린 유명세를 말하는 건가.
“데뷔하자마자 ‘올인’으로 짧지만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그때는 정말이지 ‘싸가지’가 없었다(웃음). 1·2부 대본만 받아 보았던 애송이가 그게 세상의 모든 대본인 양 거드름을 피웠다. 연기를 무시했다. 당연히 다음 작품부터는 엉망이었다. 칭찬받을 때 더 노력했어야 했는데…. 감사하게도 그때 세상이 날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비열한 거리’(2006, 유하 감독) 촬영 전까지는 한 달 용돈이 4만원이었다. 매니저와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생활했다. 바닥을 친 이후 배우로서 천천히 가는 법을 알게 됐고, 꾸준히 걷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태후’ 종영 후 이병헌 선배가 ‘대기만성(大器晩成)은 너를 두고 하는 말 같다’며 축하해 줬다. ‘올인’ 때 바닥까지 내려가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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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에서 보여 준 날것의 연기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내 연기엔 날것의 느낌, 속되게 말하면 ‘양아치’ 같은 느낌이 확실히 있다. 그런 느낌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나는 정형화된 연기 교육을 받지 않아서 그런지 그런 표현이 더 쉽고 재미있다. 내 필모그래피는 철저한 대본 분석으로 나만의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촬영 현장에서 감독과 스태프, 상대 배우들이 ‘이놈 봐라, 신기하네’라는 느낌의 눈빛을 보일 때가 많았다.”
어떤 캐릭터를 맡든 항상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학창 시절에도 가만히 있으면 화난 사람처럼 보여서 친구들과 많이 싸웠다. 술자리나 친구들과 있을 때는 장난스러운 편이지만, 혼자 있을 때는 아내조차 ‘무슨 일 있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표정이 어둡다. 태생적인 거다. 덕분에 어떤 연기를 하든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배우로서 가장 고마운 작품은 ‘마더’ 아닌가.
“‘마더’ 때 이병헌 선배에게서 ‘이제는 너에게 연기에 대한 코멘트를 할 필요가 없겠다’란 말을 들었다. 아버지(진영호 전 촬영감독)도 ‘힘 빼고 연기하니 보기 좋다’고 칭찬해 주셨다. ‘마더’ 이후 경제적 여유가 생겼고, 호평받은 작품도 많이 찍었다. ‘올인’ ‘비열한 거리’ ‘마더’ ‘태후’, 네 작품이 내 연기 인생에 큰 임팩트를 줬다. ‘26년’(2012, 조근현 감독)과 ‘쎄시봉’(2015, 김현석 감독)은 잊지 못할 장면처럼 남은 작품이다. ‘쎄시봉’을 통해 정우라는 좋은 친구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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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애착을 느끼는 캐릭터를 꼽는다면.
 “‘올인’의 어린 인하 역을 다시 해 보고 싶다. 당시 너무나 경직된 연기를 했기 때문이다. ‘올인’이 배우 진구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작품은 맞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쉬움이 쌓여 갈 작품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멜로 연기에 도전해 보고 싶지 않나.
 “물론이다. 『당신의 모든 순간』(재미주의)이란 강풀의 만화를 좋아하는데, 영화화된다면 사랑을 위해 좀비가 되는 남자 주인공 역에 도전해 보고 싶다. 아직은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슬픈 연기를 더 하고 싶다.”
서대영은 완전히 떠나보냈나.
“‘태후’를 털어 내고 싶어서, 오늘 밤 송중기를 제외한 알파팀 배우들을 술자리에 전원 소집했다. 내겐 오늘이 서대영을 떠나보내는 진짜 종방연이다. 시원섭섭하다.”
글=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사진=전소윤(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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