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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조 백일장] 4월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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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달의 심사평
아카시아 향기를 기다리는 4월은 ‘흐림’이다. 황사에 미세먼지, 송홧가루가 뒤덮은 하늘은 물론이며 환태평양 지진대의 안타까운 소식이 그렇다. 이런 기운을 훌쩍 날려 보내는 청신한 작품을 기다렸다.

하지만 백일장에서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는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아쉬움 속에서 이예진의 ‘4인용 그늘’을 장원으로 뽑는다. 4인 가족이 밥을 먹는 정겨움과는 거리가 먼, 음산하고 살풍경한 모습을 시화했다. 첫 수 초장에서 ‘식탁보를 천사’라고 말하다가 둘째 수에서 ‘엄마는 십자가 아래에 걸려 있을까’ 하고 묻는 것을 보면 결국 흰 식탁보와 예배로 가장한 오늘, 그 시간의 이면을 보라고 권한다. 3수 정도로 축약했다면 더 단단한 시를 얻었을 것으로 보여지지만 생의 어두움을 영탄에 기대지 않고 현대성으로 극복하고자 한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차상은 이순화의 ‘멀미’를 선한다. 장원작이 갈피 잃고 표백된 현대인의 삶에 돋보기를 들이대었다면 이 작품은 흥겨운 봄의 서정을 따뜻하게 노래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봄 타령에 길을 잃지 않고, 안정된 보법과 마디마디 연결 짓는 어휘력이 미덥다. 첫 수, 둘째수를 불러와 셋째 수에서 갈무리 하는 솜씨에 눈길이 간다. 다만 함께 보낸 다른 작품들이 이 작품에 미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차하는 엄정화의 ‘정전’이다. 예고되지 않은 일상에 관한 것들에 대한 관심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런 소재는 현대시에서 흔히 다뤄진다. 그러므로 같은 소재라 하더라도 관찰자로선 다른 곳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작품은 할 말을 다 못하고 끝낸 미진함이 있다. 11수의 작품을 응모하였는데, 다작보다는 한 수 한 수에 완성도를 높이는 노력이 우선하기를 바란다.

초대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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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마음 하나’를 어찌 알며 또한 정복하겠는가. ‘천하장수’가 제 아무리 ‘천하를 다 들었다 놓’는다 해도.

‘빛깔도 향기도/ 모양도’ 드러나지 않지만, 없지도 않은 그 ‘마음’ 앞에서 천하장수의 몸은 좌절한다. 들지 못하니 놓지도 못하고, 놓지 못하니 들지도 못하는 ‘마음 하나’의 치명적인 역설. 마음이야말로 자아를 지배하는 우주일 것이다. 평생의 면벽을 마다않고 때를 기다리며 자신과 싸우는 모든 수행자들의 화두 역시 중중첩첩의 마음 찾기 아닐 것인가.

이 시는 연작시 ‘일색변(一色邊)’ 8수 가운데 마지막 결구 시이다. 금강경에서의 ‘마음’은 실체가 없어 ‘공적(空寂)’하며, 그 작용이 묘해서 ‘진공묘유(眞空妙有)’라 부른다 한다. 찾을 수도 잡을 수도 없는 신기루요 아지랑이이니 황제라도 얻을 수 없고 들 수 없는 것이리라. 대책 없는 중생의 ‘마음 하나’도 지옥같이 깜깜하기만 한 오늘, ‘빈자의 등 하나’가 사바의 어둠 속으로 낮게 켜진다. 곧 초파일이다. 입하 지나면 부처가 온다.

‘詩(시)’가 괜히 ’절간의 말‘이겠는가. 세상의 독법으로는 읽을 수 없는 언외의 시는 늘 감당할 길이 없다. 물불을 건너, 오묘한 깨달음의 선미가 벼랑처럼 다가서는 시인의 작품들은 특별히 자리매김 되는 현대시조의 큰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응모안내= 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해 그달 말 발표합니다.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게 중앙시조백일장 연말장원전 응모자격을 줍니다. 우편(서울시 중구 서소문로 100번지 중앙일보 문화부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 우편번호 100-814) 또는 e메일(kim.soojoung@joongang.co.kr)로 접수할 수 있습니다. e메일로 응모할 때도 이름·연락처를 밝혀야 합니다. 02-751-5379.

박명숙 시조시인
심사위원: 이달균·박권숙(대표집필 이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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