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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선비 안병영


? 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이정민입니다.


? 대학 교수와 두 차례의 교육 부총리.총리 후보 물망에도 몇번 올랐던 분.그만 하면 성공한 인생이요 뭇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만한 커리어 아닌가요.명사들 중에 은퇴 뒤 고향 마을에 전원주택 짓고 반농(半農) 반도(半都)의 풍류를 즐기는 분들은 더러 봤지만 서울 토박이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강원도에 낙향해 집 짓고 텃밭 매는 농사꾼을 자처하다니요? 한두 해도 아니고 10년 세월을 말이죠.


?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를 만나기 위해 강원도 고성으로 향하는 내내 호기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세상과 단절하고 사는 말 못할 사연이라도 있는걸까? 말이 농삿일이지 텃밭에 물주고 뜰 가꾸는 정도 아닐까? 평생 책상머리에서 글줄 읽으며 살던 선비가 한번도 해보지 않은 농삿일을 어떻게 하겠어? 혹시 베스트 셀러를 쓰기 위한 농촌 체험인가? ? 새벽길을 달려 2시간여-.미시령 넘어 웅자한 울산바위를 뒤로하고 닿은 곳 고성군 토성면.30여 가구 남짓한 작은 마을 산기슭에 안 부총리가 살고 있는 농가주택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내외가 직접 욕조·변기·벽난로 같은 소품과 인테리어 마감재를 골라 하나 하나 꾸몄다는 집은 그 자체로 '갤러리'입니다.벽을 두지 않아 단절되지 않고 하나의 공간으로 흐르듯이 꾸민 실내 구조에,높이 솟은 천장 한가운데를 유리창으로 덮어 채광 효과를 더했습니다. 굳이 집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거실에서 변화무쌍한 하늘시계의 움직임과 절기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말이죠.? 집의 바깥 둘레로는 철따라 피어나는 갖가지 꽃들과 나무들,과실수가 어우러져 무릉도원에라도 온 듯 황홀경에 빠지게 합니다. 안 부총리의 '일터'인 300여평의 텃밭은 그 앞뜰 너머에 펼쳐져 있더군요.


? '새벽 4시쯤 기상→밭에 나가 풀뽑고 거름주기→식사를 겸한 휴식 혹은 낮잠→다시 밭일→샤워후 독서와 글쓰기.단조로운 일상.유일한 씨름 상대는 잡초.농사가 끝나는 늦가을부터 봄까지는 책읽기와 사색,글 쓰기로 소일.'??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에 만족하던 옛 선비의 모습이 이랬을까요. 안 부총리의 설명입니다. ? "풀을 뽑는건 단순한 육체 노동인데 그속에서 오히려 생각이 명징해지고 지적 자극을 더 강하게 느껴요.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들을 짬짬이 메모해뒀다가 나중에 다시 꺼내보거나 글을 쓰기도 하죠.…나름대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다 싶지만 서울 살 땐 늘 허덕이며 살았던 것 같아요. 원치 않아도 체면 때문에,관계 때문에 나가야 하는 모임들,결혼식등 경조사,동창회,학회와 포럼 축사,주례 요청등 지금도 서울에 있다면 아마 똑같이 살거예요. 내가 주인이 아닌 삶이죠. 은퇴하고 서울을 떠나자고 결심한 건,이제부터라도 내 삶의 주인으로 살자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지금 비로소 내가 주인으로 사는 삶을 살기 시작했어요. 정말이지 이렇게 사는데 만족합니다."


? 내가 주인이 아닌 삶-.사회적 성공이나 직업적 성취를 위해 내달리다 보면 자칫 주체로서의 자아를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객체로 전락한 자신을 발견할 때,인간은 북적대는 도심 한복판에서도 절대 고독을 느낍니다. 사람들 무리에 뒤섞여 있어도 단절과 소외감을 느끼고 삶이 몸에 맞지 않는 거추장스런 옷처럼 느껴지는 지독한 내면의 고독말입니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월든 호수가 숲속 통나무집에서 자급자족 생활을 했던 헨리 데이빗 소로우에 열광하는 건 현대 도시인들이 느끼는 고독의 투영입니다."삶의 주인으로 살고 싶었다"는 그의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강원도 고성의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 농가주택 앞뜰


? 이번주 중앙SUNDAY는 어렵게 성사된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의 인터뷰를 독점 게재합니다. 김동률 서강대 MOT 교수가 진행한 인터뷰가,오랜 도시 생활에 진력난 분들에게 향긋한 청량제가 됐으면 합니다.? 이밖에『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심층 인터뷰,20대 국회 당선자들이 생각하는 20대 국회상과 바람직한 권력구조·선거 제도,『거대한 변환』의 저자 칼 폴라니연구소의 마가렛 멘델이 말하는 '지금 왜 사회적 경제인가'등 푸짐한 읽을거리들이 독자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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