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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 대통령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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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대기자

좋은 시절은 끝나간다. 정권은 위축됐다. 4·13 총선 참패는 권력 풍경을 바꿨다. 권력의 언어는 달라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간절하다. 하지만 좌절과 무력감이 섞여 넘친다. “대통령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어요. ··· 그렇게 애원하고 호소했는데 거의 안 됐어요.··· 임기를 마치면 엄청난 한(恨)을 남길 것 같아요.”(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 간담회)

호소의 대상은 대통령 어젠다의 처리다. 그것은 서비스법과 노동개혁(파견법)의 국회 통과다. 애원은 실패했다. 장애물은 국회선진화법이다. 그 법은 괴물이다. 의결정족수는 기형적이다. 과반이 아닌 5분의 3(180석). 19대 국회 동안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괴물에 시달렸다.

선거는 역설을 낳는다. 괴물은 다른 얼굴로 다가선다. 청와대에 미소를 짓는다. 20대 국회의 주도권은 야권에 넘어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합하면 과반을 넘는다. 하지만 선진화법 의결 정족수엔 미달이다. 그 법은 야권의 단합·공세를 막아준다. 괴물은 정권의 방어 수단으로 변했다. 청와대와 여당엔 기막힌 반전이다. 참패의 역설은 잔인하다.

권력 시련기가 시작됐다. 그 권력의 한복판에 친박(박근혜)이 있다. 박 대통령은 자신과 친박의 고리를 차단한다. “사실은 제가 친박을 만든 적은 없거든요. (총선 후보들이) 자신의 선거 마케팅으로 그냥 만들어갖고···.” 대통령의 위상은 통합이다. 계파의 수장은 부적절하다. 그런 측면에서 그 말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 발언은 국민 기억과 다르다. 기억 속 친박은 ‘대통령의 사람들’이다. 그 인식은 오래 축적됐다. 친박·비박은 대중에게 익숙하다.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는 선전했다. 4·13 총선에서 친박의 호가호위 는 두드러졌다. 그들은 대통령의 민생 정책 제시에 게을렀다. 그 대신 ‘작은 권력’을 즐겼다. 친박도 성이 안 찼다. 진박으로 추리고 골랐다. 친박의 이미지는 독선과 옹졸함으로 넘쳤다. 그것은 역겨움을 낳았다.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은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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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엄혹한 시절이 다가온다. 친박 주력은 그것을 실감하지 못한다. 그 때문에 그들의 자숙은 어설프다. 쇄신은 미흡하다. 김무성의 옥새파동에 분통을 터뜨린다. 그것은 패배의 또다른 요인이다. 친박의 믿는 구석은 당내 수적 우위다. 당선자 중 친박이 많다. 하지만 그 믿음은 허탈감으로 바뀔 것이다. 친박의 집단적 전투력은 엉성하다. 친박 단합은 예정된 감투 덕분이다.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가 기다리고 있다. 검찰의 선거사범 수사는 단합에 도움을 준다. 그 시한은 6개월(10월 13일)이다. 그런 요소들은 제한적이다. 20대 국회는 많은 청문회를 예고한다. 야권은 친박 게이트를 추적할 것이다. 그때마다 친박의 단결력은 헝클어질 것이다.

친박 내부에 각성은 있다. 좌장인 서청원(경기 화성갑) 의원의 발언은 인상적이다. “저부터 훌훌 다 털어내겠다. 야당과 대화와 타협,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들로 당 대표직과 원내대표직을 채워야 한다.” 그는 현역 최다선인 8선(選)이다. 서청원의 접근방식은 친박후퇴론이다. 그 언급은 미묘한 파장을 던진다. 친박 실세인 최경환(경북 경산) 의원과 시각 차이 때문이다. 최경환은 비박·친박의 공동책임론에 집착한다. 서청원 발언은 여권 내부의 변화를 암시한다. 친박 내 수도권과 TK 핵심 간의 파열음도 들린다.

새누리당의 계파갈등은 진행형이다. 친박은 계파 해체선언을 해야 한다. 그런 자발적인 행동이 반전을 만든다. 그것이 박 대통령을 보호하는 방어벽이 된다. 최경환의 상처 회복도 가능하다.

권력은 새 출발선에 섰다. 하지만 타개 전략과 해법은 강렬하지 못하다. 박 대통령은 개각론을 일축했다. 그것은 인사청문회, 정책의 일관성 유지 때문으로 비쳐진다. 그렇다 해도 최소한의 정성이 필요했다. 그것은 내각 일괄 사표 제출 뒤 대통령 재신임이다. 민주주의는 포퓰리즘적 요소를 갖고 있다. 그것은 민심 관리를 위한 비용과 절차를 요구한다. 그 생략은 아쉽다.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1년10개월이다. 만기친람(萬機親覽) 시절은 갔다. 정책의 선택과 집중은 당연하다. 권력 관리의 전선은 축소·조정돼야 한다. 청와대는 국장급 인사권을 장관에게 넘겨야 한다. 총선 때 드러난 공직사회의 이반은 충격적이다. 새누리당은 세종시의 공무원 거주지역에서 대패했다. 부처 인사권의 이양은 공직사회 달래기의 필수 조치다.

지금의 국정 승패는 리더십 상상력과 투지에 달려 있다. 하지만 ‘대통령 사람들’의 전략 빈곤과 기량 부족은 여전하다. 박 대통령의 26일 발언은 한 낱말로 집약된다. 그것은 한(恨)이다. 권력과 사람의 재구성과 재편은 절실하다. 그것 없이는 권력의 회한은 깊어질 것이다.

박보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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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