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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창살 없는 카톡의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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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광균
JTBC 경제산업부 기자

나의 하루는 노랗게 시작해 누렇게 끝난다. 벌써 황사냐고? 온종일 카톡에 시달린다는 얘기다. 아침에는 눈 뜨자마자 카톡부터 확인한다. 벌써 활성화된 채팅이 63개나 된다. 이 가운데 18개는 여러 명이 참여하는 ‘카톡방’이다. 가볍게 친구들의 신세 한탄을 휙휙 넘기다 보면 정신이 번쩍 들 때가 있다. 직장 상사가 속해 있는 카톡방 옆으로 시뻘겋게 숫자 1이 떴다. 나만 늦게 확인한 거 아닐까? 혹시 나한테 급히 시킨 일이 있는 걸까?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카톡을 연다. 카톡은 창살 없는 감옥이나 마찬가지다.

햇병아리 시절에는 주로 전화 통화였다. 4년 전 취재 현장에서 가장 무서웠던 건 ‘751’ 국번이 찍힌, 회사 유선 번호로 온 전화였다. 샤워하는 도중에 전화가 올까 싶어 지퍼락에 스마트폰을 넣어 목욕탕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조금 늦게 받으면 “뭐하길래 이렇게 안 받느냐”는 꾸중부터 들었다. 입이 험한 회사 선배에게는 “그렇게 헤맬 거면 퇴근 전에 사표 내”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래서 전화기를 처음 발명한 그레이엄 벨을 향해 저주를 퍼붓기도 했고, 부장의 긴급 호출 전화를 받으면 몰래 부서 내근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부장의 표정과 심기를 물어본 적도 있다. 수화기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상사의 목소리는 끔찍했지만 그래도 딱 근무시간까지였다. 

요즘은? 보고도 지시도 ‘까똑’ 소리 몇 번에 끝난다. 장점은 확실하다. 말 대신 글로 정리하니 지시를 하는 쪽도, 받는 쪽도 깔끔하다. 한 명 한 명 일일이 전화할 필요 없이 단체 메시지만 보내면 된다. 이쯤 되면 오히려 전화가 어색하다. 그래서 영업직같이 외근이 잦은 친구들은 전화보다는 카톡이 편하단다. 문제는 너무 편리하다 보니 시도 때도 없이 지시가 오간다는 것. 여기에 직장 내 위계질서가 엄격할수록 메신저에 스며드는 군기도 문제다. 솔직히 2~3년 전 일부 대학생의 카톡 군기가 한창 언론의 질타를 받던 시기에 내가 속해 있던 팀방도 만만치 않았다. 팀장이 올린 공지사항에 곧바로 대답하지 않으면 탈영한 병사마냥 수소문이 시작됐고 후배는 팀방에 글을 올릴 때 반드시 군대식 ‘다나까’ 어미를 써야 했다.  

어느 순간 카톡을 보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지시를 놓치면 혼날까 봐서다. 이런 ‘카톡중독’에 모처럼 희망의 빛줄기가 비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용감하게 ‘밤 10시 이후 업무 카톡 금지’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 퇴근 이후나 휴일에는 업무 지시가 아니라 질문하는 카톡도 금지시켰다고 한다. 이런 게 진짜 창조경제가 아닐까. 부디 LG유플러스의 실험이 멀리멀리 퍼져 나가 이 땅에서 카톡에 ‘파블로프의 개’처럼 목을 매는 젊은 사원들이 모두 사라졌으면 한다.

손광균 JTBC 경제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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