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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때문에 생물 50% 멸종 중 … 지금은 인류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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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46억 년 전 탄생한 이래로 숱한 변화를 거쳤다. 변화의 요인은 다양했다. 기후 변화·지각 활동·운석 충돌 등 여러 원인이 지구를 때로는 차디찬 얼음별로, 때로는 녹음이 우거진 우림으로 바꿔놓았다. 환경이 바뀔 때마다 지구를 지배하던 생물들도 바뀌어 갔다. 이제는 전에 없던 새로운 요인이 지구를 또 다른 별로 바꿔놓고 있다. 그 요인은 바로 인간이다.

| 연 3억t 플라스틱, 콘크리트·핵실험 …
하루 10종씩 멸종, 속도 점점 빨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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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지구의 현재 지질시대를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 등 12개국 연구자 24명으로 구성된 국제지질학연합(IUGS) 산하 국제연구팀 ‘인류세 워킹그룹’은 지구가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연대에 들어섰다는 증거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발표했다. 인류의 활동이 지구 환경을 급격히 바꿔놓은 바람에 과거 자연적인 과정에 따라 생성된 지질연대와는 별도로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팀의 일원인 콜린 워터스 영국지질연구소 연구원은 “지금 지구상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1만2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직후의 변화만큼이나 크다”고 말했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농도 증가 속도가 과거와 비교도 할 수 없이 빨라졌고, 인간은 매년 3억t가량의 플라스틱으로 지구를 뒤덮는 등 환경을 바꿔놓고 있다”는 것이 워터스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인류가 지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은 1950~60년대에 이뤄진 핵실험”이라며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능 낙진이 인류세를 보여주는 뚜렷한 신호”라고 덧붙였다.

현대 인류는 과거 어느 때보다 지구에 많은 흔적을 남기고 있다. 불과 18세기만 해도 7억 명에 불과하던 세계 인구는 어느덧 70억 명을 넘어섰다. 이산화탄소·메탄 등 공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는 지구 역사상 전례가 없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화석연료로 인한 대기오염이나 오·폐수로 인한 수질오염, 토양오염도 급증하고 있다. 썩지 않고 오래 보존되는 플라스틱·콘크리트 등의 인공물은 먼 미래에 화석처럼 지층에 남을 것이란 뜻에서 기술화석(technofossil)이라고도 불린다.

지구 평균기온의 변화는 지구가 얼마나 급격히 변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지구는 과거에도 자연적으로 온난화를 일으켰다가 빙하기로 접어들면서 온도를 조절했지만 지금처럼 평균기온이 빠르게 변한 적은 없었다고 과학자들은 지적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 최후의 빙하기였던 뷔름 빙하기가 약 8000년간 진행된 온난화로 인해 끝이 났다며 이 기간 지구의 평균기온이 약 5도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100여 년간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상승한 지구 평균기온은 0.85도로 거의 1도에 육박한다. 인류에 의한 지구 온난화 속도가 마지막 빙하기를 끝낸 자연적 온난화 속도보다 10배 가까이 빠른 셈이다.

| 1만2000년 전 ‘홀로세’와 시대 구분
"뚜렷한 지층 없어 성급하다” 반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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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UGS가 인정하는 공식적인 현재의 지질연대는 홀로세(Holocene)다. 약 1만2000년 전 인류가 지구상에 번성하기 시작한 시기부터 현대까지를 지칭한다. 당시 지구는 10만여 년에 걸친 빙하기를 뒤로하고 온난습윤한 기후로 접어들었다. 삼림이 늘어나고 농경에 적합한 환경이 형성됐다. 인류가 수렵 생활을 마무리하고 정착해 집단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바로 이 시기에 마련된 것이다.

인류세라는 개념은 지난 수백 년 새 급격한 변화를 겪은 현재의 지구를 1만2000년 전 시작된 홀로세와 동일한 지질연대로 규정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2000년 이 개념을 처음 주창한 네덜란드의 화학자 파울 크뤼천은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인해 오존층에 구멍이 나기 시작하면서 지구는 새로운 지질연대로 접어들었다”며 “인류 전체가 지구에 큰 영향을 미쳤으므로 현 지질시대를 인류세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화질소의 오존층 분해 촉진을 규명해 1995년 노벨상을 받은 저명한 학자 크뤼천의 주장은 학계를 뒤흔들었다. 이후 인류세를 다룬 국제 학술지 논문이 200편 이상 발행됐고, 세계적인 과학·기술 분야 논문 출판사인 엘세비어(Elsevier)는 인류세라는 새로운 학술지를 창간했다.

IUGS는 올해까지 인류세의 도래 여부를 확정하기로 하고 2009년부터 ‘인류세 워킹그룹’을 발족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인류세 워킹그룹은 향후 수개월 내로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를 뒷받침하는 후속 논문을 내고 인류세 공식 인정을 논의하는 절차에 들어갈 방침이다.

인류세가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있을 전망이다. 우선 학계에서 아직 회의론이 나온다. 브록포트 뉴욕주립대의 지질학자 휘트니 오틴은 과학지 스미스소니언 인터뷰에서 “지질연대에 새 이름을 붙이려면 이전 연대와 구분하는 뚜렷한 지층이 나와야 한다”며 “아직 인류세를 입증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주장했다. 정치적인 문제도 있다. 기타자토 히로시(北里洋) 도쿄해양대 특임교수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류세가 인정된다면 누가 인류세를 일으켰는지도 문제가 된다”며 “그렇게 되면 순수과학적 논의를 넘어 정치 공방으로도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 “뼈 화석만 남기고 멸종한 공룡처럼
페트병 화석 남기고 인류 사라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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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까지 위협하는 여섯 번째 대멸종
인류세가 불러일으킬 가장 끔찍한 결과는 대멸종 현상이다. 여러 생물종이 특정 기간에 급격히 멸종하는 현상을 대멸종이라고 부른다. 익히 알려져 있는 백악기 공룡의 대멸종을 포함해 현재 학계에는 총 5차례의 대멸종이 알려져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종의 최소 75% 이상이 멸종했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일어난 이 대멸종은 빙하기 도래, 대규모 지각 변동과 화산 폭발, 운석 충돌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했다. 가장 심각했던 3차 대멸종(약 2억5000만 년 전) 때는 삼엽충 등 전체 생물종의 약 96%가 멸종하기도 했다.

학자들은 인류세에 접어들면서 생물종이 그 어느 대멸종보다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한다. 일부 학자들은 현재 지구에서 6차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고 분석한다. 미국 생물다양성센터는 “우리는 6500만 년 전 공룡들의 멸종 이래로 가장 심각한 대멸종 사태에 직면해 있다”며 “하루에도 10여 종이 멸종하는 가운데 현재 대멸종이 진행되는 속도는 과거 대멸종의 1000배에서 1만 배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는 향후 50년 내에 현존 생물종의 30%에서 50%가 멸종할 우려가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이 같은 대멸종의 원인은 인류다. 인류의 활동이 지구 온난화, 서식지 감소 등 멸종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가장 상황이 심각한 것은 전체 6000여 종 가운데 약 41%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양서류다. 지난 수백 년간 파나마 중부의 파나마황금개구리 등 수많은 양서류가 이미 멸종했거나 멸종 직전의 위기에 처했다. 인간이 선박, 항공기 등으로 전 세계를 이동하면서 옮겨 온 진균류가 원인이다. 이 진균류가 양서류의 피부를 뒤덮어 전해질 공급을 차단하고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학자들은 지난 30년간 진균류로 인해 멸종한 양서류만 100여 종에 달한다고 추정한다.

사이언스에 따르면 양서류뿐 아니라 포유류 26%, 조류 13%도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인간에 의한 환경 변화가 가속화함에 따라 이 수치는 점점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인간도 안심할 수 없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이정모 관장은 저서 『공생 멸종 진화』에서 “지난 다섯 번의 대멸종에서 최상위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했다”고 지적하며 “현재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도 공룡처럼 완전히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룡이 뼈와 발톱을 남기고 멸종했듯 인간은 플라스틱 페트병과 알루미늄 캔을 남기고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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