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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성폭행 만연한 인도…휴대폰에 위급 버튼 의무화했지만

여성에 대한 잔혹한 범죄로 악명 높은 인도가 모든 휴대전화에 ‘패닉 버튼’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패닉 버튼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누르면 경찰이나 지인에게 긴급 구조요청을 할 수 있는 기능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인도 정부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각종 성범죄와 납치, 여성 폭행 사건 등에 대처하기 위해 휴대전화에 패닉 버튼을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2017년 1월부터 판매되는 휴대전화에는 반드시 이 기능이 포함돼야 한다.

피처폰(스마트폰이 아닌 구형 휴대전화)의 경우 키패드의 5번 혹은 9번 버튼을 길게 누르면 구조요청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스크린 상에 패닉 버튼 기능을 추가하거나 전원 버튼을 빠르게 3번 누르면 이 기능이 작동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구조요청을 하는 휴대전화 사용자의 위치를 즉시 파악할 수 있도록 2018년부터 판매되는 모든 휴대전화에 GPS기능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마네카 간디 인도 여성·아동부 장관은 “패닉 버튼은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며 성범죄를 막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라비 샨카르 파라사드 정보통신부 장관도 “이 기술은 여성 보호를 넘어 모든 국민의 생활을 향상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에선 2012년 남자친구와 영화를 본 뒤 버스로 귀가하던 여대생이 운전기사 등 6명에게 잔혹하게 집단 성폭행 당한 뒤 2주 만에 숨져 공분이 일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줄어들지 않아 국내외 여성단체들로부터 대책 마련의 목소리가 높았다. 우버 기사가 승객을 성폭행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일부 정치인들은 “여성들이 조신하게 옷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해 분노에 기름을 끼얹기도 했다.

지난해 인도에서 발생한 여성에 대한 범죄는 33만7000건이 넘었다. 이중 성폭행이 3만7000건에 달한다. 비공식 집계에선 인도 전역에서 15분마다 1건씩 성폭행이 벌어진다는 조사도 있다.

인도 정부는 ‘패닉 버튼’ 도입이 여성에 대한 범죄를 줄이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도의 휴대전화 사용자는 10억 명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휴대전화 시장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별 효과가 없을 것이란 주장도 많다. 인도는 아직도 미국의 ‘911’ 전화와 같은 긴급구조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다. 인도 정부가 중앙정부 차원의 긴급구조 시스템을 마련키로 했지만 지방정부의 권한이 강한 인도에서 이런 시스템 구축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또 여성들의 휴대전화 보급률이 낮은 것도 문제로 꼽힌다. 남존여비 사상이 강한 시골 마을에선 여성들에게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더욱이 패닉 버튼이나 GPS 등이 추가되면 휴대전화 가격이 올라가 경제력이 떨어지는 여성들의 휴대전화 구입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주장도 있다.

인도 일간 인디언 익스프레스 칼럼니스트인 슈루티 다폴라는 “패닉 버튼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여성들의 구조요청에 즉각 반응할 수 있는 일원화된 구조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으면 하루 종일 패닉 버튼을 누르고 있어도 구조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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