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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하권 39쪽에서 영화의 영감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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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공주 마곡사에서 영화 ‘우리’ 촬영을 마친 석찬역의 김광영씨와 묘덕역을 맡은 권유진씨. [사진 청주대]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을 금속활자로 인쇄한 궁극적인 뜻은 평등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정보라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금속활자 인쇄술의 시작입니다. 영화를 통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직지를 이해하도록 돕고 싶었어요.”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인 채승훈(50)씨는 직지를 주제로 한 영화 ‘우리’를 만들게 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직지를 주제로 한 영화 제작은 최초다. 직지는 1377년 고려시대에 만든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이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뒤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인정받고 있다.

충북 괴산 출신인 채 감독이 직지에 관심을 가진 건 2년 전이다. 청주대 연극영화과(85학번)를 졸업한 뒤 인천에서 영화 관련 일을 하다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다시 청주에 돌아왔을 즈음이다.

“직지 하권 39쪽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스님 백운화상이 원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부처님 말씀을 채록해 고려로 왔다. 석찬과 달잠이 이를 알리려 금속활자를 만들었고, 비구니 묘독이 시주해 직지를 만들었다’고 기록돼 있어요. 직지를 만든 네 사람이 추구한 가치가 결국 평등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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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채승훈 감독으로 석찬역의 김광영씨와 묘덕역을 맡은 권유진씨 세 사람은 모두 청주대 연극영화과 동문이다. [사진 청주대]


채 감독은 지난해 8~11월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이국 땅에서 가르침을 가져온 백운화상이 열반한 뒤 달잠과 석찬, 묘덕이 직지를 만드는 데 생애를 바친다는 줄거리다. 석찬과 묘덕이 각각 정원(남주인공)과 우리(여주인공)로 환생해 사랑을 나누면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우리 역에는 실제 지체장애를 겪고 있는 조우리(34·여)씨가 참여했다. 조씨는 장애인문화나눔 노리터 대표로 손 대신 입에 연필을 물고 연극 대본을 쓰는 작가로 유명하다. 채 감독은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차별 없는 사랑도 영화에 녹였다”고 했다.

영화는 청주대 연극영화과 졸업생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제작됐다. 채 감독의 동기인 동우필름 김영철(50)대표가 촬영감독을 맡았고 총괄PD는 1년 선배 황의권(51)씨가, PD는 김기훈(50)씨가 나섰다. 주인공 달잠 역은 홍진웅(52)씨, 석찬 역엔 김광영(46)씨, 묘덕 역에는 권유진(29·여)씨가 나섰다. 편집도 동문인 경민채(48)씨가 맡았다. 이들은 무료로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4000여 만원을 모아 촬영비를 댔다. “우리 고장의 자랑인 직지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소문이 나자 청주대·지역병원·기업체 등에서도 기부금 1000여 만원을 모았다.

영화는 지난해 12월부터 제작을 시작해 올 2월 촬영을 마쳤다. 현재 편집·화면조정·자막삽입 등 후반부 작업을 하고 있다. 상영 시간은 1시간 30분이다. 채 감독은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소장 중인 직지의 안타까운 상황을 부각시켜 전주·부산국제영화제뿐 아니라 칸 국제영화제 등에도 출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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