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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장 내부 승진 17% … 문체부 산하는 35곳 중 1곳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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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은 2010년 창립 50년 만에 첫 내부 출신 행장을 배출했다. 조준희 전 행장이다. 그는 외풍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원샷 인사(임직원 인사를 하루 만에 실시)’와 중소기업 대출금리 한 자릿수 인하와 같은 과감한 정책을 밀어붙였다. 바통은 권선주 행장이 이어받았다. 권 행장 역시 78년 기업은행에 입사해 35년 만에 행장에 올랐다. 내부 출신이 연이어 행장에 오르면서 IBK기업은행은 고공 실적을 이어갔다. 지난해 순익은 민간은행을 포함한 국내 17개 은행 중 3위다. 원샷 인사도 정착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원샷 인사는 내부 임직원을 잘 알고 있어야 가능한 제도”라며 “내부 출신 행장은 조직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실적 개선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4·13 총선을 전후로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 관행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면서 내부 출신 기관장을 더 많이 배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앙일보가 공공기관 알리오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결과 공공기관 316곳 중 내부 출신이 기관장을 맡은 곳은 54곳(17.1%)에 불과했다.

전통적으로 내부 출신이 병원장을 맡는 국립병원(14곳)을 제외하면 비율은 더 줄어든다. 공공기관장 중에는 전·현직 대학교수나 총장 등 학계 출신이 87명(27.5%)으로 가장 많았다. 주무부처에서 산하 공공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긴 고위 관료 출신은 69명(21.8%)이다. 민간 기업이나 연구소 출신 기관장은 36명(11.4%), 주무부처가 아닌 다른 부처·공공기관 출신은 32명(10.1%)이다. 정치권 인사는 12명(3.8%)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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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별로 내부 승진 현황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35개 공공기관 중 내부 출신 기관장은 채치성 국악방송 사장 1명뿐이다. 반면 학계 출신은 15명으로 절반에 가깝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산하 10개 기관장 중 8곳을 고위 관료가 차지했다. 내부 승진 기관장은 한 명도 없다. 보건복지부(20명 중 1명)와 해양수산부(15명 중 1명), 고용노동부(12명 중 1명) 산하 기관도 내부 승진 비율이 낮았다.

어느 날 외부 인사가 낙하산을 타고 뚝 떨어져 기관장 자리에 앉다 보니 공공기관에는 “끝까지 승진해 봤자 부사장이나 본부장”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그러나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내부 출신 기관장을 배출하는 공공기관이 점차 늘고 있고 성과를 내는 곳도 적지 않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1999년 정부 주도로 삼성항공·대우중공업·현대우주항공 등 적자에 시달리던 회사를 통합해 설립했다. 지금도 대주주가 산업은행(지분 26.4%)인 사실상의 공기업이다. 2013년까지 KAI를 거쳐간 4명의 사장은 모두 장·차관이나 군 장성 등 관피아였다. 회사 실적은 정체됐고 노사 대립도 극심했다. KAI가 변화를 맞은 것은 2013년 하성용 사장이 취임하면서다. 하 사장은 이 회사의 첫 내부 출신 경영자다. 3년이 지난 지금 일단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KAI는 지난해 매출 2조9000억원, 영업이익 2857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노사분규가 잦은 회사로 꼽히던 KAI는 최근 3년 연속 노사협상을 탈 없이 마무리했다.

최재식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역시 성공적인 내부 승진 사례로 꼽힌다. 최 이사장은 1982년 공무원연금공단 창단 멤버다. 2014년 공단 내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이사장에 오른 그는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주도했다. 그는 33년간 공단에서 일한 전문성과 탄탄한 조직 장악력으로 공무원 다수가 반대한 개혁안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는 평을 받는다. 2014년 첫 내부 출신 기관장(김세종 원장)을 배출한 중소기업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원장이 내부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 때보다 생산성이나 조직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장의 내부 승진 확산이 낙하산 관행을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선 공정한 인사 평가 시스템과 투명한 선정 기준부터 마련돼야 한다. 많은 공공기관이 낙하산 관행에 익숙한 만큼 내부에서 기관장을 배출할 역량을 기를 시간도 필요하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무부처에서 공공기관에 대한 간섭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며 “권위 있는 인사로 구성한 선정위원회에서 내부 기관장을 선발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윤·장원석·함승민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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