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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은 뿌듯 생활은 빠듯 … 덜 쓰고 살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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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치. 덕질(특정 분야에 심취하는 것)이 밥벌이와 일치하는 삶을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요즘 20~30대 가운데 덕업일치를 꿈꾸는 이가 많습니다. 취미 생활이 밥벌이까지 해결해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청춘리포트가 덕업일치를 실천한 4명의 청춘 남녀를 만났습니다. 이들은 최근 덕질 스토리를 엮은 책 『덕질로 인생역전』(대학내일20대연구소)을 펴냈는데요. 그들에게도 나름의 고충과 애환은 있었습니다. 물론 쳇바퀴 돌듯 직장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청춘에 비하면 훨씬 행복한 표정이었지만…. 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

너구리카르보나라, 돼지목살빵쌈 …
자취요리 빠져 사표 내고 요리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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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을 얇게 밀어 구운 돼지고기 목살을 넣고 돌돌 말아줍니다. 거기에 감자로 만든 퓌레, 채소 등을 곁들여요. 자취 시절 제가 개발한 음식 중 하나죠. 이름도 못 붙였어요. 너무 괴상해서.

2006년 군 제대 후 얻은 자취방에서 본격적인 ‘자취요리 인생’이 시작됐지요. 너구리 라면에 우유를 섞어 ‘너구리 카르보나라’를 만들기도 하고 가끔은 그럴듯한 월남쌈 같은 것도 해먹고요. 너무 재밌어서 취직하고 주말엔 집에서 요리만 했어요. 밤새 요리 관련 만화책도 탐독했죠.

그때까지만 해도 요리를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는데 3~4년 전쯤? 문득 회사 생활에 염증이 나더군요. 여기서는 10~20년 후 내 미래가 너무 빤히 보였던 거죠. 과장이든 차장이든 직급 하나 달고 책상 의자에 앉아있는 그 모습이.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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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로 프랑스 요리학원 한국 분교에 입학했어요. 그리고 올해 2월 배운 지식 등을 토대로 홍대에 프렌치펍을 열었죠.

‘자취요리 덕후’에서 레스토랑의 오너셰프가 된 기분이 어떤지 궁금하시죠? 솔직히 말해 달콤하지만은 않네요. 주5일 근무는커녕 주말에도 쉴 틈 없이 일해야 해요. 이 일로 언제까지 먹고살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매일 떠나질 않죠. 손님이 오지 않아 텅 빈 테이블을 볼 때마다 지금도 한숨이….

그래도 후회하지 않아요. 내 인생의 온전한 주인이 된 기분이거든요. ‘덕업일치’를 꿈꾸는 청춘들에겐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당신이 누려왔던 것의 상당 부분은 포기해야 할 거라고. 그리고 포기한 부분을 ‘덕질’로 채워 넣는 것 역시 당신이 해야 할 몫이라고.

원두 하루 3kg, 200잔씩 마시며 커피 공부
매일 위장약 달고 살아도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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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커피 타임은 하루 세 번입니다. 아침에 카페를 오픈하면서 한 번, 러시타임이 오기 전 두 번, 일 끝내고 세 번. 그래도 커피는 질리지가 않아요.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어떤 원두를 쓰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거든요. 대학에서는 영상을 전공했어요. 영상 연출에 관심이 많아 초·중·고 모두 방송반을 했거든요. 그런데 2009년 우연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부터 제 인생이 180도 바뀌게 됐어요.

하루는 손님이 제가 만든 커피가 너무 맛이 없다며 다른 바리스타가 만든 커피를 찾은 적이 있어요. 자존심이 확 상했는데 맛을 보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때 처음 알았죠. 같은 원두라도 내리는 사람에 따라 커피 맛이 다를 수 있다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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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분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와 커피에 빠지게 됐어요. 2010년에는 바리스타학과로 편입까지 했죠. 매일 수업이 끝나면 지도 교수님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일을 배웠어요. 카페 문을 닫고 나면 홀로 남아 밤새 커피 내리는 연습을 하고요. 그땐 하루에 200잔씩 커피를 마셨어요. 원두로 따지면 3㎏은 족히 넘죠. 매일 위장약을 달고 살았어요. 당시 전 커피가 너무 좋았고, 그만큼 간절함도 컸으니까요. 지하철 안에서 주전자를 들고 커피 내리는 연습을 하다 ‘열차 안에 수상한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은 적도 있다니까요.

지금은 친한 동생들과 카페를 차렸고 대학 강의도 나가고 있어요. 그동안 어려운 일이 없었다곤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전 ‘커피’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앞으로도 제가 가는 이 길을 잘 닦아나갈 생각이에요. 그래서 후배 ‘커피 덕후’들에게 어떤 모범답안으로 기억됐으면 해요.

대학 3년간 매일 원고지 20~30장 써
월세 걱정 크지만‘덕업일치’후회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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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부터 글을 참 좋아했어요. 글을 쓰거나 읽는 게 제 일상의 전부였죠. 대학에서 학보사를 했는데 그때부터 본격적인 ‘활자 덕질’이 시작됐던 것 같아요. 한 3년간 하루에 책 한 권씩은 꼭 읽었던 것 같아요. 200자 원고지 20~30장 분량의 글도 매일 꾸준히 썼고요. 그때 읽었던 책이랑 습작들 다 모으면 방 하나는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어딜 가든 제 가방에는 늘 책과 수첩, 연필 등이 있었죠. 직업도 글과 항상 가까이 있을 수 있는 방송작가나 출판사 에디터 일을 했어요. 일을 할수록 ‘내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들었지만 당장 제 코가 석 자다 보니 실천하진 못했어요.

2012년에는 일을 그만두고 북아일랜드에서 1년간 자원봉사를 했어요. 거기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났고 그들을 통해 ‘무조건 앞만 보며 살자’는 부담을 덜게 됐죠.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도 미루지 않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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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음으로 2년 전 제가 좋아하는 활자들로 가득 찬 책방 문을 열었답니다. 엄청 좋을 것 같다고요? 6개월 정도는 현실이 제가 품고 있던 환상과 달라 진짜 우울했어요. 당장 다음달 월세 내기도 힘든데 찾아오는 손님은 많지 않고…. 그렇다고 함부로 문을 닫을 순 없으니 막막했죠.

지금도 경제적인 여유는 없어요. 그래도 후회는 없답니다. 활자로 둘러싸인 곳에서 일을 하면서 제 밥벌이만큼은 해결하고 있으니까요. 옷 좀 덜 사고 군것질 좀 덜 하면 되죠. 취미와 생업이 하나가 되는 것. 그게 바로 덕업일치의 매력 아니겠어요?

길거리 돌아다니며 멋진 사람 찍어
블로그 올렸더니 미국 잡지서 “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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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전 미용을 전공했어요. 꾸미는 데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공부해보니 미용 쪽은 저와 맞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그럼 이제 뭘 하지?’ 막막하던 차에 친구가 ‘워킹홀리데이를 가보라’고 추천해서 2011년 호주 멜버른에 갔어요. 거기서 본 현지인들의 패션은 정말 끝내줬어요! 꾸민 것 같지 않은데도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는 거 있죠? 일이 없을 때는 하루 종일 길거리를 돌아다녔어요. 사람들 패션을 구경하다가 진짜 멋진 사람들은 사진으로 남겨 매일 제 블로그에 올렸죠.
 
▶관련 기사
① 중년들도 뭐든지 취미 하나쯤 갖고, 눈치 보지 말고 살자 오늘도 랄라라~
② 카톡 이모티콘 뒤엔 별난 ‘덕후’들 있지요
③ 13㎝ NBA 스타, 모형 운동화 만들어…지난해 2억5000만원 매출 올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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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카메라까지 샀어요. 300만원 정도 주고 DSLR을 구입했는데 인터넷이나 지인들을 통해 물어보면서 열심히 독학했어요. 확실히 좋은 카메라로 찍으니까 ‘때깔’이 다르더라고요.

그러다가 2013년께 미국의 한 잡지사에서 사진을 사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결국 제 사진 한 장을 300달러에 팔았어요. 이 일로 먹고살 수도 있겠구나 싶어 가슴이 두근거렸죠. 제 블로그가 유명해져서 멜버른 패션위크에 미디어 자격으로 입장도 했어요. 이후 뉴욕·런던·밀라노 등 세계 유명 패션위크는 죄다 섭렵했어요. 길거리를 누비는 수많은 패션 피플이 제 피사체죠.

지금은 한국에 돌아와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물을 찾고 사진을 찍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거래처 관리까지 정말 바빠요. 누가 시킨 게 아니고 제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불평 없이 노력하고 있답니다. ‘덕질’로 먹고살기가 어디 쉬운가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후회 없이 즐겁게 일하고 있으니 저 잘하고 있는 거 맞죠?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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