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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금고 열쇠 맡길 수 있는 인성 갖춘 인재 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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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복을 입은 박영식 가톨릭대 총장은 “이공계뿐 아니라 인문사회계에서도 산학협력과 창업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김춘식 기자]


가톨릭대가 최근 대형 국책사업을 따냈다. 정부가 인문학 분야를 지원하는 대학인문역량강화(CORE)사업에 선정돼 2016년부터 3년 간 연간 25억원 씩 75억원을 받는다. 이 대학은 2009년부터 7년 간 정부 재정지원 사업 8개에서 선정되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기준 세입의 8.1%가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이다. 수년 간 등록금이 동결돼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사립대 입장에서 정부 지원금은 단비와 같다. 2008년만 해도 정부 지원금은 10억원 미만이었던 이 대학에서 2009년 취임한 박영식(62) 총장이 물꼬를 텄다. 지난 25일 경기도 부천 성심교정 총장실에서 만난 박 총장은 대학을 어떻게 하면 단기간에 바꿀 수 있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대학은 교수들 편안한 안식처 아니다
 
대학마다 지원금을 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대학의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국책사업이 필요했다고 보지 말아달라. 정부 지원 사업은 대학 경쟁력 확보와 같은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고, 우리 대학의 입장에선 대학의 체질을 바꾸는데 필요했다.”
대학 체질을 바꾼다는 게 무슨 말인가.
“대학은 좀처럼 변하지 않으려 한다. 사회는 급속도로 바뀌는데 대학은 보수적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취임 이후 대학 교수들이 움직이도록 설득했다. 대학은 결코 교수들의 편안한 안식처가 아니다. 재정지원을 계기로 교육의 주체인 교수들이 교육 내용과 방식 등에 대해 끊임 없이 고민할 수 있게 했다.”
정부 지원이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얘기인가.
“교육부의 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ACE, 2010~2015년 지원)사업을 준비하며 대학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인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좀 더 고민했다.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LINC, 2012~2015년 지원)사업도 이공계 분야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산학협력을 인문·사회분야에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인문학 분야에서도 산학협력이 가능한가.
“물론이다. 경제학 전공 학생들이 경기도 부천 역곡북부시장과 연계해 전통시장을 문화관광 공간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역곡북부시장이 2014년부터 3년 간 정부로부터 14억원을 지원받는데 기여했다. 국문학·철학·미디어기술콘텐츠 전공 학생들과 교수들이 영화 ‘황구’를 제작하는 제작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경영학 전공 학생이 대학 중고 교재 판매 플랫폼 회사를 창업하기도 했다.”

인문사회계도 현장실습 … 취업률 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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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기업과 사회는 여전히 인문사회학적 창의성을 필요로 한다. 인문학적 사고는 지식과 기술에 생명을 불어넣는 영혼과 같다. 미래 사회에는 알파고 같은 고도의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능력을 지닌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그래서 인문학이 더욱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교육하나.
“이공계 위주로 진행되던 캡스톤디자인(현장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제품을 직접 설계·제작하는 교육)과 현장실습을 인문사회계열에 도입했다. 특히 현장실습교육에 참여한 학생 중 73%가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이다.”
그래도 인문·사회 분야는 취업 어렵지 않나.
“캡스톤디자인과 현장실습 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취업률이 두 배 높게 나온다. 요즘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이란 말이 있지만 우린 다르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의 해외 기업에서 현장실습을 받고 취업한 사례도 나왔다.”
어떤 학생을 길러내고 싶나.
“기업이 금고 열쇠를 맡길 수 있는 사람을 키우고 싶다. 지식은 다소 부족할지라도 인성을 갖춘 인재 말이다. 그래서 시작한 게 윤리적 리더 육성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초중고교 때 입시 교육에 밀려 제대로 배우지 못한 인성교육을 대학 1~2학년 때 한다. 영어 등 외국어 실력도 갖추게 하고 싶다. 1학년이면 필수교양과목으로 영어기숙프로그램(GEO)을 운영하고 있다. 집중적으로 영어교육을 시킨다. 한 달만 집중해도 외국에서 산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다.”

1학년 때 영어기숙프로그램 필수로
 
외국어 집중교육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나.
“1988년 프랑스 파리가톨릭대에서 불어어학코스를 밟은 적이 있다. 그 때 두 달 반 만에 상급코스까지 끝냈다. 그런 경험을 참고했다.”
몇 개 외국어를 하나.
“아람어나 라틴어 같은 사어(현재엔 구어로 사용되지 않는 언어)를 포함해 12개 국어를 한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히브리어를 하면 아람어나 시리아어는 거의 비슷해 쉽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라’라는 말은 히브리어나 아람어, 시리아어에서 ‘창조하다는 뜻이다. 사어를 더 잘한다.(웃음) 성서학자여서 라틴어를 할 줄 아는데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는 라틴어 어근을 알면 쉽게 할 수 있다.”
재임한 총장이다. 신부님이기도 하다. 총장으로서 가장 어려웠을 때는 언제였나.
“7년 내내 매일 같이 살얼음을 걷는 것 같았다. 2009년 취임 직후 6개월 동안 약학대를 유치하기 위해 애를 쓰면서 평생 마실 술을 그 때 다 마신 거 같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지금 대학 사회는 유례없는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여기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변화를 강요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능동적으로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대학은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얼마 전 서울 소재 23개대가 대학 간 벽을 허물기로 약속을 했다. 전공이나 교양 수업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서울 신촌에 사는 우리 대학 학생이 굳이 이곳으로 오지 말고 가까운 대학에서 교양교육을 받고, E대학의 저명한 인문학자 강의를 다른 대학 학생이 들을 수 있게 됐다. 이런 시도가 성공한다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대학 서열화 문제 뿐 아니라 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생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박영식 총장=1954년 경북 김천의 6대를 이어온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82년 사제 서품을 받고 신부가 됐다. 로마 교황청 성서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구약성서 잠언·전도서 등 지혜문학 전공이다. 현재까지 번역본을 포함해 총 65권의 저서를 냈다. 일생 목표는 100권이다.

만난 사람=강홍준 사회1부장 kang.hongju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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