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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클립] 인더스트리얼, 콘크리트와 녹슨 파이프의 세련된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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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구조물을 그대로 드러낸 천장과 벽돌과 녹슨 철판으로 장식한 실내가 멋스러운 브루클린의 ‘더 팩토리 카페’.

 
산업혁명 이후 등장한 인더스트리얼(Industrial) 스타일은 초기만 해도 유럽 디자이너들이 무시하던 ‘아웃사이더’ 영역이었다. 2~3세기가 지난 지금 인더스트리얼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오래되고 낡은 소재로 만든 가구와 소품은 어떤 공간에 두어도 원래 있던 것처럼 잘 어울리고, 장식보다는 실용성과 기능을 추구해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잘 어울린다. 초기에는 카페 같은 상업적인 공간을 꾸밀 때 많이 쓰였지만 최근에는 가정집 인테리어로도 각광받고 있다. 


1차 대전 후 산업자재를 인테리어에 활용
르코르뷔지에 “고귀한 야만” 독창성 인정
공장을 카페로…성수동·브루클린에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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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으로 만든 프랑스 브랜드 톨릭스의 대표 모델 ‘톨릭스’ 의자.


#도곡동 브런치 카페 ‘톨릭스’는 오래된 구릿빛 철판으로 마감한 입구부터 낡고 멋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높은 천장은 철근과 파이프 배관이 그대로 드러나 ‘공사를 하다 만 것 같은’ 구조다. 바닥과 벽을 메운 타일은 오래돼서 반질반질 매끈하게 닳아 있다. 곳곳에 설치한 철제 플로어 조명과 펜던트 램프가 뿜어내는 노란 불빛이 카페에 영화 세트장 같은 묘한 느낌을 선사한다. 카페 톨릭스를 채운 가구는 프랑스 인더스트리얼 브랜드 톨릭스 제품이 대부분이다. 하나같이 페인트칠이 벗겨지거나 스크래치가 심해 만든 지 수십 년은 지나 보이지만, 이 모든 가구와 소품이 절묘하게 어울려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빈티지 핸드백 디자이너 현소영(37)씨는 30년 된 남산의 오래된 빌라를 인더스트리얼 스타일로 개조했다. 겉보기엔 평범하지만 안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벽과 천장에 페인트칠을 하거나 벽지를 바르지 않고 시멘트가 고스란히 드러나도록 둬서 가정집보다는 카페에 가깝다. 시멘트의 컬러와 재질은 정씨가 직접 골랐다. 블록에 방수 코팅을 하면 가루가 날리거나 유해물질이 방출될 염려가 없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주방은 싱크대 상판과 상·하부장을 모두 스테인리스로 통일해 차가우면서도 도시적인 느낌이 든다. 안방과 서재는 미국 빈티지 시장에서 구입한 공중전화기, 철제 바스켓과 스테인리스 화병으로 장식해 분위기를 통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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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직공장이었던 20세기 초 건물을 개조한 브루클린의 ‘위더’(Wythe) 호텔. 골조를 그대로 살려 공장 분위기를 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희대의 참극이었지만 어떤 영역에 있어서는 ‘최고의 비즈니스’를 탄생시켰다는 말이 있다. 건축과 인테리어 영역에서는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이 그에 해당한다. 전쟁 이후 버려진 폐기물과 공업 자재가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인더스트리얼은 사전적 의미로 ‘산업의, 공업용’이라는 뜻이다.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은 손으로 조각하거나 빚은 수공예품이 아니라 대량생산 방식으로 만든 물건, 나아가 이런 제품으로 꾸민 공간을 의미한다.

 이런 흐름은 18세기 중반 산업혁명이 일어난 영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하지만 이게 본격적으로 건축과 인테리어에 반영된 건 20세기 미국에서다. 유럽의 보수적인 건축 사조와는 별개로 자유분방하게 일하는 건축가들이 대륙 곳곳에 콘크리트나 폐목재로 만든 고층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이 사진들이 언론을 통해 유럽에 전해졌지만 보수적인 유럽 건축가들은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영역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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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디자이너 장 루이 도메크가 디자인한 금속 조명 ‘지엘드’ 램프.


 영국 출신 비평가 존 러스킨은 ‘공업제품에는 미적 가치가 있을 수 없다’며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을 폄하했다. 하지만 20세기 건축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위스 출신 건축가 르코르뷔지에(1887~1965년)는 ‘고귀한 야만’이라는 표현을 쓰며 기존에 없던 독창적인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을 인정하고 존중했다.

 『산업 디자인의 역사』를 지은 일리노이 공대 디자인 연구소 존 헤스캣 교수는 “불필요한 장식이나 군더더기가 없고 기능에 충실한 게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했다.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의 핵심은 단순하다. 금속이나 철근 같은 견고한 소재를 가구와 조명으로 가공한 것이다.

 한남동 카페 톨릭스 2호점 인테리어를 총괄한 디자인포디움 이시은 대표는 “자칫하면 위압적이고 거친 인테리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인더스트리얼은 편안하고 친숙한 분위기를 꾸밀 때 많이 쓰이는 스타일”이라고 말다. 새로 생긴 카페나 레스토랑에 가면 온통 반짝이는 새 제품 때문에 불편한 기분이 드는데,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은 주로 낡고 오래된 소재를 쓰기 때문에 낯설지 않고 편안하다는 거다.

 디자이너 현소영 씨는 “블랙앤화이트나 프로방스풍으로 꾸민 집은 주변에 많지만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로 꾸민 집은 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씨의 친구들은 “그의 집에서 모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편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집을 꾸밀 소품을 사러 뉴욕 브루클린에도 자주 가는 편이다. 한때 공장지대였던 이곳은 지난 10년간 예술가들이 정착하며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의 ‘성지’가 된 도시라 멋스러운 가게가 많다.

 서울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동네가 있다. 지난 1~2년간 ‘서울의 브루클린’이라고 불리며 뜨기 시작한 동네, 성수동이다. 이곳은 원래 부품 공장, 가죽 공장이 많았던 곳인데 강남에 비해 권리금이 저렴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최근 새로 문 여는 카페와 갤러리, 스튜디오가 속속 늘고 있다.

 내부에 붉은색 컨테이너 주방을 둔 카페 ‘베란다 인더스트리얼’은 한때 금속 부품 공장이었던 건물 구조를 그대로 살렸다. 갤러리 겸 카페 ‘자그마치’는 천장에 파이프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벽돌과 기둥 곳곳에 자연스러운 시멘트 갈라짐도 보인다. 사진가 정혁종(39)씨는 성수동으로 스튜디오를 옮겼다. “동네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연령대가 있어 신사동이나 해방촌처럼 들뜬 느낌이 없어 좋다”고 했다.

 최근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는 상업 공간뿐 아니라 가정집 인테리어로도 각광받는 추세다. 올해 미국 주방·욕실협회가 미국 인테리어 디자이너 4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6년 북미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방 스타일로 인더스트리얼이 꼽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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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스트리얼 분위기를 내기 좋은 철제 소품.


 스타일리스트 정지혜씨는 “가정집이라면 모든 가구와 소품을 철제로 고르지 말고 고재로 만든 식탁이나 황동 조명으로 따뜻한 포인트를 주라”고 조언했다. 가구를 바꾸는 게 엄두가 안 난다면 소품으로 분위기 내는 법도 있다. 을지로 금속거리에서 파는 파이프를 구입해 선반이나 수건걸이로 활용하거나, 이태원 보광동 앤틱거리에서 파는 공중전화기, 철제 랜턴 같은 소품을 장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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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인 디자이너로는 아일랜드 출신 건축가 에일린 그레이(1878~1976)가 있다. 그레이는 20세기 초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을 선도한 선구적인 여성 디자이너로 꼽힌다. 그가 디자인한 ‘e1027’ 테이블, ‘비벤덤’ 암체어는 1세기 전 디자인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세련되고 간결하다.

 현대 디자이너로는 영국의 톰 딕슨(1959~)이 유명하다. ‘인더스트리얼리스트’라고도 불리는 그는 금속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디자이너다. 볼륨감 있는 동그란 구릿빛 펜던트 조명 ‘미러볼’, 핑크색 금속에서 영감을 얻은 ‘에페메라’ 컬렉션, 금속을 꼬아 만든 ‘Y’ 체어가 대표작이다.

 논현동 ‘까사 알렉시스’는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유럽 가구 컬렉션을 여럿 갖췄다. 명동 ‘호메오’는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만든 철제·고재 가구를 골고루 판매한다. 신사동 ‘메종드실비’는 오브제부터 식기까지 다양한 소품을 판다.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을 보여주는 국내 건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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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그라운드
건대 로데오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원래 버려진 차고지였다. 이곳에는 상가 건물 대신 200개가 넘는 파란색 컨테이너가 레고 블록처럼 쌓여 있다. 공장에서 쓰는 금속으로 만든 컨테이너는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에도 자주 쓰이는 소재다. 커먼그라운드에 쓰인 컨테이너는 공장에서 만들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형식으로 완성됐다. 해외에는 이런 사례가 많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복합 쇼핑몰 ‘컨테이너 파크’, 영국 런던의 ‘박스 파크’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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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팩토리
여의도 현대캐피탈 빌딩 3관 9층에는 영화 ‘찰리의 초콜릿 공장’의 현대판 세트장 같은 카드 공장이 있다. 이곳은 연간 500만 장 카드를 찍어내는 현대카드 본사의 ‘진짜’ 공장이다. 19세기 산업 혁명에서 영감을 얻어 레일, 굴뚝 같은 소재를 인테리어에 활용하고 공장 생산라인 시스템을 그대로 드러나게 했다. 로봇이 음악에 맞춰 경쾌하게 카드를 찍어낸다. 현대카드 소지자라면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

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인테리어 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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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