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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서 열쇠고리·가방까지 ‘나만의 명품’ 싼값에 만들어 쓴다

| 인기 끄는 가죽 공방 체험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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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가죽공방 블로꼬에서 기자(왼쪽)가 직접 가죽 공예를 배워서 필통을 만들어 봤다. 두 개의 바늘을 교차해 가죽을 꿰매는 새들 스티치 법을 배우고 있는 모습.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어떤 선물을 할지 고민에 빠졌다면 가죽 공예에 주목해보자. 가죽 종류부터 색상, 세세한 디자인까지 특별한 누군가만을 위해 고를 수 있다. 직접 수제로 정성껏 제작했다는 뿌듯함은 덤이다. 최근 연령과 성별에 상관없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죽 공예의 세계를 체험해봤다. 사용할수록 깊고 고풍스러운 멋을 내는 가죽 공예품의 매력에 빠져보자.



서울 성북구 삼선동의 한 낮은 건물 3층에 99㎡(약 30평) 남짓한 작은 가죽 공방 ‘블로꼬’가 있다. 간판도 없는 공방을 어렵게 찾아 문을 열자 진한 가죽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공방 안에 들어서자 둘둘 말린 가죽 원단과 재봉틀 등 각종 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알록달록한 실과 끈, 망치 같은 도구도 콘크리트 벽을 따라 죽 걸려있었다. 공방 안쪽엔 소·양·뱀 등 다양한 가죽으로 만든 소품들이 진열돼있었다. 앙증맞은 카드지갑부터 세련된 가죽열쇠고리, 화려한 숄더백까지 그 구성이 다채로웠다.

공방은 섬유 디자인을 전공한 김지혜(34)씨와 의상디자이너였던 이헌우(33)씨 부부가 3년 전 문을 열었다. 어린 시절 블록을 조립해 이것저것 만들었던 기억 덕에 이탈리아어로 ‘블록(block)’을 뜻하는 ‘블로꼬(blocco)’에서 공방 이름을 땄다. 결혼 2년 차인 부부는 이곳에서 공예를 가르치고 제품을 만들어 온라인에서 판매도 한다. 현재 수강생은 25명, 3년 동안 공방을 거쳐간 수강생은 800여 명에 이른다.

빈티지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가죽의 매력에 끌려 공방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최근 3년 사이 서울 시내에 새로 등록된 가죽 공방만 200여 개가 넘는다. 과거엔 가죽 공예가 전문가의 전유물이었다면, 요즘엔 일반인이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 대표는 “4~5년 전만 해도 가죽 공예 하는 사람들끼리는 거의 다 알 정도로 많지 않았는데 이젠 셀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카드지갑부터 명품 핸드백까지
장인의 영역일 것만 같은 가죽 공예의 세계가 궁금해져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수강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아이템은 가방이다. 심플한 크로스백부터 핸드백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가방을 완성하려면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최소 4번 이상 수업을 들어야 만들 수 있다.

보통 첫 수업에선 카드지갑·팔찌 등 간단한 바느질로 만드는 제품을 다룬다. 두 번째 수업에선 반지갑이나 여권 커버, 세 번째엔 입체적인 모양의 파우치 만드는 법 등을 배울 수 있다. 김 대표는 “지퍼 등 부자재를 다는 법을 배우면 비로소 가방을 비롯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첫 단계는 가죽 고르기
펜 쓸 일이 많은 직업이라 필통을 만들기로 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가죽의 종류와 색상을 고르는 일이다. 공예 초보들은 다루기 쉽고 실용성이 높은 소가죽을 이용한다. 소가죽은 가공 방법에 따라 식물성 성분인 타닌을 덮어 가공한 베지터블 가죽과 중금속인 크롬으로 가공한 가죽으로 나뉜다. 김 대표는 “베지터블 가죽은 천연 염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죽 고유의 멋과 향이 살아있다”며 추천했다.

블로꼬의 가죽은 대부분 서울 신설동 가죽 종합시장에서 떼어온다고 한다. 서울 성수동과 함께 ‘가죽의 메카’로 불리는 이곳에선 악어·뱀 등 구하기 힘든 가죽과 수입 명품 가죽도 판매한다. 가죽 가격은 종류와 두께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이탈리아산 베지터블 가죽은 3.3㎡(1평) 당 7000원, 크롬 가죽은 2500원~6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디자인 정한 뒤 재단
가죽을 고르고 나면 구체적인 디자인을 정할 차례다. 네 개의 수납공간이 있는 두루마리 필통을 선택했다. 붉은 빛의 베지터블 가죽으로 몸통을, 겨자색 가죽으로 수납공간을 만들고 남색 가죽으로 필통을 두를 긴 끈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 다음은 ‘재단’ 이다. 패턴을 가죽 위에 놓고 송곳으로 밑그림을 그린 뒤, 커터 칼과 자로 밑그림을 따라 자른다. 둥근 귀퉁이 부분은 ‘라운드 커터’를 사용한다. 부채꼴 모양인 라운드 커터를 잘라낼 부분에 대고 수직으로 꾹 누르면 된다. 이후 사포로 모서리를 문질러 잔털을 정리해주고, 매니큐어 같은 특수 염료를 가죽 모서리마다 발라 광택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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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수업에선 카드지갑(아래)을, 네 번째 수업부턴 클러치 가방 등을 만들 수 있다.




가죽공예의 꽃, 바느질
재단이 끝나면 ‘가죽공예의 꽃’으로 불리는 바느질 단계다. 보통 1~2시간 동안 단순 반복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지루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바느질이야 말로 가죽 공예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기회다. 한 땀 한 땀 정성이 들어가서이기도 하고, 제품의 완성도가 결정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본격 바느질에 앞서 몇 가지 밑 작업이 필요하다. 먼저, 본드로 가죽을 고정하고, 바느질할 부분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 가죽은 천과 달리 질기고 두껍기 때문에 미리 구멍을 뚫어놓지 않으면 바늘이 지날 수 없다. 구멍을 뚫는 데 사용하는 도구는 목타(目打)다. 얇고 뾰족한 칼이 촘촘하게 있는 목타는 언뜻 포크와 닮았다. 목타를 바느질할 자리에 올려두고 망치로 내리치면 가죽이 사선 모양으로 찢어지면서 구멍이 생긴다.

다양한 바느질법 중 가죽 제품을 만들 때 가장 자주 사용되는 것은 ‘새들 스티치(saddle stitch·안장 박음질)다. 마구상에서 출발한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말의 안장을 만들 때 사용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새들 스티치는 하나의 구멍에 바늘 두 개를 엇갈리게 교차해 가죽의 윗면과 아랫면을 동시에 꿰매기 때문에 재봉틀 질보다 훨씬 내구성이 강해 명품을 만들 때 사용된다.


잡념 날려버리는 ‘힐링 취미’
“바느질하는 순간에는 아무 생각도 안 드시죠? 생각이 복잡하거나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바느질 하러 많이들 오셔요.”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던 중 김 대표가 말했다. 최근엔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가죽 공방을 찾는 직장인들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저녁반이 수강생으로 붐비는 이유다. 블로꼬에서 공예를 배우는 현성환(25)씨는 “평소 머릿속이 복잡한데 가죽을 만드는 과정에만 집중할 수 있어 휴식이 된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만들러 오는 사람도 많다. 기성품보다 싼 가격에 질 좋고 독특한 아이템을 만들 수 있어 일석이조다. 시중에서 150만 원 안팎에 거래되는 명품 새첼백(손잡이가 있는 책가방 모양 핸드백)의 경우 공방에서 베지터블 가죽으로 만들면 10만~20만원(수강료 미포함)이면 충분하다. 다만 가방은 난이도가 높아 4회 이상 수업을 들어야 한다. 팔찌나 열쇠고리는 3만 원, 카드지갑은 4만~6만 원이면 만들 수 있고, 반지갑은 수납공간에 따라 11만~20만 원, 장지갑은 15만~18만 원에 제작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커플끼리 데이트하러 와서 서로 만든 물건을 선물하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수강생 10명 중 3~4명은 남성
최근엔 남성 수강생도 늘었다. 공방을 처음 열었던 초반엔 여성 수강생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남성이 30~40%를 차지한다. 남성들은 패션 소품보다 가구 손잡이나 노트북 파우치 같은 실용적인 물건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 대표는 “한 남성 수강생은 시중의 쇼퍼백이 여성스러워서 들고다니기 어렵다면서 직접 가벼운 가죽으로 만들어 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두 시간 여의 바느질이 끝나고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필통을 말아줄 남색 긴 가죽 끈에 구멍을 뚫고 나사의 일종인 솔트레지를 붙이면 간이 단추가 된다. 여기에 ‘불박기’라고 일종의 인두를 이용해 이니셜이나 로고를 새길 수도 있다.

다섯 시간에 걸쳐 드디어 필통을 완성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수제 필통을 보고 있자니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있어 생긴 어깨 통증과 눈의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문득 지난해부터 캘리그라피 공부를 시작하셨다는 고등학교 시절 은사님이 떠올라 정성과 특별함으로 채운 이 필통을 선물해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죽공예 배울 수 있는 곳

라니엘 아뜰리에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인 이곳은 에르메스 등 유명 명품 브랜드 디자인의 제품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공방이다. 가죽 팔찌와 버킨백이 이곳에서 가장 인기있는 아이템이다.
● 주소 서울 종로구 통의동 4
● 연락처 02-379-6157


묘한 가죽카빙 연구소
가죽에 조각을 새겨 넣는 ‘가죽 카빙(car ving)’을 배울 수 있다. 가죽에 경사를 만들어 입체감 있고 고풍스러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특히 30대 이상 남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
● 주소 서울 종로구 숭인2동 201-6
● 연락처 010-5551-0528


풀잎문화센터
1992년 시작해 전국 220여 개 지부를 보유한 비영리 평생교육기관. 일반 공방보다 수강료가 싸다. 간단한 카드지갑이나 반지갑을 3만~5만원에 만들 수 있다. 종로 본원에 문의하면 가까운 분원과 수업 시간표를 안내해준다.
● 주소 서울 종로구 종로5가 40
● 연락처 02-3676-5579


한국문화센터
전국에 100여 개의 지부가 있다. 빈티지한 통가죽의 멋을 배울 수 있다. 가공하지 않은 통가죽에 염색이나 버닝(가죽을 태워 색을 변형시키는 것) 과정을 거쳐 그림이나 문양을 넣는 ‘가죽 콜라주’ 수업을 운영한다.
● 주소 서울 종로구 중로 193
● 연락처 02-742-1477


가죽공방 블로꼬
● 주소 서울특별시 성북구 삼선교로 8-1 3층
● 연락처 070-769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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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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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