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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 실탄 마련 위해 … 한은에 SOS 친 정부

“통화신용정책은 경기 회복세 지원 및 금융안정을 위해 신축적으로 운용한다.”

정부가 28일 발표한 ‘경제여건 평가 및 정책대응 방향’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 ‘독립기관’인 한국은행이 관장하는 통화신용정책 방향이 정부 정책에 명시된 건 이례적이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용경색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다양한 정책 수단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역시 한은이 다루는 분야다. 사실상 정부가 한은에 ‘SOS’를 친 셈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가 40%에 이르는 재정 부담 탓에 ‘실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대책에 통화정책이 담긴 건 모양새가 그리 좋지 않다”면서도 “그만큼 쓸 곳은 많은데 정부의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 곳간이 부족한 정부가 돈을 마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구조조정 지원에 따른 경제 충격을 막고 경기 회복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 위해 상반기 중앙정부 및 지방재정의 집행 규모를 당초 268조6000억원에서 275조2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재정을 당겨써서 빚어지는 하반기 ‘재정절벽’에 대처하기 위해 공기업 투자 확대 및 지방자치단체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독려키로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경기 부진에 대응하고 구조조정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정부가 돈을 써야 할 곳은 더 늘었다. 정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규모 실업난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조선업 등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60일 범위 내 실업자에게 특별연장급여 지급 ▶취업성공패키지 제공 등의 혜택이 돌아간다. 적용 대상·시기 등은 기업·업종별로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이 수립된 뒤 결정된다. 기업 구조조정을 돕기 위한 세제 지원도 늘린다. 삼성과 한화그룹의 자발적 ‘빅딜’처럼 계열사를 사고팔 때 세금 폭탄을 맞지 않도록 해주기로 했다.

곳간은 넉넉지 않은데 재정 소요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당장 기댈 곳은 한은이다. 통화정책을 이번 대책에 명시한 데 대해 정부는 “한은과 협의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은이 곧바로 화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와 금융안정을 동시에 살피겠다는 기존 한은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우선 가능한 게 기준금리 인하다. 저성장·저물가 고착화로 금리인하 필요성은 이미 제기돼 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통화정책은 재정정책, 구조조정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한 가운데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만큼 한은이 움직일 명분도 쌓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재정 확대 방안은 돈을 당겨쓰겠다는 것 이외에 실질적인 재정 확충 방안이 없다”며 “사정이 어려운 정부가 사실상 한은에 기준금리 인하를 요청한 것으로 해석되며 그럴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을 도맡고 있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자본확충 지원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구조조정을 차질 없이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구조조정을 집도하는 국책은행의 지원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충해 놓을 필요가 있다”며 ‘한국판 양적완화’ 추진을 재확인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기업 구조조정의 속도·규모에 따라 자본 확충 규모가 달라질 수 있어 다양한 방안을 생각하겠다”며 “재정당국과 금융당국, 한은이 함께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대현 산은 정책기획부문장(부행장)은 27일 “(자본 확충이)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향후 구조조정을 위한 ‘보약’ 차원에서는 좋다”며 “(한은이) 구조조정을 도와준다면 산업금융채권 매입보다는 자본금을 키울 수 있는 직접 출자나 후순위채 인수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둘을 믹스(mix)해 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태경·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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