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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부산·경남] 쪽빛 바다 수놓은 섬들, 아름다운 이야기 품다

경남 거제도는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구불구불한 해안선만 386.6㎞에 이른다. 바다 곳곳에는 마치 뿌려 놓은 듯 수많은 섬이 있다. 동부면 장승포에서 남부면 저구 삼거리까지 14번 국도를 따라 해안을 달리면 차창 밖 곳곳이 비경이다. 사람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지가 여럿이다. 거제시가 올 들어 이들 관광지 알리기에 나섰다. 숨은 이야기를 발굴해 관광자원화하는 ‘스토리 텔링’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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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사랑 꽃피는 동백나무숲
부부애 샘솟는 바람의 언덕
우제봉, 숭어 둘이, 애광원
사연 간직한 절경이 곳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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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섬 ‘지심도’ 전경.

◆사랑이 이뤄지는 섬 ‘지심도’=거제시 장승포동 지심도 터미널에서 오전 8시 30분부터 2시간 간격으로 오후 4시 30분까지 하루 5차례 배가 운항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음 심(心) 자를 닮아 지심도라 한다. 지심도 둘레 길을 따라 펼쳐진 원시림이 동백나무다. 동백꽃은 4월이 절정이며, ‘하나뿐인 사랑’이라는 꽃말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 섬에서 사랑을 이룬 사람이 많다고 한다.

소설가 윤후명(70)씨가 주인공 중 한 명. 그는 1983년 대우조선해양의 지원을 받아 거제도에서 3개월간 작품활동을 했다. 일운면 지세포리에 숙소를 정하고 거제도 전역을 돌아다니며 작품 소재를 찾던 중 우연히 지심도를 알게 됐고, 이 섬에 서식하는 ‘팔색조’를 찾아 나선다. 당시 그는 문학을 사랑하는 한 여성의 사랑을 받았다. 그 여성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작정 거제로 그를 찾아왔다. 지심도에서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서다. 두 사람은 결국 결혼을 했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이 여성은 옛 ㈜금성의 창업주 딸이다. 윤후명씨는 나중에 지심도·팔색조와 관련한 『팔색조-새의 초상』이란 작품을 발표했다. 이는 드라마로도 방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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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부부의 사랑이 묻힌 ‘바람의 언덕’.

◆150년 넘게 부부의 사랑을 간직한 ‘바람의 언덕’=지심도가 연인의 사랑이 이뤄지는 곳이라면 남부면 도장포 마을에 있는 바람의 언덕은 부부간 사랑을 상징한다. 연간 100만 명이 찾는 바람의 언덕 한가운데에는 봉곳하게 솟은 무덤이 있다. 비석은 없다.

사연은 1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람의 언덕에서 바다 건너 맞은편에는 학동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여양 진씨’ 집성촌이다. 이 가문의 22대손인 진종기 통정대부의 부인인 완산 이씨가 이 무덤의 주인이다. 부부는 생전 금슬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부인이 홀로 남았다. 어느 날 부인이 꿈을 꾸었다. 백발의 한 노인이 꿈에 나타나 바람의 언덕에서 살게 되리라고 말했다. 그 후 부인은 죽기 전 바람의 언덕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공교롭게도 부인이 묻힌 바람의 언덕은 남편이 묻힌 학동 바우 산소와 마주보고 있다. 부부가 죽어서도 서로 마주본 채 150년 넘게 사랑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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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제봉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불로장생(不老長生)의 꿈, ‘우제봉’=거제에서 해금강을 한눈에 바라 볼 수 있는 곳이다. 바람의 언덕 인근 남부면에 있다.

우제봉은 해발 107m로 높지 않다. 해금강 매표소 옆에서 시작하는 오솔길을 따라 1㎞ 정도 동백나무와 소나무 길을 지나면 나타난다. 정상까지 걸어서 20~30분이면 족하다.

이곳은 트레킹 코스로 인기다. 정상에 서면 해금강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그래서일까, 이곳을 주목한 것은 우리나라 사람만이 아니었다. 진시황제의 명령으로 불로초를 찾아 먼길을 떠났던 서불(徐市)일행이 지금의 강원도 금강산으로 가던 중 이곳에 머물렀다는 전설이 있다. 우제봉 정상의 석벽에는 서불이 지나갔다는 뜻의 ‘서불과차(徐市過此)’ 글자가 새겨져 있었으나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손상됐다고 전해진다.

일운면 와현마을에는 서불이 묵은 기념비가 남아 있다. 와현(臥峴) 마을의 옛 지명이 ‘눕다’에서 파생된 ‘누우래’인데 서불이 유숙하면서 이 지명이 생겼다고 마을 사람은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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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면 ‘숭어둘이’ 모습.

◆기다림의 공간, ‘남부면 숭어 둘이’=숭어는 겨울을 지나 봄이 오면 떼를 지어 다닌다. 남부면 다대·다포·대포마을 주민들은 매년 2~6월 앞바다에서 숭어가 지나는 길목에 ‘ㄷ’자 형태의 그물을 쳐 두었다가 입구를 막아 숭어를 잡는 ‘숭어 둘이’ 어업을 100년 넘게 하고 있다. 높은 곳에 세워둔 망루에서 ‘망쟁이(망을 보는 사람, 망수)’가 물의 빛깔과 물속 그림자의 변화로 숭어 움직임을 알아채고 바다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신호를 보내 숭어를 잡는 방식이다.

허탕치는 날도 있지만 운이 좋으면 수천 마리를 한꺼번에 잡는다. 신종수(52) 다대 어촌계장은 “숭어 둘이는 바다만 바라보고 한 없이 기다리는 ‘기다림의 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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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지붕의 건물이 붙어 있는 ‘애광원’.

◆전쟁 고아의 고향, ‘거제도 애광원’=장승포동에 있는 애광원은 외지인보다는 거제시민이 장승포 앞바다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더 자주 찾는 숨은 명소다. 이곳엔 특수교육기관인 거제 애광학교,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애빈하우스, 장애인 거주시설 애광원, 민들레집 등이 있다. 김임순(91·여) 원장이 한국전쟁 당시 시댁이 있는 거제에 피난을 왔다가 전쟁 고아를 돌본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이곳 건축물은 하얀 벽체에 빨간 지붕으로 만들어져 이국적 풍경을 풍긴다. 이 중 민들레집은 1984년 김 원장이 독일의 프뢰벨학교를 방문한 뒤 감동해 강병근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에게 부탁해 지었다. 강 교수는 ‘장애인 건축’ 분야 권위자다. 애빈하우스에선 장애인이 만든 공예품·제과제빵, 유기농 농·축·수산물 등을 판매한다. 자연풍광이 일품이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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