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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정 협의체가 컨트롤타워 돼 비상계획 큰그림 짜라”

현대상선의 최근 5년간 누적 적자(당기순손실)는 2조6700억원에 이른다. 버는 돈이 없이 빚으로 연명하다 보니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자기자본 대비 총부채 비율)이 1565.2%로 치솟았다. 해외 선주로부터 비싼 돈을 주고 배를 빌렸는데 해운경기 침체로 컨테이너 운임이 2년 새 80% 떨어지면서 수렁에 빠졌다. 그나마 용선료 청구서가 날아올 때마다 회사채를 찍어내 자금을 조달했지만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회사채 발행도 어렵게 됐다. 자체적인 재무구조 개선이 불가능한 구조다. 이는 정부가 26일 구조조정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현대상선에 대해 내린 평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법정관리뿐”이라고 단언한 이유다.

정부는 이날 현대상선을 비롯해 5대 취약업종(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건설)의 주요 기업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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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은 2013년 이후 자구 노력으로 차입금을 2조5000억원 줄이고 부채비율도 628%포인트 낮췄는데도 재무구조가 여전히 취약하다. 정부는 “재무구조 개선과 보유 선박 포트폴리오 업그레이드 같은 경쟁력 향상 없이는 중장기적으로 생존 가능성이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두 회사의 생존을 위해 글로벌 해운동맹 잔류를 적극 지원하는 한편 선박펀드를 통해 신규 선박 공급을 지원하기로 했다.

조선업의 불황에는 저유가로 석유시추장비를 비롯한 해양플랜트 발주가 크게 줄어든 충격이 컸다.

올해 1분기 대형 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의 수주 실적이 세 척에 불과할 정도다. 국내 업체 간 무리한 수주 경쟁도 영향을 미쳤다. 선수금을 10%만 받는 헤비테일(Heavy tail) 방식으로 선박 건조에 나섰다가 발주처의 계약 해지로 손실을 입은 사례가 많았다. 이런 원인이 중첩된 대표적인 기업이 대우조선해양이다. 산업은행 자회사인 이곳은 2013~2014년의 해양플랜트 손실을 뒤늦게 반영하면서 지난해 3조527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무려 7306.8%에 달한다. 정부는 대형 3사에 대해 다음달 말까지 스트레스 테스트(위기 시 충격 테스트)를 실시해 인력·임금·설비·생산성 등의 분야에서 전반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철강업은 중국의 철강 수요가 둔화되고 공급 과잉이 심화되면서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합금철 같은 공급 과잉 품목의 설비를 감축하고 컨설팅을 통해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진단하기로 했다. 석유화학산업은 중국 수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저유가 효과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감안해 공급 과잉 품목에 한정해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을 활용한 사업 재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건설업은 해외 수주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판단 아래 인프라 사업, 투자개발형 사업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을 지원한다.
 
▶관련 기사
① 유화·철강은 ‘컨설팅’구조조정 … 전문가가 사업 재편 조언

② “위기의 뿌리인 공급 과잉 해소할 근본적 대책 안 내놔”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 대해 “현실 가능한 방안을 제시했다”면서도 여전히 구조조정의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 점은 아쉽다고 지적한다.

김상조(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당장 문제가 된 몇몇 기업에 대한 지원책만 있을 뿐 향후 터져나올 부실기업에 대한 대응책이 없다”며 “여·야·정 협의체가 컨트롤타워가 돼 다양한 위기 상황에 대한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말 대선 정국이 오기 전까지 국책은행 자본 확충, 실업 대책에 대한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기업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 있는 산업개혁 방안을 빨리 제시해야 구조조정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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