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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관 기자의 '책 한 줄 술 한 잔'] 누구나 비상을 갈망한다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가족이라는 덫에 더 깊이 파묻고 산다. 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한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만큼 많은 걸 축적하고 산다. 다른 사람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 자신 탓이다.’-『빅 픽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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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빅 픽처』주인공 벤의 독백이다. 그의 말처럼 ‘현재의 삶’은 자신이 내린 선택의 결과다.

대학시절 사진가를 꿈꾸던 벤. 아버지의 도움을 거부하고 카메라 가게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사진가의 길을 걸어가지만 실패와 생활고의 반복뿐이다. 결국 그는 사진가의 길이 아닌 변호사의 길을 선택한다.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로스쿨에 진학하고 월 스트리트 로펌에 자리를 잡는다. 억대 연봉과 뉴욕 외곽의 고급주택, 아름다운 아내와 두 아이를 갖게 된다.


더없이 훌륭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정작 벤의 인생은 처참하다. 지루한 서류를 검토하며 책상 앞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퇴근 후에는 육아가 기다린다. 새벽이 되면 석 달 된 아이가 울기 시작한다. 지친 몸을 이끌고 아이를 달랜다. 부부관계도 삐걱거린다. 작가 지망생이던 아내 베스는 ‘벤과 결혼하고 아이가 생긴 탓’에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여긴다. 급기야 그녀는 이웃집 사진가 ‘게리’와 바람을 핀다.

벤의 우발적인 선택은 이 모든 걸 단 한 번에 뒤바꿔 버린다. 게리를 찾아간 벤은 충동적으로 그를 살해한다. 그리고 모든 증거를 지워버린 후 몬태나 주로 가서 ‘사진가 게리’로서의 인생을 살아간다. 언제라도 들통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 그는 어릴 적 이루지 못한 ‘사진가로서의 비상’을 조금씩 이뤄나간다.


책을 한 장씩 넘길수록 그런 벤을 점점 더 응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말이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우리는 ‘만약에’라는 말만 부질없이 수십 번 되뇌인다.

그런 우리에게 작가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더 늦기 전에 한 번 해 봐. ‘만약에’가 ‘마침내’로 바뀌는 순간이 올수도 있으니.”



김민관 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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