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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사이버 공격·테러 등 범인 특정 못할 도발로 나올 것

다음달 북한의 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 북한은 5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 위협을 노골화하는 것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 23일엔 동해상에서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1발을 시험발사했다. 니어(NEAR)재단(이사장 정덕구)이 주최한 한·중·일 서울 프로세스(4월 22~24일)에선 이 같은 위협과 공동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행사에 참석한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야마구치 노보루(山口昇) 일본 방위대 교수, 추수룽(楚樹龍) 중국 칭화대 공공관리학원장,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가 23일 북한의 잇따른 도발과 그에 대한 한·중·일의 입장과 대응에 관한 좌담을 가졌다. 북한 붕괴론에서 고고도미사일 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남중국해 사태까지 긴급 현안에 대한 진단과 대처방안이 토의됐다.

| 북, 연료저장소 등 쉬운 목표 노려
중, 제재로 대북결의 보이려 해
긴장의 폭이 넓어지는 데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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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중·일 서울 프로세스에 참가한 추수룽 중국 칭화대 공공관리학원장,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야마구치 노보루 일본 방위대 교수,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오른쪽부터)가 토론하고 있다. [사진 김경빈 기자]


김영희=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이후에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한국에 대해 언어폭력 등 고강도 도발을 계속하면서 한반도는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초상식적 위기(transcendental crisis)를 맞고 있습니다. 국지적 충돌이 일어나 전쟁으로 확산될 위험은 없습니까.

김희상=북한이 제재에 대한 보복에 나서고, 충돌이 일어날 위험이 없진 않습니다. 하지만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부턴 한국이 단호한 응징과 보복에 나설 것이란 사실을 북한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보다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지난해 정찰총국에 요인 암살·테러를 전담하는 특수공작과를 신설한 데다 김영철 정찰총국장을 통일전선부장으로 발탁한 것이 상당히 마음에 걸립니다. 우리나라엔 연료 저장소처럼 간단한 타격으로 대규모 인원을 살상하고 국가적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시설이 많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복합도발’을 하면서 북한이 했다는 표시는 안 나게 할 수 있습니다.

야마구치=지금 진행되는 긴장은 전쟁으로까지 간다고는 볼 수 없는 성격이지만 그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북한이 사이버 공격이나 테러 등 범인을 특정할 수 없는 형태의 도발로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게임의 룰’이 적용되려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는 있지만 아직 구멍(Loop hole)이 있다는 생각을 한국에선 합니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한다면 중국이 이런 구멍까지 다 막아서 북한을 더욱 고통스럽게 할까요.

추수룽=대북제재에 있어 중국이 매우 중요하단 건 우리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으로부터 광물 수입을 중지하고 은행 업무도 모두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엄격히 제재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런 메시지를 통해 국제사회에 우리의 대북 결의를 보이려고 하는 것입니다.

야마구치=우리가 바라는 것은 중국이 모든 영향력을 행사해서 북한의 방향을 바로잡아 주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영향력도 포함됩니다. 물론 중국이 타국인 북한을 속국처럼 억제할 마음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을 것이란 점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한·미·일의 영향력은 더 한정돼 있다는 것을 중국 입장에선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최근 중국에 있던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이 한국으로 왔습니다. 중국 정부의 묵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아닙니까.

추수룽=동의합니다. 국제법에 따라 정상적 여권을 가진 이들이 중국을 떠나겠다고 하면 허가할 수밖에 없다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설명이 아주 정확하고 사실에 부합합니다. 중국이 묵인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 시 정권, 북한 체제 불안 원치 않아
김정은 집권 여부에는 관심 없어
북 위협에 자국 이익만 생각 말아야


김희상=그런데 중국은 기본적으로 북한 체제가 흔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제재에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추수룽=동의하지 않습니다. 중국이 말하는 한반도의 안정은 ‘전쟁이 없는 비핵화’의 상태를 뜻합니다. 북한 정권이 안정돼야 한단 뜻이 아닙니다. 중국은 김정은이 집권을 하든 말든, 정권이 안정적이든 아니든 개의치 않습니다. 우리가 중시하는 것은 한반도에 안정이 유지돼 많은 난민이 중국으로 넘어오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그렇다면 중국은 북한의 정권교체(regime change)나 지도자 교체(ruler change)가 이뤄져도 받아들인단 입장입니까.

추수룽=아마 그럴 것입니다. 태국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의 정권을 누가 잡느냐에 대해 개입하거나 신경 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야마구치=북한의 위협에 대한 인식은 나라마다 입장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단거리 미사일을 우려하지만 일본은 별로 그렇게 느끼지 않습니다. 미국은 핵 확산이란 세계적 측면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요. 중국은 혼란이 발생할 때 국경을 넘어 올 난민 유입을 걱정합니다. 일본은 납치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입장 차이는 각국의 정책 우선순위에도 반영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국 편의만 생각해선 안 된다는 점입니다. 가령 ‘북한의 정권 안정이 중요하니까 다른 건 눈감아 주자’는 식은 안 됩니다. ‘핵만은 인정 못한다’는 입장은 정해놓고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김=중국 내에 북한을 그만 보호하자는 포기론과 그래도 북한을 지켜야 한다는 지지론이 대립하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추수룽=중국과 북한의 정상들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고, 사실 지금도 중국은 북한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포기를 했다고 볼 수도 있어요. 중국 국민이 북한 정권에 대해 큰 희망을 갖지 못하고 있고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많은 언론도 북한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중국 정책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물론 공개적으로 비판을 하거나 하지는 않지만요. 그렇다고 중국이 북한과 경제 분야 등을 비롯해 관계를 완전히 단절한다는 식의 포기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일부는 계속 지지하고, 일부는 포기할 것이란 뜻입니다.

김=한반도를 큰 동심원으로 볼 때 맨 바깥에는 미·중 간 대립이 있습니다. 여기서 한국이 중간에 샌드위치처럼 끼어 있는데, 상징적으로 나타난 게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 아닙니까. 사드, 꼭 들어와야 합니까. 그리고 결국은 배치될까요.

김희상=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패트리엇 미사일(PAC-3)은 최대 30~40㎞ 거리에서만 북한 미사일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청와대나 군 사령부 방어는 가능하지만 서울 시민을 방어해야 한다면 이것 갖고는 안 됩니다. 지역 방어를 할 수 있는 사드여야 가능합니다. 핵이나 전자탄이 상공에서 폭발했을 때의 위협을 생각해보십시오.

야마구치=사드는 종말 탄도 요격용인데, 이지스함이 보유한 스탠더드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더 깁니다. 가령 북한 남쪽에 이지스함이 들어간다면 방위 범위는 필리핀이나 중국 해양부까지 되겠죠. 사드는 지역 내에서 굉장히 한정적인 범위 내를 방어하기 위한 것입니다. 공격적 성향을 갖는 체계는 아니란 게 제 의견입니다.

추수룽=사드 레이더가 북한만을 겨냥하는 게 아니라 사정 범위가 500㎞로 중국 역내까지 미치기 때문에 위협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사드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의 무기이지 않습니까. 미국의 무기이고, 미국이 컨트롤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이 중국에 “사드는 북한만 겨냥한 것”이라고 말할 순 없는 것입니다.

김=미·중은 남중국해에서도 대립하고 있습니다. 남중국해 사태는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앞으로 양국 관계의 개선 전망이나 남중국해 문제에서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추수룽=남중국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너무 과격한 것 같습니다. 남중국해는 70여 개 섬으로 이뤄진 군도이지, 어느 한 나라가 지배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중국은 군사력을 확장하려는 것이 아니고 방어력을 갖고 남중국해에서 군사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미·중 모두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합니다.

김희상=전 미·중 관계가 상당 기간 긴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팍스아메리카나와 중화질서의 충돌 등을 생각하면 미래가 밀월이 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서로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상당 수준의 긴장 상태에서 협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추수룽=중·미 고위급 교류 때마다 항상 강조하는 것은 양국 사이에 갈등보다 협력의 여지가 크다는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중·미 갈등을 확대하고 과장해 분석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을 희망하는 것은 아닙니까.

야마구치=미·중 관계는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국 사이가 긴장 관계라지만, 지금까지 세계가 경험한 긴장과는 전혀 다릅니다. 냉전기에는 소련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 아무도 힘들어하지 않았고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이 재채기하면 감기에 걸리는 국가가 많습니다. 중국 경제가 나빠지면 미국도 힘들어지죠.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봐도, 군사적 의미도 있지만 지역 안보의 의미도 있습니다. 미국이 자원이 나는 지역을 보호하고 그로 인한 이익을 공유한다면 중국 생각처럼 ‘플러스섬’이 될 수 있습니다. 미래 세대들은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긴장과 협력, 경쟁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서로 윈윈(win-win)하도록, 루즈루즈(lose-lose)가 되지 않는 방향을 지향해줬으면 합니다.

김=서울과 워싱턴에선 북한 붕괴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희상=하나의 국가 체제가 유지되려면 국민의 충성심, 효율적 통치 체제, 체제 수호의 힘이라는 3대 기본 요소가 제 기능을 발휘해야 하는데 북한은 세 가지가 다 안 되고 있습니다. 북한군도 이미 굉장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추수룽=한국과 미국, 특히 한국이 진지하게 북한의 붕괴에 대비하는 것은 합당한 일이며 동의합니다. 통일은 매우 급박하게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동독이 그렇게 빨리 무너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통일 준비는 50년, 100년을 해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야마구치=한반도 통일은 동북아 모든 주체의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붕괴라는 폭발적 사태가 계기가 될지는 모르지만, 여러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해야 합니다. 최소 6자회담 당사국들은 민주적으로, 외교적으로 통일을 추진하면서도 어느 날 북한이 무너지면서 혼란이 일어날 상황, 우리가 긴급하게 대처해야 하는 상황까지 포함해 여러 가지를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돼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비핵화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겠습니까.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2월 미국을 방문해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회담했을 때 평화협정 협상과 비핵화 대화를 병행하자고 했습니다. 케리 장관도 최근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성의를 보이면 평화협정 논의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평화협정과 비핵화 병행협상으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가능할까요.

추수룽=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평화협정과 비핵화 대화 병행은 북한을 6자회담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는 것이지, 비핵화를 이루는 데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계속해서 핵무기를 유지할 것입니다.

| 미군 철수 논의, 한·미 동맹 큰 부담
미·중 간 갈등보다 협력 여지 커
남북통일이 동북아 국가들의 목표


김희상=북한이 주장하는 평화체제의 핵심은 주한미군 철수입니다. 과거 6자회담에서 수없이 반복했듯이 핵을 폐기하는 척하면서 주한미군 철수 카드와 왔다 갔다 할 겁니다. 평화협정 협상을 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가 논의된다면 이는 한·미 동맹에 있어 굉장히 큰 부담입니다. 결국 궁극적인 비핵화 방안은 평화통일입니다.

야마구치=중·장기적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함으로써 치러야 하는 비용과 핵을 포기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균형 잡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앞으로 한반도의 정세는 굉장히 유동적이 될 것이고, 그 사이에서 항상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치가 있을 만한 당근과 채찍, 인센티브를 생각해야 합니다. 인센티브에는 강경한 것과 부드러운 것 모두 있을 수 있습니다.

김=세 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김희상은…
육사 24기의 예비역 중장. 국방대학 총장 역임. 노무현 정부 청와대 국방보좌관과 비상기획위원장도 지냈다. 1990년 남북 고위급회담 당시 북측 대표였던 김영철 현 북한 통전부장을 상대했다.
야마구치 노보루는…
육상자위대 중장 출신으로 일본의 대표적 군사전략가다. 방위대를 졸업한 뒤 미 플레처 국제대학원에서 국제 문제를 연구했다.
추수룽은…
미 조지워싱턴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한반도 및 미국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미·중 관계와 양안 관계에 정통하다.

정리=유지혜 정치국제부문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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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