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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어 기업 구조조정 지원…한은 “구체적 요청 오면 논의”


박 대통령이 힘 실은 양적완화

총선 이후 사그라지는 듯했던 ‘한국판 양적완화’ 논란이 재점화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간담회에서 양적완화에 대한 질문에 “긍정적으로 검토를 해야 된다는 입장”이라며 “그런 방향으로 추진이 되도록 힘을 쓰겠다”고 밝혔다.

한국판 양적완화는 선거 기간 강봉균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공약으로 꺼내 들었던 카드다. 한마디로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기업 구조조정을 돕는 ‘지원사격’에 나서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방식으로는 한은이 산업은행 등이 발행한 채권을 직접 사는 것을 제시했다. 파격적인 내용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여당의 선거 참패로 추진력을 잃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데다 박 대통령의 ‘긍정 검토’ 발언이 나오면서 다시 부상했다.

한은이 발권력으로 기업 구조조정 지원에 나선다는 아이디어는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조선·해운·철강·건설 같은 주력산업을 ‘수술’하려면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손실을 감당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수혈’이 필요하다. 정공법은 정부가 출자금을 늘려주는 것이지만 당장 재정상황이 녹록지 않다. 또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경우 실업자 지원 등 세금 들어갈 곳이 많아질 수 있다. 직접 대안은 증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야권의 법인세 인상 주장 등에 대해 “세금을 올리는 것은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또 최근 정부는 기업 투자를 늘려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대안을 고심하고 있는데 증세는 이와 정면으로 맞부딪친다.

이날 박 대통령은 자산 5조원 이상이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해 각종 규제를 부과하는 제도와 관련해서도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인데 신산업 등 변화가 많은 시대에 지정제도를 그대로 가져가는 건 스스로 경쟁력을 깎아 먹는 일”이라고 수정 필요성을 밝혔다.

한은도 구조조정의 시급성에 대해선 정부와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구체적인 요청이 오면 한은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논의해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지원이 현실화하더라도 방식은 ‘오리지널 강봉균표’와는 달라질 공산이 크다. ‘한은 독립성’ ‘발권력 남용’ 논란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은 한은은 물론 정부로서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양적완화를 위한 한은법 개정에 야당도 호의적이지 않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건 한은이 국책은행에 출자를 하는 보다 간접적인 방식 또는 정부가 산업은행채를 보증해 한은의 위험 부담을 줄여주는 것 등이다. 또 중소기업에 저리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한은의 금융중개지원대출을 구조조정 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한국판 양적완화의 취지는 수용하되, 구체적인 방식은 다르게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김성탁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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